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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Oct 30. 2020

글과 삶3 : 글은 완결을 내야 한다

- 일상 에세이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오른다.


   재빨리 스마트폰 메모장을 펼치고 떠오르는 생각들을 빛의 속도로 타이핑한다. 생각의 바구니에서 적절한 단어들을 찾아 조합하고 화면에 나열한다. 화면 속에 하나의 그럴듯한 문장이 완성된 걸 보니 약간의 성취감과 뿌듯함이 밀려온다. 생각을 언어화했다는 것에 대한 만족감과 함께.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기발한 생각 한 줄, 인사이트 넘치는 문장 하나, 감성과 이성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문단 하나로는 마치, 90분 내내 화려한 기술과 패스를 구사하며 아름다운 축구를 하지만 정작 골을 넣지 못하는 축구팀과도 같다. 그것은 글이 아니다. 그것은 글을 빙자한 텍스트 덩어리일 뿐이다. 모든 글은 마침표를 찍을 줄 알아야 한다.


   즉, 모든 글은 완결을 내야 한다.



   글을 자주 쓰거나 메모를 자주 하는 사람들은 - 꼭, 그런 사람들이 아니더라도 - 공감할 것이다. 산책을 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샤워를 할 때 느닷없이 '인사이트'라는 손님이 찾아온다는 것을 말이다. 이 손님에게는 얻을 수 있는 삶의 지혜와 유익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어서 빨리 메모장으로 초대하고 대접해야 한다. 만약 그대로 방치해두었다가는 이 손님은 순식간에 휘발되어 내 생각의 바운더리 근저에 남겨 놓을 수 없게 된다.

 

   나 역시 괜찮은 생각들과 인사이트를 삶에서 발견한다. 그리고 메모장에 옮겨 놓는다. 짧은 문장이지만 그 문장이 주는 임팩트가 강력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문장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선 그 문장이 생각나게 된 선행 이론, 배경 등이 열거되어야 하고, 그 문장을 논리적으로 전개할 살을 붙여야 하며, 그 문장의 핵심 메시지를 담아 결론을 낼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단순한 한 문장은 글이 아니다. 문장이 문단이 되고, 문단이 이야기가 될 때, 비로소 글이 된다.



   내 메모장에는 사장된 수많은 문장들이 있다. 모두 완결을 짓지 못해 태어나지 못한, 빛을 발하지 못한 안타까운 문장들이다. 개중에는 철학적 사유가 담긴 문장들도 많고, 삶의 지혜를 간결하게 녹여낸 문장들도 많다. 내가 썼나 싶을 정도로 고급진 문장들도 많고, 시적인 문장들도 많다. 그러나 이 모든 문장들은 완결을 내지 못해 하나의 글로 탄생하지 못했다. 아쉬울 따름이다.


   좋은 사업 아이디어가 있어도 사업계획서를 통해 구체화시키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되는 것처럼, 좋은 문장이 있어도 한 편의 글로써 완결을 내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된다. (무용지물보다는 빛을 발하지 못하는?) 앞으로 좋은 생각이나 인사이트가 떠올랐을 때, 그저 문장으로 그치지 않고, 문장을 넘어 한 편의 글로 완결 내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겠다. 빛을 내려면 말이다.



#일상 #에세이 #글과삶

#SUN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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