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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Dec 22. 2020

[서평] 축구는 문화다

- 문화적 고유함으로부터 피어나는 산물


   지구 상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는 의심의 여지없이 '축구'다. 오늘날 축구는 전 세계의 스포츠 시장을 지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스포츠라는 영역을 넘어 다양한 영역들과 티키타카하며 호흡을 맞춰가고 있다. 축구가 전 세계의 공용어라는 말은 이미 소통의 범위를 넘어 글로벌 산업의 범위로까지 확장되었다.


   오늘날 축구가 이렇게까지 인기를 끌고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째서 월드컵만 되면 전 세계인들이 티비 앞에 몰려들고 밤잠을 설쳐가며 열광하는 것일까? 이유야 뭐 다양하겠지만 저자는 사람들이 축구에 매료되는 이유로 '문화적 정체성'을 꼽는다. 그 나라만의 고유한 문화적 요소가 특정한 정체성을 만들고, 그 정체성이 축구에 투영됨으로써 축구를 자기 자신과 또는 자기 국가와 동일시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축구는 그 나라의 문화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축구 국가대표팀의 축구 스타일은 그 나라의 문화적 요소로부터 비롯된다. 그 나라의 기후적 환경이나 지리적 환경 또는 역사적 상황들과 맞물려 형성되는 그 나라만의 고유한 문화적 특징이 축구라는 스포츠에 그대로 반영된다. 각 나라마다 축구 스타일이 다르고 고유한 특징들이 존재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잉글랜드 축구의 특징은 마초 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용맹무쌍함이다. 이들은 우직하고 단순한 플레이 - 예를 들면, 킥 앤 러시 같은 플레이 - 를 구사한다. 이는 기후의 영향이 큰데 잉글랜드의 기후는 플레이메이커가 자랄 수 없는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잉글랜드는 훌리건의 발상지인만큼 패싸움은 기본이다. '축구는 전투다'라고 은유적으로 외치는 잉글랜드에서 축구가 탄생하고 축구협회가 설립되었다는 것이 아이러니할 정도로 잉글랜드에는 B급 감성과 폭력적인 문화가 스며들어 있다. 하지만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축구의 원형이자 축구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아마 잉글랜드는 이러한 전통을 유지해가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화려한 기술과 개인기로 상대를 제압하는 브라질 축구는 노예노동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노예 생활의 슬픔을 기쁨으로 바꾸어보려는 처절한 몸부림 속에서 '징가'가 탄생했고, 그것이 축구에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징가는 브라질의 전통 무술인 카포에라를 춤으로 만든 것인데 약자(노예)가 강자(지주)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행동양식이자 정신을 의미한다. 징가에서 사용되는 카포에라는 오직 발과 스텝만을 이용하는 무술이다. 브라질 축구의 발재간이 현란한 것은 이런 문화적 요소에서 기인한다.


   아주리 군단 이탈리아와 알비셀레스테 아르헨티나는 축구가 이데올로기(파시즘)와 정치의 영향을 받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보여주었다. 독재로 인한 끊임없는 부정부패는 지역 이기주의와 경제구조 붕괴를 초래했고, 이러한 문화 속에서 이탈리아는 승리를 향한 강박이 담긴 인색한 축구를, 아르헨티나는 경제 위기의 아픔을 축구를 통해 승화시키고자 하였다.


   스페인은 지역감정을 통해 축구를 발전시키며 세계 최고의 더비 '엘 클라시코 더비'를 만들어냈다. 다수의 민족과 문화 공동체를 연합하는 과정에서 소수 민족 및 공동체와의 충돌이 일어났고, 이들의 저항 정신이 축구에 반영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는 '똘레랑스'라는 기조 아래 이민자를 대거 받아들이며 다양한 인종들이 혼합된 대표팀을 통해 월드컵 우승을 이루어내는 등 자기 나라의 관용 문화를 바탕으로 고유하고 독자적인 축구를 완성시켰다.


   지역적 정체성이 뚜렷했던 독일은 근대에 이르러 단일국가체제로 나아가기 위해 민족주의 개념을 주입했다. 이것은 나치즘 태동의 계기가 되었으며, 그로 인해 독일 축구에는 복종·서열·조직·규율·게르만 순혈주의 등의 문화가 반영되었다. 그러나, 현재는 탈혈통주의, 헌법 애국주의와 같은 국가관의 변화로 독일 축구의 보수성이 깨지고 있는 추세다. 폴란드 출신의 루카스 포돌스키나 터키 출신의 메수트 외질이 독일 국가대표팀의 일원으로 선발되었던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이처럼 축구는 그 나라의 역사적·문화적 맥락 속에서 고유한 특징들을 지니며 발전해왔다. 이러한 맥락과 특징 속에서 그 나라만의 축구 스타일과 전술들이 출현했고, 특색을 지닌 선수들이 발굴됐다. 그 나라만의 문화적 정체성이자 문화적 고유성이 축구 안에 담겨져 있는 것이다.


   이것이 아마 축구가 인기 있는 진정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문화로부터 발전하고 진화하며, 문화로부터 결코 떼어놓을 수 없는 문화의 산물. 그래서 문화로부터 모든 것이 설명되는 것. 그것이 바로 축구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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