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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Apr 20. 2021

유러피언 슈퍼리그 창립에 관한 짧은 논평


축구팬이 된 이래로

가장 충격적이고

가장 급진적이고

가장 슬픈 뉴스였다.


자본이 이 시대의 왕이며

권력이 이 시대의 칼임을

명확하게 표증하는 리그의 탄생.


12개의 빅클럽들이 형성한 카르텔은

전통과 문화, 상생과 공존, 정체성과 역사의 가치를

결코 보전할 수 없도록 그라운드 밖으로 내몰았다.


앞으로 내가 살아갈 이 시대에는

레스터 시티의 동화 같은 우승이란

결코 실현될 수 없는 상상일 뿐이며,

자이언트 킬링과 같은 이변과 파란은

과거의 기록에서나 등장할 것이다.


코로나 19로 인한 재정적 타격과

UEFA와 FIFA의 탐욕 및 부패가

새로운 권력기구의 창립을 가속화한 것은

분명 의심할 여지가 없는 중대한 원인이었다.


그러나,


자본주의 시대라고

자본주의 사회라고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서

자본주의 인간처럼 살아가는 것이

우리에게서 얼마나 많은 것들을 탈취해가고 있는지

우리는 이미 축구 이외의 많은 영역들에서

절실히 체감하고 있다.


자본과 권력을 소유한 자들의 담합과 횡포는

빈익빈 부익부의 현상을 선명하게 하고

양극화를 초래하며, 약자들을 배제시킨다.


내가 사랑하는 축구가

자본에 잠식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너무나도 개탄스럽고 슬프다


축구가 우리에게 주는 가치는

결코 자본에 있지 않다.


규모가 작다고

돈이 안 된다고

차별하고 배제시키는 것이 아니라,


연대와 유대를 통해 아름다운 경쟁의 장을 보여주는 것

클럽의 전통과 역사를 세대를 초월하여 향유하는 것

자본의 논리를 뛰어넘는 무언가를 창출해내는 것


그것이 우리가 염원하는 축구의 가치이며

축구를 사랑하는 이유일 것이다.


축구는 자본보다 위대하기 때문이다.


created by the poor,
stolen by the rich


유러피언 슈퍼리그 창립에 관한 짧은 논평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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