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체적인 어른이 되고자 하는 청춘들에게
'Dad, how do I'라는 유튜브 채널이 있다. *이 채널은 미국 시카고에 거주하는 '롭 케니'라는 인물이 아버지 없이 자라는 아이들을 위해 넥타이 매는 법, 면도하는 법, 타이어 교체법, 셔츠 다림질 하는 법 등 사소하지만 한 번쯤은 아빠로부터 배워야만 알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하는 채널이다. 그는 어린 시절 집을 나가버린 아버지의 빈자리를 느껴 아버지 없이 자라는 아이들이 자신과 같은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 삶의 기술들을 제공하기 위해 이 채널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즉, 그는 아버지 없는 아이들이 진정한 어른으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만인의 아빠를 자처한 셈이다.
미국에 만인의 아빠가 있다면 한국에는 만인의 엄마가 있다.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의 저자이자 정신분석 전문의 한성희 원장이다. 그녀는 전문의 생활 40년 동안 환자들에게 수많은 이야기들을 해주었지만, 정작 딸에게는 미처 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많음을 깨닫고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녀는 이 책을 통해 세상으로 독립하여 나아가는 자신의 딸에게, 더 나아가 이 세상 모든 딸들에게 인생을 헤쳐나가기 위한 따뜻하고 진솔한 메시지를 전한다. 세상의 모든 딸들이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한 명의 여자로서 또는 만인의 엄마로서 응원을 하는 셈이다.
* 출처 -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0052115073569101
앞서 'Dad, how do i' 유튜브 채널과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를 만인의 아빠와 만인의 엄마가 이 세상의 아들과 딸들에게 건네는 인생 지침서로 분리하여 소개했다. 하지만 사실 이 두 콘텐츠가 주는 주제는 성별과 무관하게 동일하다. 그것은 바로 '주체적인 어른이 되어라'이다. 이 세상 모든 아들과 딸들이 여러 가지 삶의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하고 자기만의 삶을 구축하며 살아갈 수 있는 주체적인 어른이 되도록 응원하고 격려하는 것이 본질인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주체적인 어른이 될 수 있을까?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보니 주체적인 어른으로서 살아가는 것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몸소 알게 된다. 나는 여전히 남들의 평가에 민감하며 사소한 것에 쉽게 흔들린다. 매번 무엇을 이루었는지 과거의 성취들을 회상하기 바쁘고, 높은 자기애의 기준 때문에 시기심과 우울이 잦다. 때로는 냉소주의자가 되어 세상을 허무와 염세로 바라보기도 하고, 완벽주의자가 되어 몸과 마음이 쉬지 못하도록 스스로를 감시하고 통제하기도 한다.
이처럼 나의 내면은 책(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에서 말하는 건강한 자아상과 지혜로운 인간관계, 평생 해야 하는 활동으로서의 일과 조건 없는 사랑을 건설하고 지켜나갈 만큼 확고하지 못하다. 그동안 사회가 정해준 기준과 그 구조 속에 길들여진 탓도 있을 테고, 부모로부터 경제적·심리적으로 늦게 독립한 영향도 있을 테다. 그러나 가장 결정적인 것은 나 스스로가 주체적인 어른으로서의 역할 변화를 맞이하는 것을 두려워했다는 점이다. 주체적인 어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마치 세상 속에 홀로 기투된 존재의 삶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인생에는 중요한 전환점이 있다. 아이에서 어른이 되는 것, 여자에서 엄마가 되는 것, 엄마에서 다시 ‘나’로 돌아오는 것. 이 모든 게 나이를 먹고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과정 같지만 우리는 역할 변화에 따른 전환점을 거쳐야만 한다. 그 과정은 고통스러워서 어떤 사람들은 변화를 인정하지 않으려 든다. 그래서 용기가 필요하다. (p21)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는 다양한 역할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그 역할 변화에 따른 책임과 부담이 주어진다. 학생일 때는 공부와 취업에 책임과 부담을 가졌다면, 사회인이 되고서는 생계유지는 기본이고 앞으로 이끌어갈 삶 자체에 대한 책임과 부담을 가지게 된다. 또한, 한 살 한 살 먹어갈수록 일과 인간관계 그리고 사랑에 대한 책임과 부담도 덩달아 커져간다.
이렇듯 태어나자마자 인생이라는 거대한 과제를 영문도 모른 채 떠맡게 된 '나'라는 존재는 살아가는 햇수에 비례하게 책임과 부담을 가지게 된다. 이 과정은 필연적으로 불안과 고통이 수반된다. 때문에 우리는 이 과정을 회피하기 위해 자기 삶의 주도권을 다른 대상에게 의존하거나 아예 포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주체적인 어른이 된다는 것은 이러한 인생에 대한 책임과 부담을 스스로 견뎌내며, 아무도 가보지 못한 나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것이야말로 아이에서 어른으로의 역할 변화이자 주체적인 어른으로의 도약이다.
책의 저자는 우리가 주체적인 어른이 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용기를 주며 격려한다. 주체적인 어른은 용기를 통해 꽃 피우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구든지 어느 영역에서 만큼은 어린아이와 같은 모습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용기를 제공해주는 존재가 필요하다. 자아, 일, 인간관계, 사랑, 감정 등 인생의 다양한 영역들 속에서 매일매일 실존의 싸움을 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만인의 아빠, 만인의 엄마로서 용기를 제공해주는 존재 말이다.
진로 설정에 고민이 많을 지금 이 시점에 이 책(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은 내게 큰 용기를 주었다. 여전히 나의 내면에는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기만을 원하는 어린아이가 있다. 선택과 책임에 대한 두려움과 삶의 불확실성 속에서 주저하는 어린아이 말이다. 하지만 이 아이에게 세상을 스스로 헤쳐나갈 수 있다는 용기를 심어준다면, 분명 주체적으로 삶을 정립해 나가는 어른으로서 한 걸음씩 세상 속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사회 탓, 부모탓 하지 마라. 더 많이 자신을 들여다보고 더 많이 시행착오에 몸을 던져서 ‘나’라는 주체를 정립해 나가라. (p286)
[서평]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 / 한성희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