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넋두리 4] 4.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3)

TCP/IP 전송 Vs 택배 배송

  모년모월모시, 어느 개발자의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무릎을 탁 치고 말았다. 네트워크 전송방식과 관련해 갑작스레 확인할 것이 있어 찾아본 영상이었다. 유튜버의 TCP/IP 관련 설명을 보던 와중에 프레임(Frame)을 택배차에 비유하는 것에 그만 꽂히고 만 것이다. 이토록 절묘한 비유라니. 그 순간 머릿속에 TCP/IP의 전송방식과 택배체계의 배송방식이 겹쳐지면서 그림이 그려지고 있었다.


  TCP/IP와 택배. 이 둘은 서로 공통되는 접점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해 본 적이 없는 완전히 다른 존재였다. 솔직히 꿈에서라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일상의 업무과정에서 아무런 의식 없이 매일 수없이 사용하고 있는 TCP/IP와 나보다는 가족(아내와 두 딸)들이 더 많이 사용하는 택배와의 만남.

  온라인과 오프라인이라는 명확한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선입견을 걷어내고 머릿속으로 정리해 본 이 둘은 생각보다 더 많이 비슷해서 왠지 모를 야릇한 재미까지 느낄 수 있었다. 개략적으로 둘의 전송(배송) 방식을 정리해 보자.


TCP/IP 체계 전송 방식

1. 송신자가 수신자에게 전달할 내용을 작성한다

2. 전송을 요청한다

3. 컴퓨터에서 전달을 위한 사전작업이 이루어진다.(이 부분을 자세히 설명하려면 OSI 7 Layer, Socket, Buffer, FileSystem, Packet, Segment, Frame 등 OS를 모두 설명해야 하므로 생략한다)

4. 신자에게 가기 위한 전달경로를 Router(라우터)에게 요청해 받는다

5. 보내려는 Packet(패킷)이 담긴 Segment(세그먼트)를 Frame(프레임)에 담고 전달경로에 따라 이동한다

6. 신자 컴퓨터 도착


택배 체계 배송 방식

1. 보내는 이 가 택배를 보낼 물품을 정한다

2. 택배 배송을 신청한다

3. 배송을 위한 사전작업이 이루어진다(요약하면 전달할 물품을 택배상자에 포장하고, 택배차량이 택배상자를 가져간다)

4. 첫 물류센터 도착 후 받는 이에게 가기 위한 전달경로가 확정된다

5. 보내려는 물품이 담긴 택배상자를 택배차량에 담고 전달경로(중간 물류센터)를 거쳐 이동한다

6. 받는 이 주소 도착


  둘 간의 비교를 위해 조금은 억지를 써서 절차를 표현했다. 하지만 어떤가? 비슷하지 않은가?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핵심단어를 바꿔보는 것이다. 패킷을 물품으로, 세그먼트를 택배상자로, 프레임을 택배차량으로, Router를 물류센터로 말이다. 이렇게 바꿔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표현을 바꿔놓고 보니 다소 어렵게 느껴지던 TCP/IP 통신방식을 이해하기가 훨씬 쉽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TCP/IP 구현에 필요한 세부적 기술들이 어떻게 택배배송을 위한 물류처리와 같을 수 있냐고. 그러나 IT기술이란 선입견을 벗고서 바라보라. 사실 그리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어릴 적 즐겨 읽던 무협지 속에 단골로 등장하던 단어가 하나 생각난다. 만류귀종(萬流歸宗). 세상 모든 것은 결국 하나로 귀결된다는 말이다. 이 단어만 나오면 주인공은 갑자기 무진장 강해져서 천하무적이 되는 마법을 부리고는 했다.

  TCP/IP 전송과 택배 배송. 서로 아주 멀리 동떨어진 듯 느껴지던 두 개의 세계가 이렇게나 비슷할 수 있다니.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만류귀종의 마법이 아닌가. 세상은 정말 놀라움으로 가득 찬 공간이다.

이전 03화 [넋두리 4] 3.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