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축구 리뷰
2021.04.04
약 2주 간의 A매치 기간이 끝나고 유럽 리그가 재개되었다. 프리미어리그 역시 어김없이 돌아와 주말 새벽을 지배했다. 리버풀도 마찬가지다. 새벽 4시라는 최악의 시간대가 주어졌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리버풀 경기를 본방 사수했다.
의미 있는 경기였다. 리버풀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리버풀은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경기의 주도권을 확실히 가져가며 시종일관 아스날을 괴롭혔다. 스코어가 말해주듯이 단 한 번의 허점도 보이지 않았던 완승이었다. 물론 현재 시점에서 완성된 팀이 아닌 아스날을 상대했다는 것이 허점이긴 하지만.
에미레이츠에서의 전적도 그렇고, 클롭 감독이 아르테타의 아스날에게 쏠쏠한 재미를 못 봤었던 점을 고려한다면, 이번 경기의 승리는 클롭 감독에게는 자신감을, 리버풀에게는 디펜딩 챔피언으로서의 위용을 되찾을 수 있는 좋은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리버풀은 4-3-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현재 3 연속 클린 시트를 기록 중인 카박-필립스 센터백 조합이 다시 한번 얼굴을 내밀었고, 제자리를 찾자 물 만난 고기처럼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는 파비뉴가 역시 제자리(수비형 미드필더)에 배치되었다. 그 위로 티아고와 밀너가, 공격은 마누라 라인이 가동되었다.
아스날 역시 4-3-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아스날은 부상으로 결장한 스미스 로우와 사카를 제외하고는 베스트에 가까운 전력으로 경기에 나섰다. 아르테타 감독은 임대생 외데가르드와 세바요스를 중심으로 경기를 전개해 나가는 전술을 준비한 듯하였다.
초반부터 압박 싸움이 치열했다. 양 팀 모두 상대가 쉽게 빌드업하는 것을 방해하기 위해 전방 압박을 감행했다. 하지만 압박에 대한 대응은 차이가 있었는데, 리버풀은 아스날의 압박을 잘 빠져나가면서 볼을 쉽게 소유한 반면, 아스날은 탈압박에 취약한 모습을 보이며 공격 전개의 끊김 현상이 발생하였다. 결국 아스날은 지공 싸움에서 밀리게 되면서 롱볼 전개를 할 수밖에 없게 되었고, 점유율을 계속 리버풀에 내주게 되었다.
리버풀은 전방 압박과 동시에 점유율을 높여가며 급하지 않게 공격을 전개해나갔다. 주도권을 완전하게 잡은 리버풀은 몇 번의 찬스를 얻어냈지만 마무리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전반 34분, 제임스 밀너가 결정적인 찬스를 잡았으나, 슈팅이 골대를 비껴가며 득점에 실패했다.
경기력만 놓고 본다면 사실상 리버풀의 압승이었다. 아스날은 리버풀을 상대로 이렇다 할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중원에서 1차 저지선 역할을 하는 파비뉴는 외데가르드를 꽁꽁 묶으며 공격 루트를 완벽하게 차단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리버풀은 좋은 흐름에도 불구하고 결정적인 찬스를 해결하지 못했고, 결국 전반전은 0-0으로 마무리되었다.
리버풀은 전반전 내내 주도권을 쥐었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이런 양상은 후반전 초반까지 지속되었는데, 상대 센터 서클에서 빠르게 공격 전개를 하지 못하면서 좀처럼 아스날의 수비 블록을 깨지 못했고, 쉽게 볼을 탈취당하는 답답한 결과로 이어졌다.
결국 후반 59분, 공격진에서 변화가 이루어졌다. 로버트슨이 아웃되고, 디오고 조타가 투입됐다. 조타가 최전방을 담당함에 따라 피르미누는 2선으로 내려갔고 로버트슨의 자리는 밀너가 맡았다. 포메이션이 4-2-3-1로 변경된 것인데 이것이 완벽하게 적중하면서 후반전을 완전하게 지배했다.
후반 64분, 디오고 조타의 선제골이 터졌다. 살라가 오른쪽 측면으로 빼 준 볼을 아놀드가 받아 파워풀한 킥력으로 긴 크로스를 올렸고, 이를 조타가 헤딩에 성공하면서 골을 뽑아냈다. 조타는 A매치 경기에서도 헤딩으로만 3득점을 했다는데, 정말이지 헤딩에 물이 오른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선제골이 터지자 아스날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리버풀은 이 틈을 노려 추가골을 터뜨렸다. 후반 68분, 파비뉴가 원터치 패스로 아스날의 뒷공간을 노렸고, 침투하던 살라가 마갈라에스와의 몸싸움을 이겨내며 레노 다리 사이로 오른발 득점을 하였다. 모하메드 살라의 시즌 18호 골!
후반 81분, 전방 압박을 통해 아스날의 빌드업을 커트한 살라가 전방으로 볼을 연결했고, 쇄도하던 디오고 조타가 쐐기골을 터뜨렸다. 클롭 감독의 교체와 전술 변화가 성공적이었다는 것이 증명된 순간이었다. 반면 아르테타 감독은 티어니의 부상 이후로 묘책을 찾아내지 못하며 속수무책으로 패배를 맞이하게 되었다.
리버풀은 마지막까지 공격 찬스를 만들어가며 오늘 골을 넣지 못한 마네 기 살려주기 프로젝트에 돌입했으나 결정력 부족으로 실패하였다. 결국 경기는 리버풀의 3-0 승리로 종료되었다.
챔피언스리그 티켓 경쟁이 본격적으로 불이 붙게 되었다. 레스터 시티, 첼시, 리버풀, 토트넘, 웨스트햄, 에버튼까지 2장의 티켓을 위해 6팀이 경쟁하는 치열한 장이 열리게 되었다. 게다가 강등권 전쟁 역시 선포됨에 따라 EPL의 열기는 시즌이 끝날 때까지 더욱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6개 팀 중 향후 일정이 가장 무난한 팀이 리버풀이라고 한다. 다수의 전문가들도 리버풀의 TOP4 진입 가능성을 높게 예상했다. 비록 오늘 상대한 아스날이 예전만큼 강팀도 아니고 여러모로 부진에 휩싸인 팀이지만, 확실하게 승점 3점을 버는 일이 중요해진 때에 3-0 완승은 TOP4 진입으로의 예고편이 아닐까 싶다. 리버풀의 후반기 반등을 마음껏 기대해본다.
이제 레알 잡으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