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을 통해 나를 만나다
이무석교수님의 『친밀함』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딱딱한 이론서가 아니라 살아있는 임상 현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생생함이었다. 구체적인 사례들을 통해 정신분석 과정을 보여주는 방식이 마치 내가 직접 진료실에 앉아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책에서는 간략하게 넘어가지만, 그 분석 과정의 시간들 사이사이에는 얼마나 많은 답답함과 막막함이 있었을까. 성공적인 정신분석은 조급함을 버리고 긴 시간을 견디며 환자와 함께 호흡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환자와 의사 사이에 형성되는 전이와 역전이라는 강렬한 관계 속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해석들. 그 과정에서 서로가 배우고 성장하는 모습이 정말 흥미로웠다. 정신분석의 매력에 다시 한번 푹 빠져든 시간이었다.
잊고 있던 나와의 만남
“인간이 느끼는 깊은 감정들은 결국 다 비슷하다”는 말처럼, 책을 읽으며 오래전 묻어두었던 어린 시절 기억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얼굴이 붉어지는 부끄러운 기억부터 따뜻한 기억까지, 가지각색이었다. 왜 이 장면이 책의 저 부분을 읽을 때 떠올랐을까? 스스로를 정신분석해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였다. 해석을 통해 미처 몰랐던 내면을 발견하기도 했고, 답을 찾지 못한 채 의문만 남긴 장면들도 있었다.
특히 놀라웠던 건 청소년기 내 모습이었다. 생각보다 주체성이 부족해서 스스로를 과대평가하거나 과소평가하며 심리적으로 많이 흔들렸던 시기였더라. 지금처럼 비교적 안정적인 사람이 된 건, 그때 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무사히 통과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안의 어린아이와 화해하기
사실 지금도 내 마음 깊은 곳에는 열등감이나 시기심 같은 어두운 감정들이 남아 있다. 예전엔 이런 감정이 떠오르면 애써 외면하거나 빨리 잊으려 했는데, 이제는 조금 다르게 접근해보려 한다. 부정적인 감정이 고개를 들 때마다 스스로를 들여다보며, 내 마음속에 여전히 남아있는 어린아이가 왜 힘들어하는지 찾아보는 것. 무의식에 자리 잡은 열등감이 나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건강한 거리두기를 연습하는 것.
『친밀함』은 단순히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책이 아니라, 나 자신과 진정으로 친밀해지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었다. 나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부터가 모든 관계의 시작이라는 걸,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