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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Apr 14. 2020

가는 것보다 멈추는 것이 더 어렵다

- 일상 에세이


2020.02.05


   코로나 바이러스가 극성이다. 무법천지로 퍼져나가는 질병 앞에서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연약한 지를 돌아보게 된다. 인간의 모든 행위를 통제하고, 모든 행동을 수동적으로 조종하는 이 질병이 우리의 삶 곳곳에 침투해 우리네 삶의 발걸음을 묶고 있다.

   올 스톱. 모든 것이 중단되었고, 전면 취소되었다.
내가 가고자 하는 곳, 내가 하고자 일들이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기대와 허탈함의 감정이 연속적으로 다가오는 현실에 씁쓸한 입맛만 다지고 있는 상황이다.

   위러브 공연이 취소되었다. 요즘 대세이자 CCM계의 떠오르는 샛별인 위러브의 공연을 보러 가기 위해 설레는 마음으로 티켓을 예약했지만, 예약 이틀 만에 공연은 취소가 되었다. 현 상황에 지혜로운 조치였다고 팬들은 다독이며 격려했다 한들, 위러브 팀에게는 행사 취소로 인한 손익 계산을 넘어서 공연을 향한 기대와 열망의 불꽃을 유예시켜야 한다는 체념의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내가 다니는 교회에서는 해외 아웃리치 행사가 잠정적 보류되었다가 결국 전면 취소되었다. 아웃리치를 준비하는 과정에는 많은 인적, 물적, 금전적 자원 그리고 시간과 노력이라는 무형 자원이 투입된다. 때문에 아웃리치의 묘미는 투입된 자원의 결과물을 선보이며 기쁨을 누리는 것인데 이번 일로 인해 준비와 과정이 곧 마무리이자 결과 자체가 되어버렸다. 준비했던 분들에게는 크나큰 상실감과 아쉬움이 남았을 것이다. (그래도 그들의 시간과 노력이 깃든 헌신은 하늘 상급으로 환급되어 상달되었을 거라 믿는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어쩌면 가는 것보다 멈추는 것이 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고자 할 때 가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비통하고 허탈한 일인지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가기 위해서 끌어올렸던 추진력과 열정에 브레이크를 밟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것 같다. 몸은 멈춰도 마음은 이미 한 걸음 나아갔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보면, 관성의 법칙은 심리적으로도 작용하는 것 같다.

   지금 글을 쓰는 이후에도, 많은 것들이 중단되고 취소될 것이다. 그렇다 해도 너무 실망하지는 말자. ‘멈춤’은 ‘춤’ 출 때가 아직은 ‘멀었다’는 또 하나의 의미일 수도 있을 테니까.


#일상 #에세이 #멈춤

#SUN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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