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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Mar 25. 2021

우리는 박수를 많이 받을 필요가 있다

- 일상 속 인사이트


   최근에 뮤지컬 ‘위키드 봤다. 뮤지컬 ‘위키드 소설 ‘오즈의 마법사 프리퀄 격으로 선한 마음을 가진 초록 소녀 ‘엘파바 어떻게 사악한 초록 마녀가 되는지를 알려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어렸을  ‘오즈의 마법사 책으로 읽었던 덕분일까? 뮤지컬 속의 배경과 내용들을 쉽게 이해할  있었고, 오즈의 세계관을 더욱더 폭넓게 바라볼  있는 톡톡한 재미를 누릴  있었다.


   '웃는 남자' 이후 거의 3 만에  뮤지컬이었다. 여느 뮤지컬이 그렇듯이 관람하다 보면 으레 하는 일종의 의례가 있다. 그것은 박수. 하나의 막이 끝날 때마다 관객들은 일제히 박수를 친다. 박수를 치는 것은 배우들이 보여준 퍼포먼스에 대한 감탄이자 존경의 표현이라고   있다.  나아가, 뮤지컬이라는 공연 문화에 대한 관례이자 예의이기도 하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박수의 하이라이트는 단연코 '커튼콜'이다. '커튼콜'은 마지막 씬이 끝나고 공연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모두 나와 관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것으로 '커튼콜'이 끝나기 전까지 관객들은 끊임없이 박수로 배우들에게 화답한다. 심지어 1층 관람객들은 기립박수로 뜨겁게 화답하며, '박수를 통한 소통'이라는 일상에서는 쉽게 접하지 못하는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사진 출처 - 소설부터 뮤지컬까지, '위키드'에 얽힌 이야기..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연이어 쏟아지는 박수 세례를 보면서 나는 왠지 모를 벅찬 감정과 함께 마음속에 깊은 감동을 느꼈다. 왜 일까? 무엇으로 하여금 나에게 벅찬 감정을 느끼게 한 것일까? 박수에 담긴 어떤 의미가 나에게 감동을 준 것일까?


   그렇게 질문에 질문을 거듭하며 박수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끝에 나는 모종의 답을 얻어낼  있었다. 그것은 ‘존재에 대한 인정과 존엄성때문이었다. 박수에는 인간에 대한 존엄과 존경 그리고 인정과 찬사의 의미 담겨 있다. 박수라는 것이 단순히 상대방의 명예를 기리는 것을 넘어서 인간 존재에 대한 인정과 존엄성을 표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뮤지컬의 엔딩인 '커튼콜' , 관객들이 배우들에게 박수로서 화답하는 것은 공연을 준비하기 위해 수개월 동안 쏟아부은 배우들의 땀과 노력에 대한 인정과 격려의 의미이자, 그것을 넘어서 공연을 잘했든 못했든 상관없이 그저 배우들의 존재  자체에 대한 인정과 존엄을 기리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뮤지컬이 빛날  있었던 이유는 다름 아닌 배우들의 존재 덕분이니까 말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세상이라는 무대에서 한 사람 한 사람 각자의 역할과 자리를 도맡아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 일종의 배우다. 무대에 서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매일매일 그 무대의 무게를 짊어지며 삶에 대한 압박과 중압감을 버티고 견뎌낸다.


   무대 위에서 어떤 사람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또 어떤 사람은 존재감 자체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화려하고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아도, 존재감과 성과를 내지 않아도, 그저 그 사람이 이 세계에 존재하고 살아간다는 것만으로도 고귀하고 존엄한 가치가 있다. 이 세계가 빛날 수 있는 이유는 우리가 존재하기 때문인 것이다. 인간 존재 자체에 대한 인정과 존엄 때문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박수를 받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박수를 받을 자격이 있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박수를 많이 쳐주자. 우리는 박수를 자주, 그리고 많이 받을 필요가 있다. 경기장에서 훌륭한 플레이를 보여주는 스포츠 선수뿐만 아니라, 무대 위에서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배우뿐만 아니라, 이 세상을 부단히 살아가는 존엄한 존재라면 예외 없이, 누구든지.



우리는 박수를 많이 받을 필요가 있다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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