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눈에는 영탁뿐, 친아들은 안보여

당진모녀, ‘영탁’ 입덕기

by 한선예

베트남 여행으로 엄마가 나아질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편안해질 거라고 내심 기대했다.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엄마는 약 부작용으로 매일 구토를 하며 간신히 버티고 살았다. 설상가상으로 크게 넘어져 치아마저 잃었다. 환갑을 갓 넘긴 엄마는 상실감과 함께 틀니를 하게 되었다. 하루에 한 끼도 제대로 못 먹고 넘기는 날이 많아졌다. 급격히 체중은 줄어들고 누워있는 생활이 당연해져 갔다.


나약해지는 엄마와 더불어 온 세상이 어수선하고 일상이 무너지고 있었다. 코로나시기였다.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가 트롯오디션 프로그램에 멈추었다. 한 가수에게 시선이 가고, 마음이 가고, 푹 빠지게 되었다. 오디션 최종날 실시간 국민투표와 심사가 이루어졌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최종결과는 일주일 뒤에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진행자 멘트가 흘러나왔다.

“말도 안돼. 이런 개XX들.”


하루에 한 끼 죽만 먹고 누워있던 엄마가 벌떡 일어났다. 심지어 소리쳤다. 그렇게 시작된 덕질이었다. 우리 모녀는 응원하는 가수에게 부디 좋은 결과 이루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방송사에 항의가 빗발쳤고 일주일이 아닌 며칠 뒤 발표하였다. 우리 모녀가 응원하는 가수는 “선” 이 되었다. 엄마는 그 이후로 구토를 할지언정 식사를 조금이라도 꼬박꼬박 챙겨 먹었다. 응원하는 가수가 잘 되는 것을 더 보고 싶었단다.


“울 엄마 살았네. 살았어.”

“내가 언제 죽었었냐?”

뼈밖에 안 남았던 엄마가 언제 그랬냐는 듯, 일어나 끼니를 챙겨 먹는 것은 기적에 가까웠다. 우리 가족 모두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회상할 정도다.


모녀가 나란히 팬카페에 들어가고 팬들과 함께 응원하고 소통하며 여지껏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과 기쁨에 주체할 수 없었다. 드디어 콘서트 일정이 나왔다. 티켓팅은 역시나 피켓팅. 엄마와 나는 떨어져 앉지만 자리를 잡은 것에 큰 위안을 가졌다. 소모임 응원복을 입고, 커플가방을 메고 다녔다. 누가 봐도 팬임을 팍! 팍! 티 내면서 대중교통을 타고 갔다. 지나가는 일반인들의 따뜻하고, 때론 따갑고, 흐뭇한 시선들을 느끼며 걷고 또 걸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렇게 걸어 다녔던 엄마가 대단하다. 누워만 있던 엄마가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고 다녔다니!


생애 처음 콘서트장에 들어간 모녀는 어안이 벙벙했다. 딴 세상에 들어온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화려한 조명과 무대, 어디에 시선을 둬야 할지 몰랐다. 운 좋게 잡은 무대 앞자리를 서로 양보했다. 이럴 땐 사이좋은 모녀가 따로 없다.

“젊은 니가 앉는 게 맞아. 영탁이도 그게 좋을 거다.”

그렇게 앞자리는 내가 앉았다. 저만치 뒤에 앉아 있는 엄마한테 미안해하며. 물론 가수 영탁이 나오자마자 미안함도 잠시, 심장이 요동치기에 정신을 못 차렸다. 심박수는 최대치를 향해가고 있었다. 진짜 그런 기분은 난생 처음이었다. 공연이 중반에 이를 때였다.


“도저히 안되겠다. 가까이서 보고 싶어서.”


엄마가 바짝 엎드려 기어서 내 자리로 왔다. 그때 그 귀여운 엄마 모습은 정말 사랑스러워서 잊지 못한다. 얼른 자리를 바꿔 앉았다. 사실 관람규칙상 안되겠지만 뭐, 어쩌겠나! 모녀가 서로 자리 바꿔 보겠다는데. 학생 때 땡땡이치는 기분처럼 이것도 설렜다.

“자리 바꾸니까 좋았지?”

“영탁이가 놀랐겠지. 젊은 애였는데 갑자기 늙은 아줌마로 변해서. 껄껄껄.”


“진짜 이쁘지?”

“카메라 감독이 잘못했지. 잘못했어! 그 이쁜 애를 (TV에) 그렇게 나오게 하고.”

우리 모녀는 영탁을 실물로 본 순간부터 ‘그 이쁜 애’로 통했다.


“그 이쁜 애가 마음도 착해.”

“그 이쁜 애가 노래도 잘 불러.”

“그 이쁜 애가 멋있어.”

“그 이쁜 애가 웃었어.”

“그 이쁜 애가 울었어.”


엄마와 같은 가수를 응원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했다. 그 행복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콘서트 전국투어와 지방행사, 방송국 방청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감사하다. 특별히 우리 가수님 영탁에게 모든 감사를 표한다. 우리 엄마를 일으켜 주고 건강하게 살아가도록 기적같은 힘을 주었기에 말이다.


“엄마, 또 영탁이야? 아들은 안 보여?”

“영탁이가 나를 살렸잖아. 죽어가는 나를 살렸잖아. 엄마가 또 누우면 좋겠냐?”

질투하는 남동생에게 엄마는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린다.


당진모녀 주문 제작한 아크릴 등신대



#영탁 #모녀팬 #입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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