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똑같은, 나와 또 다른

by 파란동화





아이들이

"나어릴 때 사진, 아기 때 사진 보여줘~"라고

떼를 쓰는 바람에, 스마트폰을 열어 연도별로 정리해둔 예전 사진들을 함께 보았다.




사진을 함께 보며 깔깔 웃고 떠드는데 문득, 어떤 한 장의 사진에서 나의 예전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스마트폰을 보다 말고 책장으로 가서 내 어린 시절의 앨범을 들춰보았다.




그리고, 거기서 찾았다.

지금의 내 아이와 똑같이 생긴

어린 시절의 나를.






SE-f14a19e4-a75c-43c0-9544-e2fc546db2ed.jpg?type=w1
SE-6e6acf57-befd-471a-9f4b-6639491f3059.jpg?type=w1







4살 때의 딸아이 모습과

초등학생 때의 내 모습이

너무 똑같이 생겨서 깜짝 놀랐다.




나는 딸이 나를 닮았다는 생각은 별로 못했다. 모든 사람들이 첫째는 아빠를 빼닮았다고 얘기했고, 성격을 봐도 아빠를 더욱 닮은 것 같았다. 그런데 어쩜! 이렇게도 나와 똑같을 수 있는지!




딸아이에게 나의 어린 시절 사진을 보여주었더니

"어머! 정말 엄마랑 나랑 똑같이 생겼네? 와~ 엄마 어렸을 때 정말 예뻤다!" 하며 감탄하고




시어머니께도 사진을 보여드렸더니

"지금까지 솔이가 제 아빠를 빼닮은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너를 빼닮은 거였구나!" 하며 신기해하셨다.




남편에게도 사진을 보여줬더니

"자기 어렸을 때야? 진짜 솔이랑 똑같네? 와... 자기... 용됐다..."




헐ㅋㅋㅋ 첫째가 자신을 빼닮았다고 할 때는 아이의 미모를 그렇게나 칭송하더니, 그 아이와 닮은 나의 사진을 보고는 저렇게 말하는 남편이라니ㅋㅋㅋㅋㅋ이것은 어린 시절의 나를 욕되게 한 건가 지금의 내 아이를 욕되게 한 건가 ㅋㅋㅋㅋㅋ 이 남편을 어떡하지? ㅋㅋㅋㅋㅋ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라며 ㅋㅋㅋㅋㅋㅋ












가끔씩 보여지는 아이의 취향이 나와 비슷할 때 깨알 같은 뿌듯함이 온몸으로 번진다. 앞으로 이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취미와 활동이 많을 것을 상상하면 온몸으로 번지는 행복감을 막을 도리가 없다.




"엄마, 나는 마당 있는 집에서 살고 싶어."




"어머! 솔아! 엄마도 마당 넓은 집에서 사는 게 소원이야! 솔이와 엄마의 소원이 같으니까 금세 이루어지겠다. 그치?"




"나 빨리 커서 엄마랑 같이 등산 다녔으면 좋겠어."




"어머! 솔아! 엄마 등산 엄청 좋아해! 우리 나중에 우리 둘이만 몰래 등산 다녀올까?"




"엄마, 나는 우리 집이 숲에 있었으면 좋겠어."




"맞아! 엄마는 언제나 그런 풍경을 꿈꿨단다. 집 주변으로 울창한 숲과 나무가 빼곡했으면 좋겠어. 우리는 하루 종일 집에만 있어도 심심하지 않을 거야. 그렇지?"




"엄마, 나 크면 나 데리고 커피숍 가줄 거지?"




"그러엄~! 우리 같이 커피숍 가서 엄마는 커피를 마시고 솔이는 달콤한 주스를 마시고, 우리 함께 책도 읽고 그림도 그리고 그러자!"




이렇게 나와 취향이 비슷한, 나와 닮은 내 아이의 모습을 확인하는 것도 행복이지만, 사실은 나와 전혀 다른 모습이 느껴질 때 더욱 행복하다.




어린 시절의 나는 소심했고 어른들에게 말을 잘 못했고 웃음도 없는 아이였다. 그런데 내 아이는 적극적이고 외향적이며 어른들 앞에서도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말하고 언제 어디서나 웃음보가 깔깔 터진다.




소심하고 웃음이 없는 아이로 자랄 뻔한 아이를, 이토록 밝고 건강하게 키워낸 것 같아서 자랑스럽다. 아이는 저 스스로 자란 것인데 내가 잘 키워낸 것 같아서 뿌듯하다.




사진 속의 아이 모습과 내 어린 시절의 모습이 똑같은 것을 발견한 날, 나는 36년의 세월을 거슬러 다시 태어났고 다시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 전생에서는 암울하고 우울했지만 현생에서는 마음껏 세상을 누려보자! 실컷 웃어보자!






KakaoTalk_20220324_060545674.jpg?type=w1
SE-499ccc3d-92c8-4220-90ed-9aa98aea164c.jpg?type=w1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우리의 과거는 후회로 가득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