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애가 100일쯤 되었을 때 서울나들이를 한 적이 있어요. 친정식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내려오는 길에 남편의 대학동기를 만났었죠. 그때 저는 그 친구에게
"ㅇㅇ씨도 빨리 여자친구랑 결혼해서 이렇게 예쁜 아이 낳으세요~" 라고 했어요.
독신이나 비혼을 선언한 친구들에게는 그런말 한적 없었지만, 그 친구는 오래 사귄 여자친구가 있었으니 그리 실례되는 말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거에요. 그런데 제 말을 곰곰이 생각하던 그 친구가
"왜 결혼 한 여자들은 다들 그렇게 말을 해요?" 라고 되물었어요. 저는 순간 헉! 해서 제대로 된 대답을 못하고 "그냥 뭐.... 좋아서?" 라고 했던 거 같아요.
우리가 항상 교과서에서 배운 것 처럼
"How are you?" 라고 물으면
"I'm fine thank you. and you?" 라는
대답이 나올 줄 알았던 거죠.
그러니까 제가 (별 생각 없이)
"빨리 결혼하세요~" 라고 말하면
(역시나 별 생각 없이) "네, 그래야죠." 라는
대답이 나올 줄 알았던 거에요.
그런데 예상을 깨고 그런 반문을 받으니 참으로 할 말이 없더군요. 그 친구는 오래사귄 여자친구가 있음에도 결혼 생각은 전혀 없었던 걸까요? 잘 모르겠어요.
생각해보면 저 또한 미혼이던 시절에는 결혼 하라는 말이 듣기 싫었어요. 그랬던 제가 그때는 왜 그런 말을 인사치레라고 했을까요? 이제와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때의 저는 '결혼후 찾아온 심리적 안정감이 좋아서'그랬던 것 같아요.
그때가 아마 결혼하고 일년 반 쯤 지난 시점이었을 거에요.
그 일년 반 동안 남편과 저는 싸우고 화해하고 싸우고 화해하고를 지겹도록 반복하면서 서로에게 조금씩 맞춰가고 있었고, 출산하던 날 남편이 보여줬던 행동으로 그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한껏 부풀어 올라 있을 때였고, 태어난 아이가 정말이지 사랑스러워서 우리가 뭔가 대단한 일을 해 낸 것처럼 들 떠 있을 때였죠.
그래서 였던 것 같아요. 저도 참으로 듣기 싫었던 "빨리 결혼 하세요." 라는 말을 그렇게 쉽게 내뱉을 수 있었던 것은.
신혼 초에 남편과 맞춰가는게 너무 힘들어서 심각할 정도로 매일 매일 싸우고 친정과 시댁에 이사람과 못 살겠다며 울고불고 하소연 하던 때에는 미혼인 친구들에게 그랬어요. "결혼 하지 마!" 라고요.
그랬던 제가 불과 일년만에 "결혼 하니 좋아. 너도 결혼 해~" 라고 말했다니... 문장만 놓고 보면 저라는 인간이 얼마나 간사한가 싶기도 한데요. ㅎㅎㅎ 하지만 그 일 년 동안 남편과 내가 그만큼 노력했다는 것을 알 수 있기도 하죠.
남편과는 지금도 싸워요. 한 집에 장성한 인간이 둘이나 사는 데 어떻게 의견차이 없이 살 수 있겠어요.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부부는 의견차이보다는 행동차이 때문에 더 싸우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둘 다 적당히 부지런하고 적당히 게으를 때는 싸울 일이 거의 없는데 어느 한쪽이 집안일이나 육아를 점점 더 많이 하게되면 그것이 쌓이고 쌓여 결국 싸우게 되는 거죠.
그렇게 싸우고 싸우고 하다보면 서로가 서로에게 적당히 맞춰지게 되는 시점이 찾아와요. 그 시점이 찾아오면 결국 우리도 꼰대 부장님처럼 주변의 미혼 친구들에게 결혼을 권하게 되는거죠. 개구리가 올챙이적 기억 못하고 말이에요. ㅎㅎㅎ
결혼을 권하는 이유는 딴거 없어요. 결혼 전보다 결혼 후의 삶이 더 나아졌기 때문이죠. 그것은 심리적인 안정감일 수도 있고, 경제적인 여유일 수도 있고, 경제적으로는 빡빡해도 아이들과 부부가 함께 하는 소소한 행복감이 그 모든것을 압도하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
사람들이 미혼에게 결혼을 권하는 이유는 매일 지지고 볶고 싸워도 결혼 전 보다는 조금이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에요.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을수는 없어서 때로는 결혼이 답이 아닌 경우도 있지만, 보통의 한국 사람들은 자신이 해보고 좋은것은 주변에도 권하는 성향이 있어서 그런 거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