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환자의 IQ, 취약성, 환자를 보호한다는 것

순수함이 약점이 되지 않는 세상을 위해

by 오호홍

정신과 의사로 일하며 만나는 환자군 중 대표적으로 조현병이 있다.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는 환각, 망상 같은 눈에 띄는 증상에만 집중했는데, 점차 또 다른 중요한 문제를 발견하게 됐다. 바로 "인지 기능의 저하"였다.

악순환의 고리, 인지 기능 저하

'낮은 IQ'는 조현병의 발병 위험 요소 중 하나이면서, 질병이 진행되면서 뇌 기능의 악화로 인지 기능이 더욱 저하되기도 한다. 말 그대로 악순환의 고리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이상한데?', '뭔가 잘못 들었나?' 하며 습득한 정보를 분류하고 걸러내는 일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조현병 환자들은 외부 정보를 처리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정보를 판단하고 신뢰도를 평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들리는 소리든, 눈에 보이는 것이든, 정보를 의심 없이 진실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순수함이 취약점이 되는 순간

안타깝게도 어떤 면에서는 '순수하다'고 표현할 수 있는 그들의 특성은 오히려 사회적으로 취약하게 만든다. 사기나 속임수 같은 범죄의 피해자가 되기 쉽다는 뜻이다.

“의외라고 느낄 수도 있겠다.”

언론에서 종종 보던 조현병 환자 관련 범죄 뉴스들이 떠오를 테니까. 하지만 선입견과 달리, 조현병 환자의 전체 범죄율은 일반인의 5분의 1 수준으로 오히려 매우 낮다.

양성 증상에서 음성 증상으로

우리가 흔히 아는 환청, 망상 같은 양성 증상은 초기에 나타난다. 만성화되면서는 무의욕, 감정둔마, 관심저하 등 음성 증상이 두드러진다. 사회적으로 위축되어 무기력하게 지내는 경우가 많아진다.


조현병 환자가 범죄 피해자가 되는 비율에 대한 정확한 국내 통계는 아직 부족하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분명히 느낀다. 경제적 어려움과 인지 기능 저하, 사회적 낙인이 겹치면서 이들이 착취, 학대, 사기, 사회적 고립 등 각종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된다는 것을.

현장에서 본 안타까운 현실

(각색한 사례)

한 젊은 여학생 환자의 주치의를 맡은 적이 있었다. 오랜 기간 조현병을 앓아 인지 기능이 많이 저하된 상태였다. 문진을 하다가 알게 된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같은 학교 남학생이 이 환자의 순진함을 이용해 지속적으로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금전까지 갈취하고 있었던 것이다. 맑고 순수한 눈빛으로 본인 이야기를 하는데, 상대방의 악의를 전혀 알아채지 못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동시에 그런 약자를 보호해주기는 커녕 악용하는 사람에 대한 분노도 밀려왔다.

의사로서 해야할 일

이런 일들을 겪으며 깨달았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순히 약을 처방하고 증상을 관리하는 것만이 아니라는 걸. 조현병 환자들이 세상의 어두운 면으로부터 보호받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우리의 몫이다.

조현병 환자들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사회적 낙인을 개선하는 것. 그래서 치료 기회를 박탈당하지 않도록 하는 것. 환자들이 고립되지 않고 세상과 좀 더 안전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래서 2차적 피해를 입을 가능성을 줄일 수 있게 돕는 역할. 그것이 의사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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