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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Mar 27. 2022

[서평]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 손웅정

- 손흥민을 탄생시킨 손웅정의 삶의 철학



나의 축구는 온전히 아버지의 작품이다.
- 손흥민 -



   대한민국 국가대표 공격수 손흥민의 어록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핫스퍼의 주전 공격수로서 이미 월드클래스 반열에 오른 손흥민은 자신의 성공을 모두 아버지의 공로로 돌렸다. 분명히 스스로의 피나는 노력과 성공을 위한 전략이 있었을 텐데, 자신의 축구 커리어가 온전히 아버지의 작품이라는 말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그래서 이 책(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을 펼치게 되었다. 미디어에서 보이는 것 이면의 이야기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 가려진 내막이 궁금했다.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 씨는 그의 아들에게 어떤 축구를 가르치고, 어떤 교육을 했던 것일까? 손웅정 씨는 손흥민이 성공적인 축구 커리어를 쌓아가는데 어떠한 요인들을 강조했을까?



ㅣ1. 축구 철학: 기본기가 전부다.


   손웅정 씨는 늘 기본기를 강조했다. 자신의 분야에서, 주어진 인생 앞에서, 다양한 인간관계 속에서, 그 어디에서든 항상 기본을 중요시하고 또 중요시했다. 누구나 할 수 있고, 누구나 배울 수 있는 쉬운 말과 행동일지라도, 기본자세에, 기본 덕목에 집중했고 또 집중했다.


   기본기에 대한 그의 철학은 축구에서 가장 많이 강조됐다. 그에게 기본기란 자기 실력의 평균을 담보할 수 있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본기가 탄탄해야 언제나 평균 기량을 유지할 수 있고, 기복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선수는 항상 최상의 컨디션에서 경기를 뛰는 것은 아니다. 최상에 가깝게 컨디션을 유지하고자 애쓸 뿐이다. 그래서 평소 실력과 기본기가 중요하다. 기본기가 좋은 사람은 평균 기량으로 경기를 소화할 수 있다. 신체가 따라주지 않는데 정신력만으로 경기를 계속할 수는 없다. p25


   그렇다면 손웅정 씨는 왜 그렇게 기본기에 집착했을까? 그 이유는 자기 삶에 대한 반성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유년 시절은 그야말로 악바리와 깡다구였다. 축구를 하고 싶다는 집념 하나로 무리하게 훈련을 강행했고, 축구를 수단으로 삼으려고 하는 어른들의 부조리에 격렬히 저항했다. 그러나 그러한 악착같은 집념과 막무가내 정신은 신체에 무리를 가져다주었고, 결국 이른 나이에 은퇴를 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그래서 그는 말한다.



나처럼 하면 안 된다.



   자신의 오류를 두 번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심, 자신의 후배들만큼은 자신의 전철을 밟게 하지 않겠다는 결심, 그래서 내린 결론이 바로 '기본기에 답이 있다'라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의 실패를 자양분 삼아 자신만의 철학을 만들고 다른 길을 창조해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그의 축구 철학이 바로 기본기다.


끊임없는 변수에 대응하려면 기초가 탄탄해야 한다. 차곡차곡 밑바닥부터 쌓지 않으면 기량은 어느 순간 싹 사라진다. 더 높이 올라갈 수 있으려면 바닥부터 사다리를 딛고 가야 한다. p104


아무리 시간이 걸려도 뿌리가 튼튼한 게 먼저다. 보이는 위쪽보다 보이지 않는 아래쪽을 더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 p123


축구의 비밀은 볼에 있다. 볼을 다룰 줄 알아야 축구를 할 수 있다. 기본기는 실전 경기에서 볼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이다. p127


   손흥민의 축구를 보면 패스, 드리블, 트래핑, 슈팅 등의 플레이가 굉장히 안정적이다. 그만큼 기본기가 잘 잡혀있다는 증거다. 손웅정 씨는 어린 시절 손흥민에게 패스를 완벽하게 익히고 나서야 드리블, 슈팅 연습을 시켰다고 한다. 슈팅이 주는 쾌감과 골의 기쁨을 맛보기 전에 재미없고 지루한 기본기들을 먼저 연습했다니, 정말 답답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지난한 과정을 겪고 이겨냈기에 월드클래스로 성장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내 삶에 있어서 기본기를 다루어야 하는 영역은 무엇일까? 나는 어떤 기본기가 필요할까? 무언가를 하고자 할 때, 기본기는 건너뛰고 목표만 성취하려고 하지는 않았는지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된다.



ㅣ2. 교육 철학: 아이들을 위한 축구


   손웅정 씨는 어른들을 위한 축구를 하지 않았다. 그는 아이들을 위한 축구를 했다. 아이들을 위한 축구란 아이들이 좋아하는 축구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고 지원해 주는 것이다. 아이의 성공과 성과에 집착하는 것은 어른들을 위한 축구다. 그것은 축구의 본질을 훼손하는 행위이자 아이들의 행복을 앗아가는 행위에 불과하다.


   그는 아이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모든 지 지원해 줘야 하는 것이 부모의 책임이자 역량이라고 말한다. 아들이 가장 좋아하고 원하는 축구를 행복하게 할 수 있도록 돕고, 지원하고, 헌신했기 때문에 오늘의 손흥민이 탄생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운동할 때 필요한 거 있으면 아빠가 지원해 줄게.
행복하게만 운동해라.



   일례로, 유스 시절의 손흥민이 독일에 있을 때 손웅정 씨는 한국으로부터 근육을 풀어주는 전담 마사지 출장까지 부르면서 손흥민의 근육을 관리했다. 그가 아이들을 훈련시키며 중요하게 생각했던 중 하나가 바로 근육이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근육은 새싹처럼 여리다. 무리한 충격을 가해서도, 혹사시켜서도 안 된다. 그런 세심한 지원 하나하나가 있었기에 넘어지고 쓰러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아이들의 일에 실패란 없다. 오직 경험만이 있을 뿐이다. p215



ㅣ3. 인생 철학: 삶에 대한 태도


   화무십일홍이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열흘을 넘기지 못한다는 말이다. 손웅정 씨는 손흥민에게 항상 겸손과 감사를 강조했다. 달도 차면 기우는 것처럼, 절정의 기량과 월드클래스적인 퍼포먼스도 언젠가 쇠퇴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나의 실력과 재능에 취하지 않고 삶이 주는 기회에 감사와 겸손으로 반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결국 인생은 화무십일홍이기 때문이다.


오늘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다 해도 오늘 축구를 할 수 있었음을 감사할 수 있는 선수. 오늘 경기가 잘 풀렸다면 그 행복감을 만끽하는 선수. 돈과 명예를 떠나 공을 찰 수 있음에 감사와 행복을 느끼는 선수. 멀리 봤을 때 나는 이것이 답이라 생각한다. p201


   그는 또한 축구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었다. 운동장에서 볼을 잘 차는 것보다 인간다운 인간이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함을 강조했다. 성공이 아닌 성숙을 목표로, 재능보다는 인성을 다듬으며 살아가는 것이 축구를 잘하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마도 손흥민 선수가 어떠한 논란거리 없이 세계 최고의 레벨에 머무를 수 있는 이유는 삶을 대하는 이런 태도로부터 비롯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먼저 재능과 성공을 운운하는 것은 앞뒤가 뒤바뀐 이야기다. 축구를 대하는 태도, 삶을 대하는 태도가 먼저다. p273


사진 출처 - https://www.donga.com/news/Sports/article/all/20211020/109789823/1


   이처럼 이 책(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에는 손웅정 씨가 삶을 바라보는 시선과 태도, 그리고 그만의 철학이 담겨 있다. 성공의 정의, 아이들을 바라보는 자세, 능동성, 주체성, 열린 환경, 개별적인 삶, 행복과 성장, 감사와 겸손 등의 가치들이 축구와 교육에 녹아들어 있다.


   무엇보다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고 반추할 줄 아는 성찰의 자세가 손웅정 씨의 삶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이 자세로부터 연구가 시작됐고, 아카데미가 열렸으며, 손흥민의 축구가 탄생했다. 적어도 다음 세대들만큼은 자신과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자신의 남은 인생을 투자하는 것, 어쩌면 축구를 축구답게 한다는 것은, 더 나아가 인생을 산다는 것은 이러한 가치들을 아름답게 실현하는 것은 아닐까.


   나의 축구는 온전히 아버지의 작품이라는 손흥민의 말이 진실되게 들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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