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루살렘 살인사건
예루살렘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그것도 4일 동안 4번이나. 피해자들은 모두 등가죽이 찢겨 나갔고 옆구리가 찔린 채 사망했다. 피해 장소도 성전, 우물, 화로, 수도교 등 모두 달랐고, 피해자의 신분도 창녀, 병자, 소년, 백부장 등 모두 달랐다. 도대체 누가 이런 참혹한 연쇄 살인을 저지른 것일까? 그것도 순례자들이 몰려드는 예루살렘 땅에서, 유대인들의 가장 큰 절기인 유월절이 일주일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이정명 작가의 ‘밤의 양들’은 단순한 소설책이 아니다. 집필기간만 12년이며, 종교와 역사 그리고 철학을 총망라한 추리 장르의 문학 소설이다. 게다가 부록에 수록되어 있는 수많은 주석과 인용자료들은 이 책이 세월을 갉아먹는 고뇌와 번민 속에서 잉태되었음을 증거 한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마치 한 권의 신학 서적을 읽는 듯한 느낌, 한 편의 역사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 하나의 철학 강의를 듣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 그만큼 방대한 양의 역사적 사료들과 성경의 세부 내용들을 오밀조밀하게 잘 엮어냈다.
그러나, 역사적 사실로 존재하는 성경 이야기의 일부를 작가의 상상력과 결부시켜 집필했다 한들, 기독교 역사와 관련된 배경지식이 없으면 읽기가 조금 어려운 책이다. 책의 시대적 배경은 강성했던 로마 제국 시대이고, 등장인물들은 주로 성경 속의 인물들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등장하고 그의 제자들이 등장함으로써 사복음서의 이야기가 그대로 재현된다. 때문에, 성경의 역사적 배경을 소설로 재구성시킨 이런 플롯이 나에게는 지평의 확장과 더불어 새롭게 다가왔다. 특히, 군데군데 등장하는 조연 인물들의 내력이 성경에서 알짜배기로 등장하는 인물들이라는 점이 굉장히 흥미롭게 다가왔는데 이런 깨알 같은 내용들이 더해지면서 글에 흡입력을 더해주었다.
문장 하나하나가 쉽게 쓰이지 않았다는 것을 읽으면서 느꼈다. 퇴적된 시간의 무게들과 한 땀 한 땀 정성을 담은 사색이 문장 속에 깃들여 있었다. 그러나, 수려하고 유구한 책의 내용에 비해, 어떤 메시지가 책 속에 담겨있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살인사건은 종결되었고, 범인은 십자가 처형을 당했으니까. 다만, 이 책이 진리를 함축적으로 드러내고 있고, 주인공 ‘마티아스’가 구원의 은혜를 입는 서사를 담았다는 점은 복음이 무엇인지 충분히 표현되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어찌 되었든, 밤의 양은 천국에 갔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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