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딸이 말했다.
"그럼 내가 여덟살이 되면 아빠는 할아버지 되는거야? 아아... 그럼 나 여덟살 안 될래. 초등학교 가는 것도 참을게..."
나와 남편은 그런 딸이 너무 귀여워 안심을 시키며 말했다.
"솔이가 여덟살이 된다고 해서 아빠가 할아버지 되는 것은 아니야. 그것보다는 더 커야겠지? 음... 솔이 스무살쯤?"
"그럼 나는 스무살 안 될래. 아빠가 할아버지 되는거 싫어."
나는 웃으며 말했다.
"되고 싶을 걸? 스무살 되면 연애도 할 수 있고....."
그랬더니 딸애가 벌떡 일어선다.
"연애? 나 될래 될래! 스무살 될래!!!"
아빠가 할아버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그토록 기대하던 초등학교도 포기하고 스무살이 되는 것도 피하겠다더니 ㅋㅋㅋㅋ '연애'라는 말에 눈을 번쩍 뜨는 딸 ㅋㅋㅋㅋ
"하하하~ 너 연애가 뭔지 알아?"
"응. 알아! 남자친구랑~ 좋아하는 남자랑~ 좋은데도 가고~ 커피도 먹고~ 맛있는 것도 먹고~ 공원도 가고~ 소풍도 가고~ 영화도 보고~ 그러는게 연애잖아."
어쩜 이렇게 정확하게 알고 있는지? 연애가 뭐 별건가? 혼자할 수 있는 것을 애인과 함께 하고, 혼자할 때보다 애인과 함께 할때 훨씬 즐겁고 만족스러우면 그게 다 연애지.
"하하하~ 맞아. 어떻게 알았어?"
"엄마가 저번에 가르쳐 줬잖아. 엄마도 아빠랑 연애 했었다며. 그래서 나 연애가 너무 하고싶어졌어."
"맞아 맞아~ 연애는 정말 정말 기분 좋은 거란다~ 그런데 너 아빠랑 결혼한다고 하지 않았어?"
"음..... 아니야. 생각해보니까 결혼이랑 연애는 다른 남자랑 하는게 좋을거 같아. 난 웃기고 재밌는 남자가 좋아."
웃긴 남자를 좋아하는 딸아이의 취향 ㅋㅋㅋ 나도 대찬성이다! 하지만 아빠는 이 말을 듣고 삐져서 안방으로 가버렸다. ㅋㅋㅋ
"나 스무살 되면 꼭 연애할거야~ 와! 빨리 스무살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 내 딸아.
오늘의 약속은 꼭 지켜주렴~
사랑하는 엄마가.
ㅋㅋㅋㅋㅋ
나는 내 딸이 친구와의 즐거운 우정도 실컷 쌓고 연애도 실컷 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내 경험상 연애를 시작하면 친구와의 우정에 소홀할 수 밖에 없었다. 친구와의 즐거웠던 추억들은 모두 연애를 하지 않던 시절에 쌓은 것이다. 그러니 내 딸도 연애는 좀 천천히 했으면 좋겠다. 연애를 하기 전에 친구들과 해볼 수 있는 것은 다 해봤으면 좋겠다.
뭐든 하고싶은 것은 다 하렴. 하고싶은 분야의 공부도 실컷 하고, 삶의 방황이라는 것도 깊게 해보고, 그 와중에도 늙어서까지 유지될 우정도 쌓고, 당시에는 조금 아파도 지나서는 웃으면서 추억할 수 있는 연애도 하고, 그렇게 살렴.
대신 하고싶지 않은 일은 억지로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고싶지 않은데 친구나 어른의 강압에 억지로 하는 일도 없었으면 좋겠고, 맞는지 아닌지도 모르면서 흐름에 끌려다니는 일도 없었으면 좋겠고, 아닌것 같은데 하면서도 벗어나지 못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뭐든 네가 원하는 것을 하렴.
공부도
놀이도
친구도
인생도
원하는 것만 하면서도
살 수 있는 인생이
반드시 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