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마의 생각을 엿보고 싶다면
이 편지들을 읽는 여러분은 악마가 거짓말쟁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 c.s 루이스 -
악마로부터 편지가 도착했다. 무려 31통이나 말이다. 발신인은 ‘스크루테이프’라는 악마고, 수신인은 그의 조카 ‘웜우드’라는 악마다. 이들은 ‘환자’라고 칭하는 그리스도인을 원수(예수 그리스도)로부터 떼어내기 위해 온갖 계략과 술수를 주고받는다. 이들의 목적은 하나다. 환자(그리스도인)를 지옥으로 이끌어 잡아먹기 위함이다.
기독교인이라면 한 번쯤은 꼭 읽어봐야 할 책이 아닌가 싶다. 소름이 끼칠 정도로 악마의 성질과 특징을 실제적으로 묘사했으며, 기독교인들이 가질 수 있는 치명적인 약점과 유혹들을 통찰력 있게 그려냈다. 어떻게 하면 그리스도인을 넘어뜨리고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멀어지게 할 수 있을까를 처절하게 고뇌하는 악마들의 모습을 보면 경건의 안주함과 나태함에 경종을 울리게끔 한다.
악마들의 속임수와 계략들은 결코 과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다. 이들은 아주 적당하게 그리고 아주 교묘하게 그리스도인을 지옥의 삶으로 서서히 잠식시킨다. 우리의 삶에서 가장 중요하고 깊이 있는 가치와 주제들(예를 들면, 사랑, 겸손, 믿음, 기도, 결혼 등등)을 왜곡시키고, 변질시키고, 오해하게 함으로써 말이다. 어쩌면 나는 악마들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는 이 3 단어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천국의 가치라도 왜곡과 변질과 오해를 만나면 다른 값이 나오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용기는 악마가 가장 싫어하는 단어인 반면에 용기를 강등시킨 비겁은 악마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악마들이 원하는 모습과 악마들이 꾸미는 방해공작을 분석하다 보면 하나님이 어떻게 일하시고 그리스도인이 추구해야 할 방향은 무엇인지를 읽을 수 있다. 악마들이 싫어하는 건 곧 그리스도가 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잘못된 인식과 사상을 가려내고, 영적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가르쳐 준다는 점에서 이 책은 마치 혼돈의 해독제와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악마의 관점을 통해 인간의 삶을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하고, 악마의 니즈를 간파할 수 있는 통찰을 길러준 이 책은 정말이지 심오하고도 기발하였다. (물론 작가의 은유적인 서술과 변증법적인 문체가 익숙하지 않아 읽기가 조금 난해하였지만 말이다.) 우리의 일상적 삶은 치열한 영적 전장이며 또,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영적인 두 세계와 원리들이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다. 이것을 실존적으로, 현실적으로 보여준 작가의 탁월한 기법이 독자들로 하여금 영적 각성과 운동성을 지니게 하는 것이 아닐까?
마지막으로, 나의 사고와 내면을 관통해 충격을 주었던 ‘공상을 이용하라’라는 챕터의 한 문장을 인용하며 이 글을 마무리 짓겠다.
‘매일 만나는 이웃들에게는 악의를 품게 하면서, 멀리 떨어져 있는 미지의 사람들에게는 선의를 갖게 해라. 그러면 악의는 완전히 실제적인 게 되고, 선의는 주로 상상의 차원에 머무르게 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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