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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EPL 8R] 맨시티 vs 리버풀

- 해외축구 리뷰

by Sun


2020.11.09

사진 출처 - Liverpool FC instagram


출근을 앞둔 월요일 새벽의 경기였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었다. 혹여나 패배하더라도 실시간으로 보면서 패배를 인정하고 싶었지 아침에 일어나 졸린 눈을 비비며 떨리는 마음으로 결과를 확인하고 싶진 않았다. (패배했을 때 오는 충격이 후자가 더 크기 때문)


최근 3년간, 리그 기준 에티하드 원정 3연패. 1득점 11실점이라는 처참한 기록은 맨시티 원정을 두려워할 만한 당위성이 제공되었다. 특히나, 반다이크와 파비뉴, 티아고의 부상으로 온전한 전력을 갖추지 못한 리버풀이 맨시티를 상대로 과연 승점을 얻을 수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은 팬일지라도 당연히 들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리버풀은 지지 않았고, 월요일 새벽 01:30분의 경기를 기꺼이 챙겨 본 보람을 나름 얻을 수 있었다. 비록 선두 탈환은 실패했지만, 에티하드 원정에서 승점을 얻었다는 것에 감사하고 만족한다.


사진 출처 - Liverpool FC instagram



ㅣ전반전


경기 시작 전부터 에티하드 스타디움에 비가 내렸다. 날씨가 경기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기대반 우려반이 되는 가운데 참전용사 추모 의식(1차 세계대전 휴전 협정일 'Rememberday')을 시작으로 경기가 킥오프 되었다.


리버풀은 가용할 수 있는 최상의 전력으로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마누라 라인에 조타까지 가세하며 공격적인 4-2-3-1 포메이션을 가져갔다. 공격할 때는 4-2-4, 수비할 때는 4-4-2 포메이션으로 변형을 주며 경기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맨시티의 뒷공간을 노렸다.


경기 초반의 활동량과 에너지 레벨은 리버풀이 우세했다. 살라와 피르미누가 스위칭으로 수비진을 혼란시키고, 마네와 조타가 적극적으로 공격을 이끌었다. 그 결과, 전반 10분 만에 마네가 PK를 얻어냈다. 왼쪽 측면에서의 돌파를 워커가 막아내지 못하고 발을 걸었다. PK 전담 키커 살라는 왼쪽으로 강하게 슈팅을 때렸고 깔끔하게 선제골을 성공시켰다.


그러나 전반 31분, 지공 플레이로 공격의 활로를 찾던 맨시티가 동점골을 터뜨렸다. 데 브라이너가 페널티 박스로 연결해준 패스를 제주스가 환상적인 턴 동작으로 받아내며 1대1 찬스를 만들었고 동점골을 뽑아냈다. 전반 39분에는 조 고메즈가 데 브라이너의 크로스를 막다가 핸들링을 범해 PK를 내줬으나, 데 브라이너가 PK를 실축하며 전반전은 스코어의 균형을 유지한 채 마무리되었다.


사진 출처 - Liverpool FC instagram


ㅣ후반전


전반만 보고 잤으면 어땠을까 싶다. 후반전은 전반에 비해 너무 재미없었고, 너무 지루했으며, 너무 안타까웠다. 그나마 위안이 있다면 양 팀 골키퍼들의 멋진 캐칭과 세이브의 향연을 감상했다는 점이다.


후반 58분 피르미누(이 친구 요즘 큰일이다)가 아웃되고 샤키리가 투입되면서 리버풀은 플랜 A로(4-3-3 포메이션) 복귀했다. 그러나 곧이어 아놀드가 종아리를 잡고 쓰러지면서 리버풀은 교체 카드를 한 장 더 쓰게 되었다. 부상으로 쓰러진 아놀드는 제임스 밀너와 교체되었다.

70분 이후부터 양 팀의 경기력과 에너지 레벨이 급격하게 감소하기 시작했다. 볼을 돌리는 횟수가 잦아졌고, 모험적인 패스보다는 안정적인 패스만 주고받으며 경기가 지루한 양상으로 흘러갔다. 아무래도 체력적인 부담이 컸던 모양이다. (3주 연속으로 주중 경기를 소화했으니 그럴 만하지)

결국 경기는 무승부를 약속이라도 한 듯이 임팩트 하나 없이 1-1 무승부로 종료되었다.


사진 출처 - Liverpool FC instagram


Premier League "has to change"


위르겐 클롭 감독은 '프리미어 리그가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수를 보호하지 않는 경기 일정은 좋은 경기력을 선보일 수 없을뿐더러 부상의 빈도를 높인다는 것이다. 불과 하루 전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솔샤르 감독도 이와 같은 주장을 하였고, 펩 과르디올라 역시 이 의견에 동조하면서 교체 카드 5장을 요구하는 등 변화를 촉구했다.


코로나의 여파로 시즌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서 무리하게 설정된 경기 일정이 도마 위에 올랐다. 살인적인 스케줄 앞에서 전통의 강호들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고, 대량 실점의 경기가 증가했다. 비단 프리미어리그뿐만 아니라 라리가와 세리에A에서도 이런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이 흥미로울 수도 있지만 나는 오늘 후반전과 같은 경기를 보고 싶지 않다. 팬들은 수준 높고 질 좋은 경기를 보기 원한다. 선수들이 힘을 쓰지 못하는 경기를 보고 싶지 않다. 프리미어 리그 당국은 이 문제를 재고해봐야 할 것이다. 경기가 먼저인지, 선수가 먼저인지.



#해외축구 #리뷰 #리버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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