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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Jan 08. 2021

[브런치 회고록] 조회수는 모수에 비례한다

- 일상 속 인사이트


   브런치를 시작한 지 어느덧 9개월이 되었다. 지금까지 총 92편의 글을 썼고, 6개의 매거진을 발행했다. 브런치 북은 아직까지 발행해 본 적이 없는데, 나름대로 구상해 둔 컨셉이 있어서 조만간 발행해 볼 예정이다.


   사실 나는 브런치를 시작하기 전에도 핸드폰 메모장을 활용해 틈틈이 글을 쓰고 있었다. 다만, 글의 공개화까지로 이어지지 않았을 뿐이다. 그러나, 작년 초, ‘매일 아침 써봤니?’라는 책을 읽으면서 글의 공개화를 추진하기로 하였다. ‘비밀글만 쓰면 늘지 않는다'라는 저자의 주장에 적극 공감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글의 공개화를 위한 적절한 플랫폼이 필요했다. 그것이 브런치였고, 운이 좋게도 나는 단 한 번의 도전으로 브런치 작가 대열에 오를 수 있었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3개월 동안 열심히 글을 써 나갔다. 브런치에는 글을 잘 쓰는 사람들도 많았고, 양질의 글도 많았다. 플랫폼의 이러한 속성이 글쓰기에 대한 책임감과 논리성을 더해주었다. (당시 나는 브런치의 시작과 더불어 블로그도 새로 개설하며 글쓰기의 세계를 확장시켜나갔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블로그가 브런치에 밀리더니 끝내 그만두게 되었다. 하지만 최근에 블로그의 필요성을 느껴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 블로그 - https://blog.naver.com/psalms145


   패기와 열정을 담아 호기롭게 글을 써 나가기를 시작한 지 3개월 즈음, 브런치 작가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겪는다는 ‘조회수 폭발’을 경험하게 되었다. 인정 투쟁의 시대 속에서 다수로부터 인정받는 듯한 기분을 선사하는 이 짜릿한 경험은 마치 마약과도 같았다. 이 마약의 효과는 뛰어났다. 글쓰기의 동기부여가 됨은 물론이고, 글쓰기를 지속적으로 해 나갈 수 있는 핵심 동력이 되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조회수가 늘지 않는 현상이 발생했다. 조회수 폭발 경험이 반짝 돌풍이라고 쳐도, 글을 꾸준히 써 나감에도 일 평균 조회수가 연이어 한 자릿 수를 기록하는 현상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왜 그럴까? 답은 간단했다. 성장의 정체 구간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성장은 계단식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한 계단을 오르기 위해선 이 정체 구간을 넘어서야 한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성장 후 복기하는 결과론적인 이야기다. 지금 이 순간 실존적으로 느끼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지금 당장 눈 앞에 펼쳐진 숫자와 그래프의 추락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프리미어리그 축구팀 셰필드 유나이티드가 보여주고 있는 작금의 행보가 떠올랐다. 실망스러운 나날의 연속이었다.


   이러한 현상에 살짝 현타가 오면서 글쓰기의 유의미성에 대해 회의하기 시작했다. 글쓰기가 무슨 의미가 있고, 무슨 유익이 있을지, 내 글이 사람들이 그다지 좋아하는 글은 아닌지. 그렇게 잠깐 길을 잃으며 방황하게 되었고, 글쓰기를 중단하게 되었다. 그때가 아마 8월쯤일 것이다. 내가 브런치에 발행한 글을 날짜 순으로 보면, 8월쯤에 한 달 정도 공백기가 있다. 이때가 글쓰기 현타가 왔던 정체기다.


   

   중단된 글쓰기를 다시 시작하게 된 계기는 ‘독서모임’이었다. 대개, 독서모임을 하면 의무적으로 서평을 쓸 수밖에 없는데, 그것이 글쓰기의 촉매제가 되어 글쓰기를 다시 이어나갈 수 있게 되었다. 글쓰기 동력을 얻은 나는 다시 자판을 잡아 들고 새로운 매거진을 발행하는 등, 주제의 폭을 넓혀 콘텐츠의 다양화를 시도했다. 때마침 EPL이 개막한 것도 주효하게 작용했다.


   주제가 다양해지자 쓸 글이, 써야 할 글이 많아졌다. 또, 새로움이 더해지자 여러 인사이트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렇게 계속 글을 차곡차곡 쌓아갔고, 글의 총량을 늘려나갔다. 그리고 브런치를 시작한 지 9개월째 된 시점에 이르러서 가시적인 통계의 변화를 주목하게 되었다. 일 평균 조회수가 일정하게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이 현상을 보면서 나는 한 가지 인사이트를 얻었다.


글의 모수가 많아야 조회수가 오르는구나
조회수는 모수에 비례하는구나


   글이 쌓여갈수록, 글의 모수가 많아질수록 조회수는 그에 비례하여 오른다. 어찌 보면 당연한 소리다. 10개의 글을 구독자 10명이 봤을 때 기록되는 조회수와 100개의 글을 구독자 10명이 봤을 때 기록되는 조회수는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축적된 글이 많을수록 많이 읽히게 되는 건 당연한 이치다. 그 당연한 사실을 그때는 몰랐다. 오직 눈 앞에 하락하는 그래프와 숫자만 보였기 때문이다.



   일 평균 조회수가 이전에 비해 확연히 달라졌음을 가시적으로 확인하고서야 당연한 이치를 깨닫게 된다. 물론 브런치 통계를 보면서 조회수에 연연하는 내 모습이 한심하고 처량할 때도 있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작가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작가든 자신이 쓰는 글이 나만의 메모장에 사장되지 않고,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쓰는 행위는 타자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남을 위한 글이 아니라 나를 위한 글쓰기로 시작했더라도 글 쓰는 행위에는 타자의 시선이 필연적으로 존재한다. 그것은 한나 아렌트가 말한 '자아의 복수성' 때문이다. 글을 쓰는 주체는 분명 '나'라는 자아지만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자아가 내 글을 본다. 그래서 우리의 글쓰기는 타자로부터 결코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글의 모수와 함께 조회수도 늘어나는 걸 보면서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잘 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비록 또 한 번의 정체 구간을 만나 잠깐 낙심할 수도 있겠지만, 2020년 브런치 회고록을 기억하며 꾸준하게 써 나간다면 더 좋은 결과를 창출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글의 모수도 조회수도 결국 꾸준함의 원리로부터 찾아오는 것이니까. 올해도 100편을 목표로 달려보자!



#일상 #인사이트 #글 #조회수 #모수

#SUN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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