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축구 리뷰
2020.10.17
What a ridiculous match
- 미겔 델라니 -
How’s that offside? Game’s gone mad
- 세스크 파브레가스 -
허탈해서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어이없다는 표현으로도 지금의 심정을 담아낼 수 없다. 마치, 내가 가진 돈이 전부 휴지조각이 된 것과도 같은 느낌이다. 도대체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어리석은 경기였다"라는 인디펜던트 기자 미겔 델라니의 말처럼, 20/21시즌 EPL 5라운드 최고의 빅매치였던 머지사이드 더비(에버튼 vs 리버풀)는 많은 논란을 빚어내며 마무리되었다.
51년 만에 개막 4연승을 달리며 선두를 지키고 있는 에버튼과 디펜딩 챔피언 리버풀이 만났다. 두 팀은 같은 연고지를 사용하는 지역 라이벌팀답게 매번 치열하고 거친 경기를 보여준다. 때문에 레드카드가 가장 많이 나오는 더비로도 유명하다. 물론 이번 경기도 예외는 없었다.
에버튼은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이 부임한 이후, 전력을 재정비하며 상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였고, 올 시즌 4전 전승이라는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도미닉-칼버트 르윈의 폼은 절정에 달했고, 여름에 영입한 콜롬비아 스타 '하메스 로드리게스'는 적응기 없이 EPL을 지배하고 있다. 반면에, 리버풀은 아스톤 빌라전 대패와 몇몇 선수들의 코로나 확진 판정으로 분위기가 조금 다운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사디오 마네와 티아고 알칸타라가 에버튼전에 맞춰 컴백했고, 마티프가 부상에서 돌아오면서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에버튼 역시 안드레 고메스와 알란, 콜먼이 부상에서 복귀하면서 두 팀은 거의 베스트 대 베스트로 맞대결을 펼치게 되었다. 한 마디로, 꿀잼 경기가 예약된 것이다.
리버풀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중원 라인을 선발로 내세웠다. 바로, 파비뉴-티아고-헨더슨 라인이다. 개인적으로, 티아고가 영입된 이후에 저 조합을 꼭 보고 싶었다. 세 선수 모두 패스가 좋은 선수들이기에 경기 점유율을 높이는 동시에 공격진에 힘을 더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치 바르셀로나 전성시대를 열었던 세 얼간이(사비-이니에스타-부스케츠) 라인처럼 말이다. (물론, 그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킥오프 휘슬 소리가 울린 지 3분도 채 안 돼서 사디오 마네가 선제골을 터뜨렸다. 왼쪽 측면에서 오버래핑을 하던 로버트슨이 마네에게 컷백 패스를 했고, 마네가 지체 없이 슈팅으로 연결해 골을 터뜨렸다. 확실히 마네가 나오니까 공격이 살아나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곧바로 리버풀에 악재가 찾아왔다. 핵심 수비수 버질 반 다이크가 상대 골키퍼 조던 픽포드와 부딪혀 부상을 당한 것이다. 안 그래도 최근 수비 불안이 심각한데 반 다이크의 부상은 리버풀에 치명타일 수밖에 없었다. 반 다이크 아웃 후, 곧바로 조 고메즈가 투입되었으나, 이때부터 뭔가 쎄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전반 19분, 코너킥을 얻어낸 에버튼이 동점골을 터뜨렸다. 명불허전 정확하고 날카로운 킥을 자랑하는 하메스 로드리게스의 코너킥을 마이클 킨이 헤딩으로 연결해 골을 뽑아냈다. 안첼로티 감독이 하메스를 영입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에버튼에는 헤딩에 능한 선수가 꽤나 많다. 때문에 세트피스 같은 공중볼 경합 상황에서 확실하게 우위를 가져가기 위해 하메스의 정확하고 날카로운 킥이 필요한 것이다.
티아고 영입은 확실히 리버풀에게 생기를 불어넣어주었다. 역습 전환 시 빠른 전진 패스가 증가했고, 날카롭고 창의적인 볼 배급이 전방에 골고루 전달되었다. 조던 헨더슨은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로서 활발한 움직임을 가져가며 리버풀이 중원 싸움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왔다. 파비뉴 역시 가로채기와 태클을 여러 번 성공시키며 상대의 공격을 번번이 무력화시켰다.
경기의 주도권을 가져가던 리버풀이 후반 25분에 역전골을 성공시켰다, 예리 미나가 잘못 걷어낸 볼을 모하메드 살라가 강력한 발리 슈팅으로 에버튼의 골망을 갈랐다. 이 득점으로 모하메드 살라는 리버풀 소속 100호 골(159경기)을 달성했고, 득점 공동 선두(6골)로 올라섰다.
그러나, 에버튼에도 살라와 같이 득점 공동 선두를 달리는 선수가 있었다. 바로, 최근 절정의 폼을 자랑하고 있는 도미닉-칼버트 르윈이다. 올 시즌 헤딩으로 해트트릭을 기록했을 정도로 헤딩에 능한 칼버트 르윈은 이번 경기에서도 헤딩으로 골을 뽑아냈다. 루카 디뉴의 크로스가 꽤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타점에서의 헤딩슛으로 동점골을 뽑아냈다. 공중볼 경합에 능한 반 다이크의 부재가 더욱더 아쉬워지는 순간이었다.
경기가 막바지로 흘러갈 무렵, 에버튼의 공격수 히살리송이 티아고에게 거친 태클을 가하며 퇴장을 당했다. 주심이 보자마자 곧바로 레드카드를 선언할 정도로 심한 태클이었다. 양 발을 들고 슬라이딩 태클을 감행했는데 이는 선수의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다. 리플레이를 몇 백번 돌려봐도 논란의 여지가 없는 레드카드 감이었다.
논란의 여지는 종료 2분 전에 나왔다. 조던 헨더슨의 극적인 골로 리버풀의 3-2 승리가 눈앞에 온 것 같았으나 VAR은 조던 헨더슨의 골을 무효로 판정했다. 헨더슨이 패스를 받기 이전에 마네가 오프사이드에 있었다는 것이다. 육안으로 봐도, 선을 그어서 봐도, 아무리 봐도 명백한 오프사이드로 확언할 명확함이 없어 보인다.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판정을 하는지 모르겠다. VAR 오프사이드 규정에는 동일선상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 것일까? 설령, 오프사이드가 맞더라도 이런 판정은 축구를 위해 VAR을 하는 건지, VAR을 위해 축구를 하는 건지 혼란이 들 정도로 축구의 정신을 훼손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경기는 2-2로 마무리되었다.
수많은 영국 언론과 축구계 인사들이 오프사이드 결정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하지만 EPL에서는 올해부터 바뀐 규정으로 인해 오프사이드가 맞다고 주장한다. 허나, 어떤 주장이 옳든 간에 VAR이 규정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납득할 만한 기준으로 측정하는가가 중요할 것 같다. 그리고 과거 심판의 오심 논란이 늘 있었던 것처럼, VAR에 대한 논란도 늘 있을 것 같다.
그나저나, 확실히 에버튼의 경기력이 달라진 게 느껴졌다. 늘상 리버풀을 상대할 때, 맞춤형 전술로 나오거나, 선 수비 후 역습 전략으로 나왔던 에버튼이 이번 경기에서는 자기들의 축구로 달려들었다. 이제는 대등하게 싸워볼 만한 전력을 갖추었다는 소리겠지.
그래도 리버풀은 못 이길 테지만 :)
10년 동안, 23경기 째 못 이기고 있잖아?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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