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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May 11. 2021

[20/21 EPL 34R] 리버풀 vs 사우스햄튼

- 해외축구 리뷰


2021.05.09

사진 출처 - Liverpool FC instagram


   고진감래(苦盡甘來)가 떠오르는 경기였다. 고생 끝에 승점 3점이라는 낙을 챙겼다. 마치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를 보는 것처럼 90분 내내 가슴을 쓸어내려가며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경기를 지켜봤다. 초조하게 울리는 심장의 고동소리가 방 안을 가득 메우는 것만 같았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 2경기의 여파 때문이었다.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넣고도 추가골을 넣지 못해서, 선제골을 지키지 못해서 승리를 날려버린 결과가 트라우마로 작동해 경기를 보는 내내 영향을 끼친 것이다. 지켜보는 팬들도 이러한데 선수들의 멘탈은 오죽할까. 하루빨리 이 지긋지긋한 패턴을 끊고 위닝 멘탈리티를 장착할 필요가 있었다.


   결론적으로는, 승리의 쾌감을 맛봄으로써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향한 도전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순위표를 보면 볼수록 지난 2경기가 매우 아쉽게 느껴지지만, 지금은 앞만 보고 달려가야 할 때가 아닌가. 시즌 종료 후, 고진감래의 시즌이었다고 속 시원하게 말할 수 있으려면 말이다.


사진 출처 - Liverpool FC instagram


ㅣ전반전


   센터백 라인의 변화가 생겼다. 갑작스러운 오잔 카박으로 리스 윌리엄스와 필립스가 출전하였다. 적어도 제공권에서만큼은 걱정이 없는 수비 조합이었다. 미드필더와 공격수는 피르미누 대신 조타가 선발로 나온 것을 제외하곤 특별한 변화는 없었다. 포메이션은 언제나 4-3-3!


   반면에 사우스햄튼은 4-2-2-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레드먼드와 아담스가 투톱을 이루었고, 월콧과 텔라가 측면을 담당했다. 다만 월콧이 중앙 지향적인 플레이를 하면서 풀백인 워커 피터스가 높은 위치까지 올라와 공격에 관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마네가 첫 슈팅을 함으로써 경기의 포문을 열었다. 극심한 부진을 겪으며 비판을 받던 마네는 리즈전 득점 이후로 조금씩 폼을 되찾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베이날둠과 필립스는 코너킥에서 각각 한 번씩 헤딩슛을 따내며 세트피스에서의 든든함을 보여주었다. 사우스햄튼의 압박 강도가 그리 강하지 않아 경기를 쉽게 풀어나갈 수 있었지만, 마무리 기회를 잘 살리지 못하면서 답답한 흐름이 이어졌다.


   그러다가 전반 23분, 사우스햄튼이 결정적인 찬스를 맞이했다. 월콧이 전방에 있던 텔라에게 전진 패스를 찔러주었고, 뒷 공간을 침투하던 텔라가 중앙으로 쇄도하는 아담스에게 패스했다. 일대일 찬스를 맞이한 아담스는 슈팅을 하였으나, 알리송 골키퍼의 선방으로 막혔다. 주력에서 밀리는 리버풀 수비진의 모습이 확연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위기 다음에는 기회가 온다고 했던가. 전반 30분, 리버풀이 선제골을 터뜨렸다.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살라의 크로스를 마네가 헤딩으로 연결하며 득점에 성공했다. 마네가 최근 들어 드리블도 그렇고 내리찍는 헤딩슛도 그렇고 점차 경기력 영점 조절을 해나가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전반전은 리버풀이 1-0으로 리드한 채 종료되었다.


사진 출처 - Liverpool FC instagram


ㅣ후반전


   사우스햄튼은 이름을 들으면 알 만한 알짜배기 선수들이 꽤나 많은 팀이라 상대하기 쉽지 않은 팀이다. 그러나 최근 성적이 전반기에 비해 곤두박질치고 있는 상황인지라 리버풀 입장에선 충분히 잡을 수 있는, 아니 잡아야만 하는 팀이었다.


   후반전이 시작되자 사우스햄튼은 리버풀의 뒷공간을 적극적으로 노리기 시작했다. 일찍이 교체 카드를 쓰면서 투입된 디알로와 오바페미가 리버풀 진영에서 위협적인 몸놀림을 선보였다. 알리송 골키퍼는 이를 의식하고 넓은 범위까지 커버하며 스위퍼 골키퍼 노릇을 하였다. 그러다가 패스미스로 상대에게 공을 내주는 순간도 있었지만, 다행히 세이브하면서 실수를 만회했다. (자체 세이브인가)


   전방에서는 살라와 조타가 좀처럼 기회를 살려내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사우스햄튼의 공격진도 전반전에 비해 후반전에 공격 찬스를 더 많이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기회를 잘 살려내지 못했다. 무슨 누가 누가 더 못하나 게임도 아니고. 초조한 마음만 더해지는 순간이었다.


   경기가 막바지로 흐르자 불안을 멈출 수가 없었다. 조타와 살라가 아웃되고 피르미누와 체임벌린이 투입되면서 공격진에 변화를 주었지만, 지난 2경기에서 보여준 실점의 트라우마는 악령처럼 다가와 계속해서 나를 괴롭혔다. 여기서 혹여나 진짜 실점이라도 한다면, 좌절감과 실망감이 장난이 아니었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마침내 악령을 퇴치할 구원자가 탄생했다! 후반 89분, 티아고 알칸타라의 리버풀 데뷔골이 터졌다. 측면에서 피르미누가 내 준 패스를 티아고가 상대 아크 서클까지 드리블 후, 수려한 슈팅 폼을 그리면서 볼을 오른쪽 하단으로 때려 넣었다. 사실상 경기의 마침표를 찍는 골임과 동시에 초조함, 불안, 걱정을 모두 씻어내리는 해방의 골이었다.


   그렇게 해탈의 마음으로 마지막 추가시간까지 평안한 마음으로 지켜보았고, 경기는 2-0 리버풀의 승리로 종료되었다.


사진 출처 - Liverpool FC instagram


   스코어만 보면 깔끔한 승리였다. 그러나 사실 이번 경기는 알리송 골키퍼가 아니었으면 이길 수 없는 경기였다. 알리송이 경기 MOM으로 선정된 이유가 있다. 전반전의 빅 세이브와 후반전의 커버 플레이가 아니었으면 충분히 실점할 수 있는 장면들이 여럿 존재했다. 역시 좋은 골키퍼가 팀을 살린다ㅠㅠ


   한 경기 한 경기 볼 때마다 진이 빠진다. 새벽 경기로 인한 피로감은 물론이고 답답함이 넘치는 노잼 경기를 시청하는 것과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그 아슬아슬하고 조마조마한 마음까지. 승리를 했음에도 썩 유쾌하지만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 제발 좀 시원시원하고 화끈하게 이기는 경기를 펼쳤으면 좋겠다. (현 상황에서 이런 경기력을 바라는 건 무리인가)


   이제 올드트래포드 원정으로 간다. 그나저나 맨유 팬들 또 시위한다고 하던데 또 연기되는 건 아니겠지.



[20/21 EPL 34R] 리버풀 vs 사우.. : 네이버블로그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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