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축구 리뷰
2020.11.29
많은 것을 잃은 경기였다. 승점 3점, 제임스 밀너, 로테이션 멤버들에 대한 신뢰 그리고 체력 안배까지 그 어느 하나 건진 것이 없는 경기였다.
특별히, 로테이션의 한계를 보았다. 지난주 레스터 시티 전에서 로테이션이 큰 성과를 거두며 주전과 비주전의 격차가 좁혀지는 것 같았으나, 그것은 그 경기에 국한된 것이었다. 레스터 시티 전의 경기력은 주중 아탈란타 전에 이어 오늘 브라이튼 전까지 연결되지 않았다. 즉, 지속적이지 않은 일시적인 폼이었다. 그 말은 냉정하게 말해서 클래스(class)가 아니었음을 증명한다.
오늘의 경기력은 통계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슈팅수는 11대6으로 밀렸으며, 유효슈팅수도 3대2로 밀렸다. 경기당 평균 16.3개의 슈팅수를 뽐내던 리버풀의 경기력은 온데간데 사라졌으며, 패스 성공률마저 평균치를 밑돌았다. 오늘 경기는 노잼이라고 말하던 친구의 말이 결코 틀리지 않았다.
과한 일정과 그로부터 오는 피로도 누적 그리고 부상자의 증가는 시즌이 개막한 이후로 계속해서 경기력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 스쿼드의 뎁스를 더욱더 두껍게 해야 하는 것일까? 교체 카드를 5장으로 늘려야 할까? 그 어느 것도 완벽한 해답이 될 순 없겠지만 적어도 약간의 도움이나마 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출처 - OPTA
미나미노와 니코 윌리엄스의 EPL 첫 선발, 센터백 필립스는 두 번째 선발 출전이다. 그만큼 오늘 로테이션 멤버는 경험이 적은 선수들로 구성되었다. 공격의 시작은 수비로부터 출발하는데 경험 적은 선수들이 공격력과 수비력의 공백을 어떻게 커버해줄 수 있을지 조금 우려가 되었다.
리버풀은 주 포메이션인 4-3-3으로 나섰다. 마네가 휴식을 취한 것을 제외하고는 변동이 없는 공격 라인이었다. 반면, 브라이튼은 파이브백으로 대응하였다. 약팀이 강팀을 상대로 맞서는 전형적인 선 수비 후 역습 전술이다. 주중 챔스 여파도 그렇고 밀집 수비를 시원시원하게 공략하지 못했던 이번 시즌 경기력을 복기해봤을 때, 이번 경기 역시 왠지 모르게 고전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전반 18분, 니코 윌리엄스가 브라이튼에게 PK를 내주며 위기를 맞았다. PK 키커로 나선 브라이튼의 공격수 무페는 강력한 땅볼 슛으로 오른쪽 하단을 노렸지만 한 끗 차이로 빗나가며 실축하였다. 그러고 보면, 지난번 맨시티 전 데 브라이너도 그렇고 상대팀 키커들이 리버풀을 상대로 PK 실축을 빈번하게 하는 것 같다. (알리송 골키퍼의 위엄이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곧이어 이어진 살라의 득점은 VAR 판독 결과 오프사이드로 취소되었다. 후방에서 파비뉴가 찔러준 롱패스를 살라가 적절하게 침투하며 득점을 성공시킨 좋은 장면이었지만 아쉽게 되었다. 전반전은 이렇게 별 소득 없이 아쉬움만 남긴 채 0-0으로 마무리되었다.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니코 윌리엄스가 나가고 조던 헨더슨 교체 투입됐다. 전반전에 PK를 내주는 등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지 못한 니코 윌리엄스는 아직 리버풀 1군 선수로 뛰기에는 역량이 부족해 보였다. 헨더슨의 투입으로 명불허전 미드필더 라인인 '헨밀둠' 라인이 가동되었다.
후반 60분, 디오고 조타가 선제골을 터뜨렸다. 왼쪽 하프 스페이스에서 건네받은 볼을 중앙으로 파고들면서 상대 수비수들을 추풍낙엽처럼 쓰러뜨린 후, 골키퍼마저 역동작 걸리게 하는 감각적이고 기술적인 골장면을 보여주었다. 디오고 조타는 시즌 14경기 9골로 어마어마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후반 75분, 제임스 밀너가 허벅지 뒷근육을 움켜쥐며 쓰러졌다. 아무래도 햄스트링 부상인 것 같다. 밀너가 쓰러지자 클롭 감독의 모습이 클로즈업되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전세계에 있는 모든 리버풀 팬들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것 같았다. 밀너마저 부상이라니 정말 착잡하고 한숨밖에 나오질 않는다.
후반 93분, 브라이튼이 또 한 번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로버트슨이 대니 웰백의 발을 건드렸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본 상황이 파울로 간주되지 않았으나, 추후 VAR 판독 결과 페널티킥이 선언되었다. 참 이런 걸 보면 질릴 정도다. 사실 대니 웰백도 볼을 완전하게 소유하지도 않았고, 로버트슨도 공을 걷어내려는 시도였기 때문에 주심의 재량에 따라 애매한 부분도 있었다.
결국, 파스칼 그로스가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경기는 1-1로 종료되었다.
대학 시절, 축구계 VAR 도입 찬반에 대해서 토론을 한 적이 있었다. 당시 나는 VAR 도입을 반대했었는데, 그 이유는 심판의 권위 하락, 경기 전개 속도의 하락 등등이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불명확한 기준점'이었다. 왜냐하면, 축구는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동일한 플레이가 결코 나올 수 없으며, 수많은 변수들과 무한한 플레이 동작들로 구성되는 창조적인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이런 스포츠에게 명확한 기준점 없이 상황에 따라 판정을 해야 한다는 것은 미래의 잠재적인 논란들을 껴안고 가겠다는 소리에 불과하다. 따라서, EPL이 VAR 도입 2년 차인 만큼 가변적이고 유동적이지 않은 납득이 갈 만한 고정적인 매뉴얼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현재도 매뉴얼이 있긴 하지만 그 기준점이 너무 포괄적이다)
경기력이 좋지 않았던 만큼 오늘 경기 결과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다만, 리그 우승의 조건 중 하나가 꾸역승이라는 점을 상기해봤을 때, 꾸역승으로 잡을 수 있는 경기를 놓쳤다는 것이 매우 아쉬웠다.
그나저나, 미나미노는 어떻게 해야 할까? 오늘 경기를 뛰었던 포지션이 제 포지션이 아니었다고 해도 오늘 경기력은 너무 기대 이하였다. 다가오는 겨울 이적 시장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팬들은 물론이고 클롭 감독의 신뢰마저 잃을 것이다.
추위와 함께 위기가 거세지는 만큼, 겨울 이적 시장에서 어떤 변화가 있을지 참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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