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채널에 소개된 사진, 이렇게 찍었어요

점점 과감해지는 모녀의 인생샷

by 한선예

여행을 다닐수록 자꾸만 욕심이 생겼다. 우리 모녀도 몰랐던 관심병이 나타난 것일 수 있다. 단연코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우리 모녀가 커플템을 장착하고 나서기만 하면 어디서든 시선집중이었다. 동네마트부터 영탁 콘서트장, 식당, 여행지, 절까지. 어느새 우리 모녀는 사람들의 눈길을 어색해하기는커녕 즐기기 시작했다.


때가 왔다. 그토록 바랐던 아름다운 여행지에서 모녀 인생샷! 가까운 태안으로 정했다. SNS에서 인생샷으로 유명한 ‘팜카밀레’허브농원. 약 1만 2천 평 드넓은 대지에 파란 수국을 중심으로 수많은 허브와 야생화들이 피어나는 곳이다. 10개가 넘는 허브가든마다 포토존이 특색있게 마련되어 있다.


우선 가수 영탁 팬덤색깔 ‘진한 파랑(코발트 블루)’, 엄마가 좋아하는 ‘수국’이라 우리 모녀에게 딱!이었다. 편하게 입은 엄마와 달리 나는 한껏 멋을 냈다. 이십대에도 못 신어본 빨간 구두에 샤랄라 원피스, 나이에 맞지 않는 머리띠까지. 수국을 향해 평소처럼 달려가던 나는 그만.

“그럴 줄 알았다. 네가 무슨 신데렐라냐?”


진흙에 빠진 구두 한쪽을 빼고 있는 나에게 엄마는 놀려댔다. 진정하고 인생샷 포토존 여러 곳에서 찍기 시작했다. 모녀가 함께 찍기도 하고 서로 찍어주기도 했다.

“엄마, 나 완전 마음에 들어. 합격!”


팜카밀레 허브농원에서 인생샷


지금까지 여행다니면서 엄마가 찍어주었던 것 중에 가장 최고의 사진이 나왔다. 구도도 좋고, 분위기도 좋고, 다 좋았다. 바로 프로필 사진 바꿔주고 신나게 재잘대었다. SNS에 올리자마자 여행 인플루언서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안녕하세요! 요즘핫플레이스 관리자입니다! 7월에 꼭 가봐야 할 핫플 컨텐츠를 제작 중인데 사진을 예쁘게 잘 찍어주셔서 출처남기고 저희 채널에 소개해드리고 싶은데 괜찮으실까요?

‘어머나! 세상에. 설마 스팸은 아니겠지?’ 반신반의하며 오케이했다.


원래 목표였던 모녀 인생샷을 진짜 성공하고 싶었다. 다시 태안을 찾았다. 목적지는 파도리해수욕장. 친하게 지내는 여고동창이 강력히 추천했다. 서해안인데 물도 맑고, 해변은 돌로 덮여있어 인상적이었다고. 결정적으로 특별한 ‘해식동굴’이 숨겨져 있다고. ‘파도리 해식동굴’ 바로 검색했더니 인생샷을 뛰어 넘는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장소 선정 완료!


무엇보다 인생샷에 진심이었기에 커플 옷으로 맞춰 입고 갔다. 코발트 블루 끈나시에, 자켓, 머리띠, 운동화 그리고 흰색바지.


드디어 도착! 처음엔 그럭저럭 괜찮았다. 점점 지쳐갔다. 뜨거운 여름 뙤약볕이 내리쬐는 날인 줄도 모르고 긴 자켓에 긴바지였다. 포토존에 도착하자마자 외쳤다.


“안 되겠어. 벗자!”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우리 모녀는 과감하게 벗어 던졌다. 길게 늘어선 포토존 줄 앞에서. 끈나시를 입은 우리 모녀는 늦게서야 뜨거운 시선을 느꼈다.


“아이고. 우리가 미쳤다. 미쳤어. 하하하”


언제 그랬냐는 듯 얼른 포토존 줄을 섰다. 셀카봉으로 우리 모녀 샷을 찍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바로 뒤 커플에게 부탁했더니 흔쾌히 찍어주기로 했다. 드디어 우리 모녀 차례.


“두 분이 나란히 서 보세요.”

“이렇게요?”

“네, 좋아요. 이번엔 다른 포즈도 해보세요.”


한 장만 부탁드린 거였는데 여러 포즈와 구도를 알려주며 찍어주었다. 기다리고 있는 다른 분들께도 죄송했다. 우리 모녀가 너무 미안해하자 찍어주던 커플이 말했다.


“어머님과 따님이 넘 좋아보여서요. 저도 모르게 그만 욕심을 냈네요.”

감사인사와 함께 포토존을 나왔다. 뒤돌아보니 포토존 줄에는 젊은 커플들로 가득했고 모녀는 우리뿐이었다. 뜨거운 날 시원한 감동으로 더위를 식혔다. 커플이 찍어준 사진은 진짜 우리 모녀 인생샷 작품이 나왔다. 찍어준 이의 진심은 사진에서 바로 나타나는 것을 알았다.


파도리해수욕장 해식동굴에서 모녀 인생샷


두 번의 인생샷 성공에 이어 세 번째 인생샷을 준비했다. 우리 모녀가 제일 좋아하는 꽃 ‘해바라기’. 검색창에 해바라기를 치면 전국에 수많은 곳이 나왔다. ‘태안 해바라기’라고 검색하자 나온 곳이 바로 ‘올래 정원’이었다. 숲속에 위치하여 정원 어디서든 찍어도 인생샷. 6월부터 10월까지 해바라기뿐만 아니라 양귀비, 수레국화, 코스모스가 피어난다. 다양한 체험도 할 수 있어 친구, 연인에서부터 가족들도 많이 방문한다. 밀짚모자에 해바라기를 그려 넣는 체험도 있어서 미술전공을 한 사장님의 특별함이 느껴지는 곳이다. ‘밀짚모자’를 쓴 모녀 인생샷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해바라기 올래 정원 도착. 옷 갈아입기 미션까지 추가. 모녀 드레스코드와 모녀 영블스코드. 먼저 모녀 드레스코드. 해바라기 사이로 원피스를 입고 아름다운 모녀가 되어 찍기로 했다. 정원 사장님께서 건네준 밀짚모자를 쓰고 우아하고 다정하게 찰칵! 성공!


뜨거움을 느끼기 시작할 무렵이라 서둘러 옷 갈아입기! 미션 성공! 땀이 한 바가지 쏟아졌다. 해를 향한 해바라기처럼, 가수 영탁을 향한 해바라기가 되어 보기로 했다. 수많은 해바라기를 배경으로 우리 모녀 해바라기가 되어 찰칵!


“엄마, 엄마 눈 감았어. 다시(찰칵!)”

“이번엔 내가 감았어. 다시(찰칵!)”


뜨거운 햇볕과 땀에 우리 모녀는 번갈아 가며 눈이 감겼다. 화도 낼법한데 웬일로 엄마가 화내지 않았다. ‘영블스의 힘인가?’ 우리 모녀는 불굴의 의지로 성공했다. 사진을 보며 엄마는 말했다.


“진짜 더워 죽는 줄 알았다. 옷까지 갈아입고”


그 더위에 옷까지 갈아입고 사진 찍었던 우리 모녀. 모녀 첫 여행을 떠올려보면 꿈도 못 꿀 일이다. “사진 찍자.” 하면 손사래 치고 “사진이라도 찍어 달라.” 하면 어쩔 수 없이 찍어주던 우리 엄마가 달라졌다.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사진찍기에 진심이 된 우리 엄마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우리 모녀를 예쁘게 찍어준 분들께도 진심을 담아 감사했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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