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모녀, 2박3일 전라도 여행기
우리 모녀에게 행운이 오고 있었다. 타로카드 점술가가 예언했던 그 행운. 갑자기 어떤 계기로 벌떡 일어나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게 된다던 그 기적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시작은 이랬다. 방송국 방청을 너무나 하고 싶어 보낸 사연이 채택되었다. 방청이 아닌 프로그램의 주인공이었다. 우리 모녀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믿겨 지지 않았다. 우선 방송작가에게 감사인사를 하였다.
“너무 감사한데요. 저희는 못 하겠습니다.”
“왜요? 영탁님을 가까이서 뵙는 진짜 좋은 기회잖아요.”
“저희는 오래오래 영탁님을 응원하고 싶어서요. 죄송합니다.”
우리 모녀는 한마음이었다. 방송프로그램에서 우리 모녀로 인해 가수 영탁이 난처한 상황이 될 것 같아 걱정되었다. 상상만 해도 아찔했다. 가수 영탁이 늘 말한 것처럼 언모만 하는 날은 앞으로도 올 거라 믿었다. 감사하게도 방송작가는 우리 모녀의 마음을 알아주었다. 일반 방청석 2장과 함께. 방청 당일 자리배정은 제비뽑기였다.
“세상에. 내가 1번을 뽑았어.”
칠순을 바라보는 엄마가 방송국 로비에서 뛰었다. 다리 아픈 엄마가 아니었다. 아주 쌩쌩하게 깡총깡총 뛰었다. 뒤이어 나는 똥손임을 입증했다. 1번과는 멀찌감치 떨어진 56번. 그래도 좋았다. ‘우리 엄마가 1번이라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영탁이 무대에 등장하는 순간, 환하게 빛이 났다. ‘사람한테서 어떻게 빛이 나지?’ 헛것을 본 것 같아 내 몸을 꼬집어 보았다. 꿈은 아니었다. 연예인을 스타라고 하는 이유를 알았다. 존재 자체가 빛나는 별이기에. 행복을 넘어 환한 빛에 황홀하였다.
좋은 소식은 이어졌다. 전복홍보대사 영탁이 완도에서 큰 행사를 하게 되었다. “전복 먹으러 갈래” 노래 가사와 딱이었다. “♬서해안 고속도로 타고 완도 앞바다로 나랑 같이 가볼래.” 우리 모녀는 이미 완도 앞바다에 가 있었다.
“안동도 가봤는데 까짓거 완도를 못 가겠어? 가자.”
완도에 거의 다 왔을 무렵, 한국민화뮤지엄 표지판이 눈에 띄었다. 즉흥적인 우리 모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동시에 외쳤다. “(민화)보고 가자. 또 언제 오겠어?” 샛길로 빠진 결과는 최고였다. ‘전율이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해설사 스토리텔링과 함께 작품을 보는 내내 타임머신을 타고 시대를 넘나드는 기분이었다. 샛길 덕분에 완도 행사장 저 뒤편에 앉았어도 우리 모녀는 후회하지 않았다. 그만큼 값진 관람이었다.
완도행사장은 영탁 팬들의 파란 물결과 함성으로 가득했다. 가수 영탁이 나오자 여기가 완도인지 꿈속인지 모를 정도였다. 짧고 강렬한 시간을 보내고 완도숙소로 향했다. 다음날 조식시간이 되어서야 사장님 부부와 정식으로 인사를 나누었다.
“모녀분들 여행 다니시는 거 보면 너무 부러워요. 보기 좋아요.”
“감사합니다. 영탁님 덕분이죠.”
“아! 영탁 팬이세요?”
“그럼요. 우리 영탁이 따라서 완도까지 왔네요.”
조식을 마치고 서둘러 우리의 버킷리스트를 가기로 했다. ‘우리 모녀가 땅끝마을에 오게 될 줄이야.’ 도착할 때까지 룰루랄라 흥이 올라 절정을 향해 가고 있었다. 땅끝마을 앞에서 영탁 솜인형을 끌어안고 정신없이 찰칵! 찰칵! 찍다보니 허기졌다. 텐션이 올라갈수록 배고픔은 빨리 찾아오는 법이었다. 눈에 보이는 식당에 고민도 없이 들어갔더니 결과는 실패! 그래도 허기가 반찬이라고 했던가! 그나마 나는 어찌 되었든 식사를 하였다. 입맛 까다로운 우리 엄마는 어떠했나? 한 입 먹고는 바로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만 좀 먹어라. 나 나간다.”
엄마의 단호함에 민망해서 식당을 나왔다. 근처 카페에서 엄마의 허기를 달래줄 달달한 간식을 사 들고 땅끝 전망대로 향했다. 케이블카를 타고 전망대까지 올라가는 동안 엄마의 기분도 시원한 바람과 함께 좋아졌다. 전망대에 오르니 속이 뻥! 뚫렸다. 우리 모녀 뒤로 가족의 대화가 들렸다.
“영탁팬 몰라? 그 유명한 영탁팬을 여기서 보네.”
‘우리 영탁팬이 여기도 와 있나? 누구지?’나도 모르게 주변을 돌아보며 찾았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알았다. ‘아! 우리 모녀를 두고 하는 말이구나.’ 너무나 자신있게 쓰고 다닌 ‘영탁’ 글자가 새겨진 파란모자. 가족들과 웃으며 눈맞춤 인사를 하고 갑자기 행동이 조심스러워졌다. ‘아이고, 뭐 실수한 거 없었겠지.’ 우리 행동이 혹여나 영탁 이름에 누가 될까 걱정되었다.
“엄마, 우리 이제 모자 벗고 다니자.”
“그랴. 우리 싸우고 돌아다니는데 괜히 흉잡히면 안 되지.”
다음 여정은 여수였으나 계획에 없던 곳으로 이동했다. 어제처럼 표지판에 이끌려 미황사로 가고 있었다. 절에 들어서자 맑고 시원한 공기와 아늑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여행으로 설레고 긴장했던 마음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대웅전에 가서 절을 하고 나오는데 알록달록 미니소원등이 보였다. 땅끝 절 미니 소원등이라 왠지 더 특별할 것만 같았다. 우리 가족 건강과 함께 가수 영탁을 위한 만사형통을 빌고 내려왔다. 절 찻집에 들러 오랜만에 엄마와 편안한 담소를 나누었다. 언젠가 다시 또 오고 싶다는 이야기도 함께.
여수에서는 계획한 대로 알차게 이동했다. 아르떼뮤지엄을 걸쳐 여수돌게장 골목에서 맛난 저녁을 먹고 숙소로 출발. 여수를 몇 번 왔어도 숙박을 해본 적은 없던 터라 심사숙고했다. 우리 모녀가 좋아하는 해수사우나도 할 수 있는 곳으로 정했다. 여독을 풀기에 사우나만큼 좋은 것이 없기에.
다음 날 아침, 해수사우나로 가보니 아무도 없었다. ‘와우! 아싸라비야. 엄마랑 단둘이 맘 편하게!’ 사실 코로나시기라 사우나 이용을 조심했기에 살짝 걱정도 있었는데 다행이었다. 노천욕도 잘되어 있고 시설도 깨끗하고 다 좋았다. 우리 모녀가 나올 때 즈음 다른 모녀가 들어왔다. 바톤을 이어받은 것처럼. 반가운 마음에 우리 엄마가 인사를 건넸다.
“마침 잘 오셨네요. 마음 편히 하셔요.”
나의 오지랖은 우리 엄마한테서 온 것이 분명하다. 아침을 개운하게 시작하니 산뜻하게 다음 여정으로 출발했다.
“이제 작약꽃밭으로 갈 거야. 지금 엄청 예쁘대.”
“무조건 좋지. 꽃밭. 출발!”
작약꽃밭은 대성공이었다. 푸르른 바다 앞에 흐드러지게 핀 작약꽃밭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장관이었다. 그 붉고 선명한 아름다움. 나는 셀카봉을, 엄마는 한 손에 영탁 솜인형과 다른 손에 영탁 우양산을 펼쳐 들었다. 너무 좋아서 흥분한 나와 달리 셀카봉은 먹통이 되어 사진 한 장도 못 찍고 있었다. 성격 급한 엄마는 화가 나기 시작했고 급기야 소리를 질렀다.
“빨리 찍으라고. 빨리.”
내가 안쓰러웠는지 옆에 있던 사진작가가 다가와 말을 건넸다.
“찍어줄까요?”
너무나 감사했다. 핸드폰을 건네드렸더니 엄마도 언제 그랬냐는 듯 재빠르게 다가와 웃으며 포즈를 취했다. 핸드폰 사진촬영인데도 사진작가는 멋지게 셔터를 누르듯 찰칵! 찍어주었다.
2박 3일의 여정이 끝났다. 왜 이리 짧게 느껴지는지 아쉬움이 밀려왔다. 집으로 가는 길, 엄마는 차에 타자마자 피곤했는지 드르렁 코를 고느라 몰랐다. 내가 전주한옥마을로 방향을 바꾼 것을. 지인들과 한옥마을을 온 적이 있었다. 언젠가 엄마랑 같이 와서 한복도 입고 사진도 찍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그날이 온 것이다.
한옥마을에 도착하니 엄마가 잠에서 깼다. 한옥마을 거리로 길게 간식가게들이 늘어서 있었고 중간중간 사주보는 곳도 생겨났다. 내가 제일 하고 싶었던 한복대여점과 사진관도 눈에 확 들어왔다. 마음에 드는 사진관에 들어가 한복을 고르고 머리 손질도 했다. 기분이 묘하게 좋았다. 생각해보니 내가 진작에 결혼했으면 엄마랑 해봤을 경험이었다. 사진작가 앞에 서서 포즈를 취했다. “두 분 서로 마주 바라볼게요.” 사진작가의 말에 나를 바라보던 엄마가 울었다. 엄마를 바라보던 나도 참고 있던 눈물이 나왔다.
“엄마 우는 거야? 왜 울어? 나도 눈물나잖아.”
카메라 셔터를 누르던 사진작가도 당황해서 잠깐 쉬기로 했다. ‘우리 모녀는 왜 눈물이 나왔을까?’ 같이 살고 있지만 오랜만에 서로만 바라보니 지나온 과거 생각에 울컥했던 것 같다. 서로가 너무 안쓰러워서.
“누가 보면 우리 사연 많은 모녀인 줄 알겠다. 웃자!”
먼저 웃으며 분위기를 바꾼 건 엄마였다. 역시 엄마는 엄마였다. 엄마의 말 한마디에 나도 크게 소리내어 웃으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 어느 때보다도 활짝 미소지으며 아름다운 모녀 인생샷이 나왔다. 우리 모녀에게 이렇게 좋은 시간이 오다니 기가 막히게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엄마는 어떤 계기로 벌떡 일어나 건강하게 여행을 다니게 되었다. 바로 가수 ‘영탁’덕분이었다. 우리 모녀에게 존재만으로도 행운 그 자체 ‘영탁’. 늘 고맙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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