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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안부 전해요
by
파란동화
Jan 12. 2022
< 안 부 >
- 안선유 -
오랜만에 안부 전해요
저는 잘 지내요
마지막으로 울어본 것이
언제인지 기억해내려면
한참을 생각해야 할 정도로
저는 잘 지내요
개구쟁이 두 딸 덕분에
매일 웃음꽃이 팡팡
조용히 우울할 날은 없을 정도로
저는 잘 지내요
사랑해
사랑해
제일 좋아
이런 고백을 하루에도
수십번씩
들을 정도로
저는 성공도 했구요
술도 끊고
새벽 일찍 일어나고
기특한 생활습관도 가졌어요
그러니 이제
당신이 나를 두고
걱정을 쏟아낼 일은
하나도 없는 거에요
그래서였나봐요
당신을 생각하는 날들이
점점 무뎌지더니
잊지 말아야 할 오늘도
잊고 있었어요
미안해요
죄송해요
그리고 고마워요
나를 낳아주셔서
나에게 세상을 선물해주셔서
이 아름다운 세상을
저의 작은 손에 쥐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해요
당신의 세상이 닫히던 순간에도
나의 세상을 지탱해주셔서
제가 오롯이 존재할 수 있게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해요
걱정 말아요
당신이 떠난 후에도
당신의 씨앗들은
무럭무럭 잘 자랐어요
당신의 온기로
당신의 정성으로
이토록 잘 자랐어요
그러니 때로는 당신을
잊고 지낸다고 해도
너무 서운해 말아요
잠시 잊고있을 뿐
영원히 잊혀진건 아니니까요
당신이 곧 나이고
내가 곧 당신이니까요
당신은 언제나
나를 꽉 채운 존재니까요
-엄마의 기일을 잊은 무례한 딸이 씁니다. -
오늘이 엄마의 제사라는 것을
월요일 오빠의 전화를 통해
알았습니다.
뭐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한다고
가족들의 특별한 날도
잊어버립니다.
엄마의 영혼이 없었다면
저는 글을 쓰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는 그림도 그리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 혹독하고 괴로웠던 시기에도
저의 생명을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에게 빛과 세상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 덕분에 저는
하고 싶은 일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매일 웃고 매일 행복하며
이렇게
매일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내가 살아있는 한
당신 역시
살아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떠난 날을 잊었다고
너무 서운해 말아요
제사는 잊어도 당신을 잊은 적은
단 하루도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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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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