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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보안 2] 17. 사생활 사수하기

둔해짐을 경계해라

  요즘은 하루가 멀다 하고 여기저기서 펑펑 터지고 있는 것이 바로 개인정보 유출사고다. 매일 보고 있는 신문기사들 중 꼭이다 싶게도 반드시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그만큼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유출사고의 원인이야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만큼 해커들이 열심히 훔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기업들이 보안에 투자를 게을리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며,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고 있는 IT기술들이 의외로 많은 허점(취약점)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나 또는 둘 이상의 원인들이 서로 엮여서 유출사고의 원인을 만들고 있다.


  정작 우리가 긴장하고 되새겨봐야 할 중요한 점은 따로 있다. 사람들이 둔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에 둔해지고 있냐 하면 바로 개인정보 유출사고 자체에 대해 둔해지고 있다. 너무 많은 유출사고가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다 보니 사고 관련 기사를 접하거나 직접 유출사고의 피해자가 되는 경험에 자주 노출되고, 이런 전차로 오랜 기간 동안 누적된 반복의 경험이 유출사고 자체에 대해 둔감해지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사고에 둔감해지는 결과는 돌이킬 없는 여러 부작용을 유발하는데 대표적으로 다음의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기업들이 보안투자에 소극적이게 된다.

둘째, 개인의 금전적 피해의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셋째, 사생활 침해 그중에서도 "잊혀질 권리"를 잃을 수 있다.  


  사람들의 둔감은 곧 유출사고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지기 쉽다. 자주 경험하다 보니 별일 아니게 치부되고 사고 자체에 대해 무신경해지는 것이다. 기업의 입장에서 이런 사람들의 성향은 설령 유출사고가 발생하더라도 기업이 보유한 현물(대체로 현물 재고)로 보상하거나 소액의 피해보상금(혹은 포인트)으로 때우면 된다는 대응방식을 고착시키게 된다. 기업이 가장 두려워하는 유출사고 관련 대규모(수백억, 수천억, 수조 원) 과징금 부과 사례가 없는 우리나라의 경우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이는 사고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대규모의 체계 설계와 투자로 이어지지 못하는 결과를 부른다.


  유출된 정보들은 정보의 주인을 공격하는 도구로 활용되어 개인의 피해를 증가시킨다. 가장 피부로 느껴지는 피해는 금융계좌 공격으로 인한 금전적 피해이다. 그 방법이 해킹이건 보이스 피싱이건 모두 이미 유출된 정보들을 토대로 이루어지는 공격이므로 피해는 온전히 개인에게 귀속된다. 어느 기업에서 유출된 정보로 인해 발생한 공격인지 증명하기는 불가능하므로 피해보상도 요원하다. 둔해진 무관심의 결과가 고스란히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흔히 놓치고 있는 사람의 본성이 하나 있다. 가끔은 혼자 있고 싶다는 것이다. 아무의 간섭도 받지 않고 홀로 고독과 외로움을 곱씹으며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가 있는 것이다. 철이 없던 질풍노도의 시기인 사춘기가 그러하고, 젊은 시절 실연의 아픔을 겪을 때도 그러하며, 살아가면서 각종 어려움에 처할 때도 그러하고, 나이 들어 인생의 허망함을 느끼면서 또한 그러하다. 오롯이 느끼는 이 혼자만의 시간을 "잊혀질 권리"라고 표현한다. 어느 누구의 무엇의 간섭도 없이 홀로 고독을 되새김질하며 사색에 빠져 보낼 수 있는 권리. 

  둔해진다는 것은 이 소중한 권리를 잃어버리게 만들 수 있다. 시도 때도 없이 날아오는 기업들의 각종 소식들을 받지 않아도 되는 권리, 기업들이 유출한 정보로 인해 원치 않는 각종 공격과 스팸에 노출되지 않을 수 있는 권리와 같은 것 말이다.


  바야흐로 사생활 실종의 시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세상이다. 개인들은 미처 인식하지도 못한 사이에 각종 알림과 피싱과 스팸과 해킹에 노출된 시대를 살고 있다. 이런 환경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둔해진다는 것이요 둔해진다는 것은 사생활(Privacy)을 잃어감을 의미한다. 둔해짐을 경계하고 스스로의 사생활을 사수하기 위해 스스로 깨어나 투쟁해야 할 때이다. 소중한 재산을 보존하고 가끔 온전한 고독을 즐기고 싶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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