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를 끊고 떠난 여행, 나트랑에서 배운 진짜 휴식법

마음챙김, 현재에 존재하기

by 오호홍

3일 전 갑작스럽게 결정한 여행이었다.

바쁜 일상에 치여 살다가 갑자기 주어진 휴가를 제대로 즐기고 싶었다. 날씨가 좋은 나라들로 추리고 추려 나트랑으로 골랐다.

리조트에서 편안하게 휴식을 즐기고자 읽을 책도 챙겼다. 지금 상황과 어울리게,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라는 산문집을 들고 비행기에 올랐다. 이 책에서 말하길, 보통의 인간들은 현재를 살아가지만 머릿속은 과거와 미래에 대한 후회와 불안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여행은 그런 우리를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로부터 끌어내 현재로 데려다 놓는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 나는 ‘현재에 존재하기’를 적극적으로 실천해보기로 했다. 그동안 내 삶의 크고 작은 일들로 둘러싸여 과거의 후회와 미래의 걱정을 늘 달고 살았는데, 그 짐을 잠시 내려놓는 것이다. 여행이기에 더 쉬운 과제다. 주변을 둘러봐도 모든 게 낯서니 익숙한 생각의 고리를 끊어내고 현재에 집중하기 쉽기 때문이다.

여러 실천 항목들을 나름대로 정리해보았다.


디지털 디톡스: 핸드폰과 잠시 이별하기


첫 번째 방법은 핸드폰을 최대한 보지 않기였다.


유튜브 앱에 들어가지 않는다. 매일 같이 들어가서 자동으로 클릭하던 유튜브 알고리즘을 끊어본다. 네이버 뉴스칸도 웬만하면 들어가보지 않는다. 평소엔 수시로 뉴스 헤드라인을 확인하던 습관이 있었다. 휴가를 즐기는 상황에서, 복잡한 세상사는 불안과 혼란만 더할 뿐 내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데는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휴대폰 속 세상이 아니라 그저 내 주변의 풍경과 사람들, 대화, 소리에만 집중할 뿐이다.


첫날에는 식사를 할 때 같이 볼 유튜브 영상이 없다는 게 허전했다. 하지만 점차 식사를 할 때 앞사람과 눈을 맞추고 음식의 맛에 대해 대화를 나누며 점점 그 시간이 현재로 온전히 알차게 채워진다고 느껴졌다. 나트랑에서 돌아온 지금도 식사 시간엔 음식맛을 음미하고 현재를 온전히 채우기 위해 식사 도중 유튜브를 보지 않는다. 새로 만든 습관인데 점점 익숙해지는 스스로가 마음에 든다.


풍경 속 독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


두 번째는 풀장의 선베드나 라운지에서, 숙소 앞 테라스에서 풍경 좋고 평화로운 곳 어디든 앉아 여유롭게 독서하기였다.


독서를 하면서 떠오르는 생각(책과 관련된 거든, 갑자기 떠오른 전혀 상관없는 생각이든)을 메모장에 끄적이고 생각을 정리하고 다시 흘려보내기. 그러다가 하늘이, 바다색이 예쁘면 풍경을 즐기고 생각에 잠기며 나와 대화를 나눠보기.

책에 온전히 정신을 빼앗기게 놔두지 않고, 의도적으로 독서를 하면서 문장의 흐름을 천천히 음미하고, 읽을 때 떠오르는 감정을 알아차리고 다시 주의를 돌려 현재로 돌아오려고 노력했다.


마음챙김 루틴: 아침 명상과 요가


세 번째는 아침에 일어날 때 예쁜 야자수 풍경을 보며 마음챙김 명상을 하고, 요가 클래스에 참여해보기였다. 둘 다 마음챙김의 훌륭한 도구이다.


온전히 지금 현재의 휴가를 즐기고, 과거와 미래에 대해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에 대해서는 내 스스로 인식하고, 멀리서 바라보다가 흘려보내주기. 그 생각 안에 매몰되고 깊이 빠져들지 않기.


오감으로 느끼기: 현재 감각에 집중하기


네 번째는 현재 감각에 집중하기였다.


리조트 풍경을 눈에 담고, 열대 과일과 베트남 음식을 음미하고, 발마사지를 받을 때 발의 감각에 집중하는 것. 그전엔 좋은 걸 경험하면서도 생각이 다른 곳에 가 있는 경우가 워낙 많다 보니 현재의 즐거움을 온전히 누리지 못했던 것 같다. 이번엔 지금 여기, 현재에 집중하려고 애썼다.


현재에 머무르는 서로 다른 방식들


내가 풀사이드에서 현재에 집중하려고 애쓰는 동안, 문득 주변 사람들을 관찰하게 됐다. 같은 리조트, 같은 휴식 공간에서도 사람마다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방식이 참 달랐다.


동양 사람들은 같이 온 동행들과 어울리며 사진을 찍는 모습이 많이 보이고, 서양 사람들은 혼자서 책을 읽거나 낮잠 자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처음엔 단순한 문화 차이려니 했는데, 곰곰 생각해보니 이것도 각자만의 ‘현재 집중법’이었다.


서양 사람들은 휴가가 2-3주로 길기 때문에 평소 못 하던 느린 활동으로 자신만의 시간을 채운다. 반면 우리는 짧은 휴가 기간에 함께한 사람들과의 순간을 더 소중히 여기며 특별한 경험을 만들어간다. 결국 방법은 다르지만 모두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몰입하고 있는 거였다.


진짜 휴식의 발견: 능동적으로 현재에 머무르기


바쁜 평일을 보내고 나면, 주말에 침대에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고 싶어진다. 이런 주말을 보내면 여유롭게 기력을 보충할 것 같은데 막상 주말이 끝날 때쯤 더 무기력하고 피로하다고 느낄 때가 많았다.


이렇게 내가 휴가를 보내면서 느낀 건, ‘능동적으로’ 현재에 멈추고 집중하려고 노력해야 진정한 휴식이 된다는 것이다. 온전히 마음이 휴식을 취했다고 느꼈다는 말이다.


여행은 ‘현재’에 있게 해주는 아주 쉬운 치트키다. 돈을 써서 직접 과거, 미래와 연관되어 있는 주변 물건들로부터 벗어나기 때문에, 쉽게 멈춤을 시행할 수 있다. 그래서 휴식을 즐기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돈을 쓰더라도 여행을 가려고 애를 쓰는 게 아닐까?


일상으로 가져온 멈춤의 기술


이 멈춤을 즐기는 나만의 방법을 계속 찾아내고 심화시켜 일상에서도 적용하려고 한다.


집 앞 공원을 산책하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비우기, 매일 아침 명상하기, 독서하며 생각 정리하기, 매일 런닝하기(나에게는 내 호흡, 감각에 집중하게 하는 소중한 운동이다.) 그리고, 식사시간에 유튜브를 보지 않기. 음식의 맛을 온전히 느끼고, 함께하는 사람과 눈을 맞추며 대화하기.


여기서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


여러분만의 ‘현재에 머무르기’ 방법은 무엇인가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