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정리하는 습관도 가르칠 겸 경제관념도 심어줄 겸, 앞으로는 거실에 널브러진 장난감과 동화책을 정리하고 용돈을 받으라고 했다. 그리고 그 돈을 모아서 과자를 사 먹으라고 했다. 자신이 직접 번 돈으로 사 먹는 것은 많이 먹어도 다 허용해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엄포를 놓았다.
"이제 엄마는 과자 안 사온다!
과자 먹고 싶으면 거실 정리하고 돈 벌어서
직접 사 먹어~ 알았지~?"
이 방식을 처음 시작한 것이 작년 가을쯤이었던 것 같다. 그때까지 생후 36개월이 안 되었던 둘째는 정리를 하는 둥 마는 둥, 정리하는 척 하며 오히려 동화책을 펼쳐 구경하고 ㅋㅋㅋ 첫째는 둘째보다 성실히(?) 정리했지만 그래도 엄마의 도움 없이 말끔히 정리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아이들은 거실 정리를 할 때는 세상 나른한 몸짓으로 움직이다가도, (거의 대부분 엄마가) 정리를 다 끝내고 나면 재빨리 동전꾸러미가 들어있는 서랍 앞으로 달려와서
"엄마 엄마~ 용돈 주세요!
우리 정리 다 했어요!"
하며 조개같이 두 손을 펼쳐보였다. 정리를 게을리 한 날은 100원짜리 한 개씩, 정리를 비교적 잘 한 날은 100원짜리 두 개씩, 집구석이 엄청나게 지저분했던 날은 500원짜리 동전 하나씩을 주었다. 그리고 저금통 만들기 키트를 구입해서 아이들이 직접 꾸며 만든 저금통에 각자의 이름을 붙이고 그 안에 자신이 직접 번 용돈을 차곡차곡 모아나갔다.
처음 용돈을 받던 날,
둘째는 동전을 손에 꼭 쥐고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돈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엄마 좋아해요. 알지요?"
그리고 저금통에 동전을 넣으러 갔다가
다시 돌아아와서 이렇게 말했다.
"엄마 용돈주셔서 감사합니다.
용돈 때문이 아니고 엄마 사랑해요.
알겠죠?"
꺄하하~ 넘 귀여운 내새끼!! 말하는게 넘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그날 저녁 내내 웃음이 났다. 나는 무척이나 성공적인 방식을 고안해 냈다고 내 자신을 칭찬했지만 얼마 안 가 아이들은 이렇게 말하기 시작했다.
"돈 없어도 돼요.
과자 안 먹을래요.
정리하기 싫어요."
과자가 없어도 먹을 간식은 천지였으므로... 과일에 우유에 요플레 치즈는 언제든 냉장고를 열면 구비되어 있었고, 어린이집에서는 할로윈이다 크리스마스다 툭하면 과자꾸러미를 잔뜩 챙겨 보냈으므로... 아이들은 더이상 정리하기를 거부했다. ㅠㅠ
그리고 실패요인은 또 있었다. 아이들 교육을 위해 집에 과자를 사놓지 않았더니, 나름 잘 버티는 아이들에 비해 우리 어른들이 우울증에 금단현상이 오는 것이다! 아니, 내가 이렇게 뼈빠지게 일하는데 집에서 과자도 마음 놓고 못 먹나?!!! 급기야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받아 온 간식을 몰래 훔쳐먹기 시작했다.
어느 하루, 나는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가 카트에 과자만 담는 나를 발견하고야 말았다. 과자를 잔뜩 사들고 귀가했더니 시엄마가 깜짝 놀라서 말씀하셨다.
"무슨 과자를 이렇게 많이 샀어?"
"우리도 좀 먹고 살자구요.
애들 가르치려다 우리가 우울증 와서 죽겠어요."
평소 주전부리를 좋아하시는 시엄마는
"그래 그래 잘했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지."
라며 맞장구를 치셨다. 그동안 과자가 먹고싶어도 꾹 참고 계셨던 것이다. 그날 우리는 과자를 종류별로 펼쳐놓고 과자파티를 했다. ㅋㅋㅋㅋㅋ
결론만 놓고 보자면 처음의 계획은 완전 실패로 돌아간 것 같다. 하지만 성과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예전에는 아이들의 취향에 맞추어 과자를 샀지만, 지금은 오로지 시엄마와 나의 취향에 맞춰 과자를 산다. (남편 취향을 무시한 것이 아닙니다. 남편취향이 곧 시엄마 취향. 역시 피는 못 속여요~ ㅋㅋㅋ) 아이들은 어른들 취향을 과자를 함께 먹다가 새로운 과자가 먹고 싶으면 거실정리를 하고 모은 돈으로 편의점에 간다.
어제도 첫째의 손을 잡고 함께 편의점에 갔다. 첫째는 '신상'과자인 '달고나 짱구'를 먹어보고 싶다고 했다. (도대체 '신상'이라는 말은 또 어디서 배운건지 ㅋㅋㅋㅋㅋ) 저금통에 1,800원이 있었는데 다행히도 과자가 1,500원 이었다. 하지만 주말이라 내내 간식을 입에 달고 있었던지라 과자는 내일 밥 먹고나서 먹자고 다짐을 받았다.
이제 저금통이 텅 비었으니
또 한동안은 집안 정리를 잘 할 것 같다.
ㅋㅋㅋㅋㅋ 다행이다.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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