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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Oct 24. 2020

내 생각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 일상 에세이


내 생각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자기계발의 일환으로 주중에 독서모임과 철학 스터디에 참여하고 있다. 조금 더 깊은 사색과 사유를 통해 삶을 바라보는 지혜와 통찰력을 기르고 싶은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도 내 생각을 찾고 싶어서였다. 왜냐하면, 내가 내 생각을 찾고 말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모임이나 스터디에서 담론을 펼칠 때면 개개인의 생각을 많이 물어본다. 책에 대한 본인의 생각은 어떤지, 오늘 배운 철학자의 사상이 어떻게 생각되는지 등등. 그런데 나는 이 담론에서 내 생각을 말하는 것이 어렵게만 느껴졌다. 내 의사소통 체계와 방식이 먼저 충분히 숙고할 시간과 글로 정리할 시간이 필요한 탓이기도 하지만, 그런 질문을 받았을 때 곧이곧대로 자기 생각을 술술 말하거나, 그저 직관적으로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내가 내 생각을 생각해내고 말하는 것이 많이 부족하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나는 어떤 작품을 읽거나 사건에 대해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 항상 그에 대한 선행 이론(?)을 찾아보고 글을 쓰거나 말을 했다. 즉,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 그대로를 쓰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남의 생각을 먼저 읽고 그것에 내 생각을 덧붙이거나, 그에 비판하는 방식으로 평을 한 것이다. 그래서 순수한 나의 생각, 다른 것들이 반영되지 않은 오직 나만의 고유한 생각을 생각하기가 어려웠다.


   순수하고 고유한 나만의 생각을 가지고 싶었다. 나도 그것을 내보이고 싶었다. 그래서 스스로 질문했다. 내 생각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가공되지 않고, 다른 재료들이 첨가되지 않은 나만의 순수하고 고유한 생각은 과연 어디서 오는 것일까? 나만의 경험에서 오는 것일까? 아니면 내가 살아온 삶에서 오는 것일까? 순수한 생각의 근원은 과연 무엇일까?


  이러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문득 독서모임에서 배웠던 서평의 형식이 떠올랐다. 저자의 주장을 파악한 후, 그 주장을 동의 혹은 반박할 만한 내 삶의 경험을 이끌어내 쓰는 형식이다. 그전까지 나는 책에 대한 단순한 감상 및 내용 위주의 서평을 썼었는데 이 형식을 도입하고 나서 내 삶의 다양한 소재들을 저자의 주장에 적용해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나아가 이 형식이야 말로 내 생각을 찾아내는 방법임을 깨달았다.



   어떤 작품에 대한 주제나 이론을 나의 과거의 삶과 경험을 반추하며 적용했을 때, 나만의 색깔을 지닌 비판과 동의가 흘러나올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곧 나의 순수하고 고유한 생각이 된다. 왜냐하면, 나의 삶은 오직 나만이 살 수 있는 것이며, 나의 경험은 온전히 나만이 겪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나의 삶과 경험이 반영된 순간 그 생각은 오롯이 내 생각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유로, 나만의 순수하고, 고유하고, 창의적인 생각은 내 삶과 경험을 적용할 때 나오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아마도, 세계적인 거장이 말했던 ‘가장 개인적이것이 가장 창의적이다’란 말은 바로 이런 의미가 아니었을까 싶다.



#일상 #에세이 #생각

#SUN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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