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피라이터의 촉촉한 감성
나는 글을 쓸 때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쓰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띄어쓰기와 어법, 문단 나누기 역시 놓치지 않으려고 꽤나 애쓴다. 이렇게 공을 들이는 이유는 글에는 문장 간의 인과관계나 주제와 맞는 일관된 흐름이 존재해야 메시지가 명확하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그렇다. 체계와 질서 안에서 이루어진 단어들의 조합은 깔끔한 글, 잘 쓴 글, 군더더기 없는 글이라 찬사를 받는다. 이러한 매끄러운 글의 구성은 글쓰기의 하나의 기준으로써 작용하고, 모든 글들의 모범이 되며, 훌륭한 표본으로 박제된다. 하지만, 그런 기준에 사로잡힌 고정관념으로 글을 쓰려다 보니 한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바로, ‘감성’이 들어갈 틈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일반적인 글쓰기의 기준을 따르지 않는다. 논리와 체계를 파괴한다. 일관성과 보편성은 이미 증발해버렸다. 무작위적인 흐름과 짧은 옴니버스적 구성, 시적 허용과 주관적 해석을 펼침으로써 글에 자유를 허용한다. 거기에 감성 한 스푼을 투하함으로써 글을 물렁거리게 한다. 글을 차갑지 않게 한다. 유연성 있는 단어들의 생기가 글을 읽는 내내 마음의 온도를 따뜻하게 높여준다. 우리가 자주 접하고 자주 사용하는 단어 하나하나를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고, 관찰하고, 표현해냄으로써 평범함을 특별함으로 변모시킨다. 뿐만 아니라 단어들에 얹히는 비유와 은유는 도시 속 현대인의 메마른 감성을 촉촉하게 적셔준다. 이러한 글의 구성들로 인해 내 생각과 내 글도 감성의 비에 시나브로 젖어가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다채롭고 예쁜 단어들을 심도 있게 우려낼 수 있는 원천은 과연 무엇일까 궁금했다. 내가 저자가 아니라 잘 모르겠지만 그 원천은 아마 ‘자연’이 아닐까 싶다. 단어 하나하나를 자연의 속삼임에 빗대어 관찰하고 사색할 때, 자연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단어들의 표정과 모양들을 발견할 수 있는 것 같다. 자연이야말로, 태초부터 영원까지 존재하는 진정한 음유시인이니까.
카피라이터의 독창적인 예술성을 닮고 싶다. 그리고 그런 독창적인 예술성을 발휘해 나만이 알아볼 수 있는 글이 아니라 모두가 알아볼 수 있는 글, 내가 쓰는 글에 대한 주관적인 생각과 느낌을 타인이 온전하게 이해할 수 있는 그런 특별하고 공감적인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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