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맛있는 인생

by 파란동화



나는 고3이던 19살 5월에 독립해서

34살 5월에 결혼하기까지

15년간 혼자 살았다




중간에 친언니와 함께 자취를 한 기간도 있었지만, 타고나길 성향이 정반대였던 언니와 함께 사는 것은 무척이나 힘든 일이었다. 언니와는 3년 정도 함께 살다가 결국 각자 따로 살기로 합의를 보았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나는 혼자가 편하고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보니 혼자보다는 여럿이 함께 사는 것이 훨씬 더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혼자 사는 것이 편한 사람이 아니라, 그때는 아직 철이 없어서 '어우러져 사는 법'을 터득하지 못했던 것 뿐이었다. 방법을 모르니 힘겨워서 '나는 그런 사람'이라고 한계를 긋고 살았던 것이다.




한때 나는 마늘을 정말 싫어한 적이 있었다. 요리를 할때 마늘을 넣으면 그것이 어떤 화학적 변화를 일으키는지에 대해서는 알려 하지 않고, 생마늘 본연의 맛을 기준으로 '독한 것' '맛 없는 것'으로 치부했다. 그 어떤 요리에도 마늘을 넣지 않았다. 그래서 나의 요리는 항상 무언가 부족한 맛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마늘 생강 등을 넣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몰랐다. 그냥 그런대로 먹고 살았다.




인생도 그런 것 같다. 그것이 부족해도 사는데는 지장이 없다. 심지어 본인은 부족하다고 느끼지도 못한다. 하지만 '진짜 맛있는 인생'이 되는 데는 꼭 필요한 요소들이 있는 것 같다. 나는 그것이 가족구성원이라고 생각한다.




육아가 힘들긴 하지만 사실 힘든 것은 하루 중 고작 몇시간 이고, 나머지 20시간은 편안함과 행복감으로 채워진다. 힘겨운 시절에는 고작 4시간의 힘겨움에 매몰되어 더 큰 20시간의 안도감과 행복감에 눈 닫고 지내기도 했다. 하지만 바람이 불듯 물이 흐르듯 자연스러운 인생의 흐름이 그 아래 깔려있다. 이 자연스러움이 우리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




시엄마와 합가를 하고보니 역시 사람은 여러 세대가 함께 어우러져 살아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아이들은 부모의 사랑에 더해 할머니의 사랑까지 받아 더욱 밝고 단단한 아이들로 자라고 있고, 활화산 처럼 강렬한 남편과 나는 어머니가 계시기에 성격을 원만히 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어머니 역시 혼자 살면 점점 한 방향으로 매몰될 수 있는 것을 함께 살기에 젊은 사람들을 이해하는 법을 터득하게 된다.




그것이 무엇이든 먹어봐야 맛을 알 수 있다. 경험해봐야 진가를 알 수 있다. 아무리 좋다고 설명해봐야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것의 참 맛을 알 수 없다. 다양한 재료를 넣고도 맛이 튀지 않도록 잘 버무리는 것은 우리의 노력에 달려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 역시 '나 혼자' 하는 노력이 아니다. 함께 어우러져 있다보면 '모두가' 화학적 변화를 일으킨다. 음식에 마늘을 넣는다고 마늘 하나 때문에 음식이 맛있어지는 것은 아닌 것처럼 말이다. 당장은 맛이 이상한 것 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한국음식이란 뭐든 '숙성'되어야 진짜 깊은 맛이 나는 법이다.




마늘을 넣지 않은 음식을 먹고도 그때는 그 나름대로 만족하며 살았지만, 이제는 그런 밍밍한 것은 먹지 못하겠다. 이제는 이 다채로운 맛의 인생을 알아버렸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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