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occer Report
2021시즌은 큰 기대가 없던 시즌이었다. 아무래도 작년부터 이어진 코로나의 영향이 가시지 않은 게 가장 컸고, 해외축구는 물론이고 유로나 올림픽 같은 굵직한 메이저 대회들이 시즌 중에 껴 있어서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기대가 작으면 기쁨은 큰 법. 2021시즌의 직관 경기들을 결산하며 돌아보니, 생각보다 다채로운 감각과 풍성한 감동들이 티켓 한 장 한 장에 묻어 있었고, 당시에 느꼈던 생동감과 경기장의 함성 소리가 다시금 기억 속에서 재생되었다. 어쩌면 2021시즌은 내게 있어 축구로 하여금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 준 시즌이 아니었나 싶다. 그만큼 감정적으로 강렬함을 주었던 시즌이었다.
경기력보다는 분위기! 분석과 판단보다는 오감을 자극하는 신체적 경험! 그리고 팬들과 함께 타는 감정의 롤러코스터! 이것들은 오직 직관을 통해서만 경험할 수 있는 묘미다. 이 모든 것들이 아련한 추억들과 함께 뒤섞여 있는 2021시즌 축구(K리그) 직관의 현장을 기록/리뷰/결산을 통해 복기해보고자 한다.
(왼쪽이 홈팀이며, 응원팀에 따라 승패를 표시)
1. 수원FC vs 수원삼성 (0-0 무)
/ K리그 / 캐슬 파크
2. 전북현대 vs 수원FC (1-1 무)
/ K리그 / 전주성
3. 수원삼성 vs 제주유나이티드 (3-2 승)
/ K리그 / 빅버드
4. 인천유나이티드 vs 광주FC (2-1 승)
/ K리그 / 숭의아레나
5. 부산아이파크 vs 부천FC (1-1 무)
/ K리그 / 부산구덕운동장
[축구직관일지] 2021시즌 K리그2 14R .. : 네이버블로그 (naver.com)
6. 성남FC vs 강원FC (1-2 패)
/ K리그 / 탄필드
7. 울산현대 vs 포항스틸러스 (1-1 무)
/ ACL 8강 / 전주성
[축구직관일지] 2021시즌 ACL(아시아 챔.. : 네이버블로그 (naver.com)
8. 수원FC vs 대구FC (1-2 패)
/ K리그 / 빅버드
9. FC안양 vs 대전하나시티즌 (1-3 패)
/ K리그 / 아워네이션
10. 대구FC vs 전남드래곤즈 (3-4 패)
/ FA컵 / DGB 파크
[축구직관일지] 2021시즌 FA컵 결승 2차.. : 네이버블로그 (naver.com)
2021년 직관 기록 : 2승 4무 4패
사실 올 시즌에는 재밌는 직관 경기들이 많았다. 수원삼성의 3-2 대역전극이나, 인천유나이티드의 시우타임, 포항스틸러스의 ACL 혈투기 등등, 하나 같이 극적인 경기들이 많았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극적인 경기를 더 극적인 경기로 만드는 것은 경기의 중요도다. 라이벌전, 최종전 혹은 결승전 같은.
이런 의미에서 2021시즌 하나은행 FA컵 결승전은 그야말로 올 시즌 최고의 직관 경기였다.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대구FC의 홈 경기장 DGB 파크를 방문한 것은 물론이고, 완벽한 시간대의 경기(토요일 낮 12시 30분이라니!), 화끈한 골잔치(무려 7골이 터졌다), 관중 100% 수용으로 인한 경기장의 뜨거운 열기, 그리고 커플 관람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던 경기였다.
물론 응원했던 대구FC가 패배하여 아쉬움이 컸지만, 올 시즌 직관 경기의 피날레를 이렇게 훌륭한 경기로 장식할 수 있어서 여한이 없었다. (스포츠는 진짜 이런 맛에 보는 듯ㅠㅠ) 내년 시즌에도 이렇게 재미와 감동이 넘치는 경기들이 많이 펼쳐지기를 기대해본다.
무려 8개의 경기장을 방문했다. 한창 직관에 미쳐있던 대학생 시절 기록과 동급 수준이다. 하지만 그때보다 올해가 더 우수하다고 생각하는데, 대학생 시절에는 수도권 위주로만 경기장을 방문한 반면, 올해는 지방의 경기장을 무려 3곳이나 방문했기 때문이다. 또한, 수원FC를 제외하면 2회 이상 방문한 경기장이 없을 정도로 선택과 집중보다는 다양성이 확보된 시즌이었다고 볼 수 있다.
새로운 경기장 방문도 2회나 있었다. 부산아이파크와 대구FC의 경기장을 각각 1회씩 방문하였다. 이전보다 더 다양한 경험을 쌓은 것이다. 또한, 새로운 좌석도 경험했다. 인천유나이티드 직관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날씨를 보니 경기 중에 비가 올 것 같았다. 그래서 지붕이 있는 테이블석으로 예매를 했는데, 마침 경기 중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나의 테이블석 예매는 신의 한 수가 되었다.
새로움은 다양성으로부터 나오고, 다양성은 새로움을 유발한다. 다가오는 2022시즌에는 다양한 경기장, 다양한 좌석, 다양한 매치 등을 통해 새로움을 마주하고, 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가지각색의 경험들을 삶 속에 채워나가야겠다.
ㅣ★★★★☆
총 10경기를 직관하였다. 정말 의도치 않게도 - 코로나로 뜸했던 2020시즌을 제외하면 - 4시즌 연속 10경기 직관이다. 시즌 시작하기 전에 직관 10경기를 목표로 한 것도, 시즌 중에 경기 수를 계산한 것도 아닌데 정말 신기할 따름이다.(이것이 축구 DNA?) 함께 한 사람은 여자친구 6회, 지인 2회, 가족 1회, 혼자 1회다. 예전에는 혼자서 참 많이 다녔는데, 직관 경기 수가 줄어서 그런 건지 혼자보다는 누군가와 함께 가는 빈도가 잦아졌다. 그래서 더 즐거웠던 시즌이었는지도 모른다.
2021시즌 K리그1은 전북현대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전북현대는 17년부터 21년까지 K리그 최초 5연패를 달성했고, 역대 최다 우승(9회)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가히 바이에른 전북이라고 불려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K리그 절대강자의 모습을 굳건히 지키는 중이다. K리그2는 김천 상무가 우승하며 1부리그로 승격하였다. 나의 로컬팀 FC안양은 리그 2위라는 창단 이래 최고의 성적을 거두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기세가 오를 대로 오른 대전하나시티즌에 패배하며 아쉽게 탈락하고 말았다. 내년부터는 승강 제도의 변경으로 더 많은 팀에게 승격 기회가 주어지는 만큼, 다시 한번 좋은 기회가 있기를 바래본다.
K리그 팬치곤 좀 늦긴 했지만, 드디어 K리그 축덕카드를 발급받았다. 2022시즌에는 축덕카드를 활용하여 조금 더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지인들과 함께 전국에 있는 K리그 구장을 열심히 돌아다닐 계획이다. 안 그래도 14년도에 세웠던 버킷리스트 '10년 안에 전국에 있는 K리그 축구장 정복하기'를 달성하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