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방금 뭐하고 있었는지도 기억이 안나고 바보가 됐어요.
30대 젊은 여성이 실수하면 안되는 직장에서 완성도에 집착하며 스트레스 받다가 기억력, 집중력이 심하게 떨어진다며 찾아왔습니다.
환자가 가장 걱정하던 것은 인지기능 저하였는데, 환자와 면담을 지속해보니 불안 증상이 두드러져 보였습니다.
그녀가 불안에 떨다가 기억력, 집중력이 이토록 떨어지게 된 이유가 뭔지 해부학적으로 설명드리겠습니다.
우선, 불안증상을 뇌 해부학적 구조로 설명하면 크게 두가지로 나뉩니다.
Fear(공포)는 amygdala(편도체)에서, worry(걱정)은 CSTC loop라는 뇌 회로에서 다뤄집니다.
1.Fear(공포)
공포 자극이 amygdala(편도체)에서 활성화되면 다른 뇌 부위로 퍼져나가 다양한 증상을 일으킵니다.
전전두엽으로 신호가 가면 ‘의미화, 언어화’되어 ‘감정, 정서라벨링, 의미부여’ 생깁니다.
중뇌(periaqueductal gray)로 신호가 가면 몸을 어떻게 쓸지 결정해서 얼어붙거나, 도망, 공격 등 어떻게 다룰지 결정합니다.
시상하부(hypothalamus)로 가면 내분비 시스템을 활성화시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 분비를 유발합니다.
연수(parabrachial nucleus)로 가면 호흡에 영향을 줘 과호흡을 유발합니다.
교뇌(locus coeruleus)로 가면 자율신경계를 항진시켜 식은땀, 두근거림 등을 유발합니다.
해마(hippocampus)로 가서 기억을 자극해 재경험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PTSD 환자에서 사고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는 증상이 생기는 이유죠.
2.Worry(걱정)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걱정은 실제 우리 뇌의 CSTC loop (Cortex – Striatum – Thalamus – Cortex loop) 라는 해부학적 회로가 계속 돌면서 발생합니다. 이 C,S,T라는 뇌위치에서 서로 축구공을 패스하듯이 걱정을 주고 받는거죠. 그럼 우리가 흔히 ‘생각이 생각을 부르는 상태’에 놓이게 되는 겁니다.
이 회로들이 기억력, 집중력이 떨어뜨리는 기전은 뭘까요?
작업기억(working memory)은 잠깐 지금 이 순간, 머릿속에 잠시 올려두는 공간으로, 쉬운 예시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잠깐 인증번호 옮겨적을 때까지 기억할 때 쓰는 공간으로 생각하면 쉽습니다. 외우려고 의도하고, 반복 학습을 하면 장기기억으로 넘어가고, 그렇지 않으면 금방 휘발되는 기억이죠. 이 기억은 인간이 일을 처리하는데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데요. 이 작업기억은 전전두엽에 저장이 됩니다.
불안하게 되면 이 전전두엽에 저장되는 working memory 공간이 줄어드는데요, 그 기전을 위의 두 구조로 설명드리겠습니다.
1.Fear
편도체(amygdala)가 공포반응을 전달하려고 폭주하면 이 부위로 피가 쏠리게 됩니다. 그럼 전전두엽에 가는 피의 양이 줄어들어 shut down이 됩니다. 질적으로 억제가 되는거죠. 또, amygdala가 시상하부를 자극해 내분비축을 변형시키면 cortisol 분비가 많이 됩니다. 장기간 cortisol에 노출되면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hippocampus)가 위축되고, 기억력이 떨어지는거죠.
2.Worry
CSTC loop에서 C인 Cortex가 바로 전전두엽을 지칭하는데요. 이 loop가 활성화되면서 과부화되면 전전두엽이 걱정 내용으로 꽉 차게 됩니다. 작업기억이 들어갈 공간이 남지 않는 거죠. RAM이 과부화된 상태로 보면 됩니다. 양적으로 억제가 되는 거죠.
이렇듯 불안은 집중력, 기억력에도 큰 영향을 주게 됩니다. 이런 경우, 인지기능에 집착하며 더욱 불안이 도지게 하기 보다는, 불안증상에 대해 치료를 먼저 받는 것이 우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