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에 관하여
걸었던 이유라던가, 말아 피웠던 타바코의 향이라던가. 생생했던 기억들이, 점차 옅어지는 게 느껴지네요.
산티아고 순례길의 목적지는 산티아고 대성당입니다. 뚜렷한 목적지를 두고 걷는 800km의 길은, 걷는 동안 힘들고 지치더라도, 방향을 잃어버릴 일은 없었습니다. 목적지까지 안내해주는 친절한 이정표가 셀 수도 없이 많았으니까요.
걸을 당시엔 그 길이 사람이 사는 것과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터지는 물집을 견디며 걷다 보니 도착했으니까. 이뤄냈으니까.
귀국 후 1년이 흘렀습니다.
착각했던 것이 있었습니다. 한국에서의 삶의 방향은
스스로 정해야 했습니다.
여긴 이정표가 없더군요.
방향을 정하고 나아가다가도, 길을 잃어버리기 일쑤네요.
그래도 계속 걸어가 보기로 해봅니다.
나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