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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Jun 17. 2021

[서평] 만들어진 진실 / 헥터 맥도널드

- 아직도 2018 평창 올림픽이 흑자 대회라고 믿는 사람들을 위하여


   서평에 들어가기 앞서 아래 사진을 잠깐 보고 가도록 하자.



   위 사진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수입·지출 분석표이다.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은 전체 예산 대비 약 1000억 이상의 흑자를 기록하며, 최소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낸 성공적인 대회로 평가됐다. 국내 언론들은 이와 같은 진실을 앞다투어 보도하기 바빴고,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평창 동계올림픽이 흑자 대회로 마무리되었다는 긍정적 인식을 품게 하였다.


   하지만 이것은 진실을 오도한 결과였다. 평창 올림픽은 불과 개막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수백억의 적자가 예상됐던 대회였다. 그러나 폐막 이후 단숨에 흑자 대회로 전환되어 올림픽의 성공을 선전할 수 있었는데, 그 이유는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가 그들에게 유리한 기준으로 진실을 편집하여 보도했기 때문이었다.


   조직위원회는 그들에게 유리한 기준과 맥락을 깔아놓고 숫자를 설명함으로써 진실을 부분적으로 편집했다. 그들의 관점에서 보면, 국비와 지방비를 수입으로 계산한 것은 회계상으로 틀린 분석은 아니다. 그러나 국가 차원에서 보면, 국비와 지방비는 엄연한 세금이다. 즉, 조직위원회는 무려 12조 원에 달하는 국민의 세금을 자신들의 수입으로 책정하여 올림픽 적자를 메우고 대회가 흑자로 마무리되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이 비단 올림픽 같은 메가 스포츠 이벤트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만들어진 진실』의 저자 ‘헥터 맥도널드’는 진실의 편집은 우리가 사는 일상의 모든 영역에서 일어나며, 우리의 사고방식과 행동은 편집된 진실을 통해 형성된다고 주장한다. 즉, 진실은 하나가 아니며 어떤 진실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내가 당면한 현실을 재구성하고 내 관점도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것을 ‘경합하는 진실’이라고 정의하며, 경합하는 진실의 4가지 종류를 통해 진실이 어떻게 편집되는지를 보여준다.



   저자(헥터 맥도널드)는 첫 번째로 ‘부분적 진실’을 언급한다. 진실은 수만 조각으로 깨진 거울이다. 누구도 거울 전체를 인식할 수 없으며, 부분적으로만 인식할 수 있다. 그것은 진실의 복잡성 때문이다. 진실은 역사, 맥락, 통계, 스토리 등에 의거하여 선택되고, 생략되고, 설명된다. 예를 들어, ‘탁자 위에 알이 있다’라는 하나의 문장을 가지고도 사람마다 떠오르는 이미지가 일관적이지 않다. 왜냐하면, 문장을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편집하느냐에 따라 이미지의 심상이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실은 결코 전체를 전달할 수 없으며, 아무리 평범한 문장이라고 해도 복잡성이라는 특성 때문에 부분적으로 전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두 번째는 '주관적 진실'이다. 주관적 진실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바뀔 수 있다. 도덕성, 바람직함, 가치와 같은 요소들이 그렇다. 가령, 19세기까지 사람들은 코카인과 아편 같은 마약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된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p186) 그러나 19세기 말쯤부터 마약 중독률이 높아지자 국제 조약 및 입법으로 마약의 생산과 거래를 통제했고, 마약을 악마화하는 일종의 캠페인을 벌여 마약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을 급격하게 바꾸어버렸다. 마약 중독을 심각한 도덕적 실패이자 결함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마약 합법화 옹호자들은 마약 중독은 치료가 필요한 건강 문제라고 주장하며 두 가지의 경합하는 진실이 첨예하게 충돌하고 있다.


   또한, 사람들은 자신이 생각하기에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진실에 따라 행동하며, 금전적 가치 평가의 영역에서 절대적 가치 평가보다는 상대적인 가치 평가에 훨씬 능한 모습을 보여준다. 마케팅 담당자들은 사람들의 이러한 심리를 이용하여 자기네 제품에 대한 가치 평가를 높일 수 있는 '비교 대상'을 심어 놓는다. 사람들의 가치판단을 흔들어 놓기 위해서다. 이처럼 우리는 어떤 가치를 평가하는 과정에 주관성이 개입되기 때문에 흠결이 반드시 존재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가치 평가가 틀린 것은 아니다. 주관적 진실은 시대와 사회에 따라 달라지며, 모두에게 있어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경합하는 진실의 세 번째 종류는 '인위적 진실'이다. 개인적으로, 진실을 편집하는데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언어'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언어는 인간의 내면과 사고방식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요소다. 어떤 언어를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인간의 행동은 달라지기 때문이다. 가령, 자신의 목적에 맞춰 단어를 새롭게 정의하거나 새로운 이름을 짓는 행위는 사실상 새로운 진실을 만드는 것과 다름없다.(p39) 언어가 바뀌면 의미도 바뀌고 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도 바뀌기 때문이다. 인간이 만들어낸 통화(通貨), 브랜드, 국제기구, 시스템 등의 사회적 산물 역시 인위적으로 수정과 변화가 가능한 대상이므로 언제든지 진실을 만들어내고 편집할 수 있다는 점도 참고할 만하다.


   마지막은 '밝혀지지 않은 진실'이다. 진실은 때로는 '예측이나 신념'처럼 실현되지도, 증명되지도 않은 채 경합 상태에 놓여있기도 한다. 우리는 기후 변화와 인공지능이 가져다 줄 미래를 예측하여 제시할 수 있지만, 사실 이런 예측은 100% 실현될 때까지는 절대적 진실이 아니다. 단지, 경합하는 진실일 뿐이다. 종교나 이데올로기 신념도 마찬가지다. 신념은 사람들로 하여금 확신의 형태를 취하게 하고, 결코 흔들릴 수 없는 진실로 생각하게 하며, 그 어떤 진실도 시키지 못할 일들을 하게 만든다. 그러나, 하나의 경전을 해석하기 위해 수많은 경합하는 진실이 달려드는 것을 보면, 신념 역시 아직까지는 밝혀지지 않은 진실에 불과할 뿐이다.



   이처럼 오늘날에는 오해를 야기하는 만들어진 진실이 사방에 널려 있다. 수많은 진실들이 부분적으로, 주관적으로, 인위적으로 그리고 밝혀지지 않은 채 경합의 소용돌이 속에서 춤을 추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만들어진 진실의 홍수 속에서 헤어 나오기 위해서는, 오도된 진실로 인한 확증 편향적인 관점과 편협한 사고방식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진실을 고르고, 소통하고, 수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야말로 탈진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태도다. 우리는 경합하는 진실을 제대로 알아보기 위해 의심하는 태도를 길러야 하며, 자신의 사고방식과 집단의 신념에 딴지를 걸어줄 경합하는 진실을 찾아야 한다. 또한, 진실을 오도하는 사람들을 향하여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오도자라는 꼬리표를 붙일 수 있어야 한다. (저자(헥터 맥도널드)는 이 책(만들어진 진실)에서 그런 사람들을 색출하여 #오해용 진실(#misleading truth)이라는 해시태그 꼬리표를 붙여 대중에게 널리 알리는 방법을 제안한다.)


   그럼에도 가장 강력한 무기는 더 대표성 있고 더 온전한 진실을 들려주는 것이다.(p392) 그것은 경합하는 진실을 우리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렸다. 경합하는 진실들의 공존 속에서 핵심 진실은 갖추되, 저마다의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게 들려주는 것. 이것이 아마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싶다.


무언가에 관해 얘기할 수 있는 진실은 보통 한 가지 이상이다. 경합하는 진실을 건설적으로 사용하면 좋은 방향으로 사람들의 관심과 행동을 이끌 수 있다. 그러나 경합하는 진실을 가지고 우리를 오도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p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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