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크족이 아이를 원할때

by 파란동화


'딩크족' 이라고 들어보셨나요?


Double Income No Kids 의 약자로, 각자의 인생을 중요시해서 사회생활은 하지만 의도적으로 2세를 갖지 않은 사람들을 뜻해요. 이들 부부들은 애정에 문제가 없지만 아이가 없는 자유로움이 좋아서, 혹은 자녀양육에 대한 두려움이나 부담감 때문에 서로 동의하에 자녀를 가지지 않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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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사촌동생은 전형적인 딩크족 이었어요. 부부가 둘 다 고학력에 고수익 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원치 않았죠. 주변 지인들의 아이들은 예뻐하면서 유독 자신들의 아이는 낳지 않으려고 했어요.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이유를 묻자 '내 부모님처럼 아이에게 헌신할 자신이 없다'고 하더군요. 잘은 몰라도 그것은 책임감 없는 행동은 하지 않겠다는 생각의 발원이고, 내 인생을 좀 더 자유롭게 누리겠다는 의지였을 거에요.




그나마 다행인것은 부부의 생각이 같다는 거였어요. 2세계획에 대한 의견조차 조율하지 않고 연애의 감정만 믿고 결혼했다가 낭패를 본 부부들도 많이 봤거든요.




딩크족 사촌동생은 올해 마흔이 되었습니다. 저보다 두 살이 어려요. 그런데 다른사촌과 이모들의 전언을 통해 그 동생이 임신 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저는 다른 사촌의 이름을 잘 못 들은건가 싶어 재차 물었어요.




"걔가? 걔가 임신을 했다고? 다른 녀석도 아닌 걔가? 확실해?"




깜짝 놀라 딩크족 사촌동생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죠.




"근데 내가 잘못들은건지 모르겠는데... 너 아기 가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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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더니 동생은 수줍은듯 멋쩍은듯 웃으며 그렇다고 하더군요.




"어머~ 넘 축하해!! 근데 어쩌다가 아이를 가질 생각을 다 했어? 너네부부는 아이 낳지 않겠다고 했었잖아."




"그냥... 나이가 한살 한살 들어가니까 생각이 흔들리기 시작하더라구. 진정으로 아이를 원하지 않는 것이 맞는지, 그러면 노년에는 어떤 즐거움을 찾으며 살 것인지, 그런 생각들이 들었어. 무엇보다 언니의 얘기를 들을때마다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 언니가 그랬잖아. 아이를 낳아 키우는건 책임감이 아니라고.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은 저절로 생기는거고 또 아이가 나를 사랑해주니 좋은사람이 되기위해 스스로 노력하게 된다고."




그동안 제가 했던 말들이 20년 넘게 딩크족을 고수하던 동생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것이 감동이었어요. 마음이 통하는 것을 넘어 영혼이 통한다고 느낄 정도로 친한 사촌이라 자주 연락을 주고 받았고, 그때마다 제가 느끼는 감정을 얘기했을 뿐, 그 동생에게 아이를 낳는것이 어떻겠냐는 말은 단 한번도 한 적이 없었거든요.




"아이를 키우는 건 책임감이나 의무감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언니의 말에, 그동안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는 걸 알았어. 아이가 정말 사랑스러워서 모든 것이 저절로 다 된다고 했잖아. 언니를 보면 정말 행복해보였어. 그런 행복은 아이를 낳은 사람만 누릴 수 있는것처럼 느껴졌거든."




"남편도 좋아해? 서로 동의하에 준비한거 맞지?"




"아..."




동생은 또 한번 수줍게 웃었어요. 그리고




"나 남편이 떨린다고 얘기하는거 들어본 적 없거든. 나랑 연애할 때도 입사시험 보러 갈때도 그런말 한번도 한 적 없어. 그런데 산부인과에 초음파 확인하러 갈때 너무 떨린다고 하더라고. ㅎㅎ 남편이 정말 좋아해. 딸이었음 더 좋겠대. ㅎㅎㅎ"




사촌동생의 말에 제 마음이 설렘으로 콩닥였어요. 굳건했던 이 부부의 마음이 열리는데 제가 일조를 했다는 것이 뿌듯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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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자녀양육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것이 있어요. 아이를 키우는 건 결코 '책임감' 때문에 노력하는 것이 아니에요. 자녀양육은 책임감이나 의무감이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그건 그냥 '사랑'일 뿐이에요. 사랑의 감정이 내 안에 꽉 차서 뭐든 하고싶은 거에요.




좋은 연애상대를 만나면 내 스스로 상대에게 열렬한 정성을 쏟게 되는것과 같아요. 그 사람이 나에게 돈과 시간을 썼으니까 나도 보답 한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 연애는 그만둬야 해요. 그런 손익계산 없이 그저 사랑의 감정만으로도 충분해서 뭐든 먼저 해주고싶은 그런 연애를 해야 해요.




아이를 키우는 것도 마찬가지에요. 내가 낳았으니 책임을 져야지, 양육의 의무가 있으니 돈을 벌어야지, 하는 생각은 거의 존재하지 않아요. 아이가 사랑스러워서 뭐라도 해주고싶고, 아이가 나를 사랑해주니 더욱 행복한거에요.




아이 입에 먹을것이 들어가는 것만 봐도 행복하다는 어른들의 말씀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어요. 그 행복을 계속 누리고 싶어서 우리가 더욱 열심히 살게 되는거에요. '일부러' 노력하는게 아니라 '저절로' 노력하게 되는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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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의 생각이 어떤 한 부부의 마음을 움직여 그 안에 생명이 자라나게 되었어요.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제가 엄청나게 대단한 일을 한것 같았죠. 그래서 인가봐요. 마치 제가 아이를 가진것처럼 요즘 자주 설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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