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축구 리뷰
2020.10.25
예년과 다르게 시즌이 늦게 개막함으로써 경기일정이 매우 빡빡해졌다. 특히, 유럽 대항전을 병행하는 팀들은 이번 달 내내 주중 경기를 소화해야 할 정도로 경기수가 많다. 리버풀 역시 주중에 챔피언스리그 1차전을 치르러 아약스 원정을 다녀왔다. 다행히 승점 3점을 챙겼지만 숨 돌릴 틈도 없이 셰필드 전이 펼쳐졌다.
부상을 당했던 알리송 골키퍼가 돌아왔다. 더 이상 아드리안의 호러쇼를 안 봐도 된다고 생각하니 반 다이크의 부상 소식에 대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된다. 마팁과 티아고도 아마 다음 주 리그 경기 때는 복귀할 수 있을 거라 하니 한숨 돌릴 수 있지 않나 싶다.
리버풀이 이번 시즌 처음으로 4-2-3-1 포메이션을 선보였다. 기존 마누라 라인에 디오고 조타를 포함시킨 공격진이었다. 과거 Fabulous 4(피르미누, 마네, 살라, 쿠티뉴)가 건재할 때 자주 선보였던 전술인데 쿠티뉴 자리에 조타가 배치되면서 다시 한번 볼 수 있게 되었다. 더블 볼란치의 안정된 기반 위에서 네 명의 공격수들이 활발히 스위칭하며 유기적인 공격 패턴을 가져가는 공격적인 경기력을 기대해보았다.
상당히 답답했던 전반전이었다. 전반 13분, 파비뉴의 파울로 페널티킥을 허용하며 선제골을 내주고 시작했다. 이번에도 석연치 않은 VAR 판정이었으나 이젠 뭐 한 두 번도 아니니 그러려니 했다. 초반부터 강하게 압박하며 들어오는 셰필드의 투톱에 파비뉴와 고메즈가 버거워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리버풀이 동점골 사냥에 나섰다. 그러나 파이브백을 들고 나온 셰필드의 수비는 촘촘했다. 일반적인 공격 패턴으로는 기회를 창출하기 어려웠다. 더구나 셰필드에는 제공권에 능한 선수들이 많아 세컨드 볼을 따내거나 높이 싸움에서 리버풀이 현저히 밀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럴 경우엔 개인 기술로 밀집 수비를 뚫어내거나 탈압박을 통해 공간을 가져가야 하는데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전반을 마치기 전에 동점골을 넣어야 후반을 쉽게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한 찰나, 전반 41분 가출형 공격수가 집에 돌아왔다. 헨더슨 오른쪽으로 빠지면서 크로스 올렸고 마네의 헤딩이 골키퍼를 맞고 나오자 피르미누가 침착하게 골문으로 차 넣었다. 피르미누는 올 시즌 홈에서 첫 득점을 성공시키며 가출형 공격수의 이미지를 일찍이 벗어냈다. 매우 어려웠던 전반전이었기에 동점으로 마무리했다는 것이 고무적인 성과였다.
후반전에는 리버풀이 경기 주도권을 가져갔다. 셰필드가 전반에 비해 에너지 레벨이 감소한 탓이 컸다. 셰필드는 이번 경기에서 뿐만 아니라 올 시즌 치렀던 경기에서 90분 내내 일관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결과를 내지 못하며 강등권 순위에 처하게 되었는데, 아마 이것이 강팀과 약팀의 클래스 차이가 아닌가 싶다.
후반 18분, 살라가 환상적인 퍼스트 터치를 가져가며 역전골을 터뜨렸다. 그러나 VAR 판독 결과 오프사이드로 판정되었다. 그러나 아쉬움을 달랠 시간도 없이 곧바로 역전골이 터졌다. 마네가 왼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조타가 헤딩으로 연결하며 골네트를 갈랐다. 경기 막바지 셰필드는 공격수 버크를 교체 투입하면서 반전을 꾀하려 했으나 몇 차례 위협적인 슈팅 이외에는 별 소득이 없었다. 결국 경기는 리버풀의 2-1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오늘 경기에서 이름에 '조'가 들어간 선수들이 유난히 좋은 활약을 펼쳤다. 조타의 역전골을 필두로, 조 고메즈는 94%의 패스 성공률과 경기 최다 클리어링(8회)을 성공시켰다. 무엇보다도 조던 헨더슨의 공이 컸다. 12km라는 어마 무시한 활동량을 보여주며 중원을 지배했고 오른쪽 측면까지 커버하며 캡틴다운 면모를 보여주었다. (그러고 보니 이름에 ‘조’가 들어간 선수가 은근히 많네? Feat. 조르지뇨 베이날둠)
오늘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면서 홈 62경기 무패를 달성했다. 적어도 안필드에서만큼은 지지 않는 리버풀이다. 심지어 62경기 51승 11무로 승률도 높다. 올 시즌도 거침없는 홈 깡패의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또한, 하루빨리 코로나가 종식되어서 팬들이 가득 찬 안필드의 풍경을 보고 싶다. 안필드의 진가는 뭐니 뭐니 해도 팬이니까.
아 그리고, 로버트슨의 리버풀 소속 100경기 출전을 축하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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