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

감정에서 이성으로, 나도 그렇게 변하고 있다.

by 조약돌 생각

오늘 4월 9일은 내 생일이다.

직장 동료, 지인, 그리고 가족들이 생일을 축하해주었고, 감사하게도 귀한 선물들도 전해 받았다.

이젠 먹어가는 나이로 체력이 달려 보이는지 홍삼 엑기스 등 건강식품 선물의 비중이 늘고 있다.


화면 캡처 2025-04-09 181209.jpg <생일 축하해주는 친절한 네이버>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나이가 점점 들어갈수록 생일에 대한 감흥이 없어지는 건 나 뿐인 걸까.

그저 여느 때와 같이 보통날처럼 주어진 시간에 해야할 일과 하고 싶은 일들을 해내기 위해 똑같이 노력하는 것 뿐.

배부른 소리겠지만, 생일을 맞이하여 축하를 받거나 선물을 받거나 하는 행위가 감사하면서도 조금은 불필요하다는 생각도 한편으론 들곤 한다.




얼마 전 점심식사를 위해 직장 동료와 메뉴를 고르던 중 '간장게장' 얘기가 나왔다.

간장게장이란 단어에 떠오른 건 맛이 아니라, 어느 순간의 감정이었다.

그게 슬픔인지, 아련함인지 모호했지만,

그때 떠오른 건 안도현 시인의 ‘스며드는 것’이라는 시였다.


'스며드는 것' 이라는 시는 아주 유명하다.

최근 수능 모의고사에도 이 시가 출제됐고, 몇몇 학생들은 문제를 풀며 울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시.jpg <안도현 시인 - '스며드는 것'>


어쩜 이런 짧은 시로도 사람의 감정을 뒤흔들 수 있을까.

이 시를 찬찬히 읽다 보면, 정말이지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하였으리라.


총 16개의 유형으로 나뉘는 MBTI 테스트가 유행하던 시절,

너도 나도 결과를 SNS에 올리며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소개하곤 했다.


그 16개의 유형은 아래 4가지의 지표의 조합으로 구성된다.

에너지 방향: 외향(Extraversion) vs 내향(Introversion)

인식 방식: 감각(Sensing) vs 직관(Intuition)

판단 기준: 사고(Thinking) vs 감정(Feeling)

생활양식: 판단(Judging) vs 인식(Perceiving)


갑자기 MBTI를 꺼낸 이유는,

참고로 난 INFJ로 테스트 결과가 지속적으로 나오곤 했는데 F가 T로 점점 변해가고 있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내 생일을 맞이하였음에도 굳이 축하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가족들에게는 상처가 되는 말이었던 것 같다. '어찌 가족된 입장에서 모르는 척 넘어가느냐'면서 '작은 케익이라도 사서 축하하자'라며 강조하기도 했었다.


그날 가족의 반응을 들으며, 내가 몰랐던 내 모습을 마주한 기분이었다.

나는 정말로 감정이 줄어든 걸까?

아니면 표현이 서툴러진 걸까.


나이가 든다는 건, 감정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그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이 조금씩 달라지는 게 아닐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현대사회 가스라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