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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동화 Jan 03. 2023

물속에서/ 진은영/ 우리 사는 것도 물속에 있는 것처럼








< 물속에서 >

- 진은영 -




가만히 어둠 속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

내가 모르는 일이 흘러와서 내가 아는 일들로 흘러갈 때까지

잠시 떨고 있는 일

나는 잠시 떨고 있을 뿐

물살의 흐름은 바뀌지 않는 일

푸르던 것이 흘러와서 다시 푸르른 것으로 흘러갈 때까지

잠시 투명해져 나를 비출 뿐

물의 색은 바뀌지 않는 일




(그런 일이 너무 춥고 지루할 때

내 몸에 구멍이 났다고 상상해볼까?)




모르는 일들이 흘러와서 조금씩 젖어드는 일

내 안의 딱딱한 활자들이 젖어가며 점점 부드러워지게

점점 부풀어오르게

잠이 잠처럼 풀리고

집이 집만큼 커지고 바다가 바다처럼 깊어지는 일

내가 모르는 일들이 흘러와서

내 안의 붉은 물감 풀어놓고 흘러가는 일

그 물빛에 나도 잠시 따스해지는




그런 상상 속에서 물속에 있는 걸 잠시 잊어버리는 일






2023년 1월 3일/ 화요일














누군가 제게

'인생이 뭐라고 생각해요?'

'삶은 도대체 뭐죠?'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라고 묻는 다면




저는

진은영 시인의 <물속에서>

답으로 내밀고 싶어요.




'내가 모르는 일이 흘러와서

내가 아는 일들로 흘러갈 때까지

잠시 떨고 있는 일' 이 인생 아닐까요,




하지만




'내가 모르는 일들이 흘러와서'

'내 안에 붉은 물감 풀어놓고 흘러'가기도 하고

'그 물빛에 나도 잠시 따스'해져

'물속에 있는 걸 잠시 잊어버리는 일'

결국 우리 모두가 겪는 삶 아닐까요.




힘든 순간이 와도

그 힘겨움을 잠시 잊게 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우리의 삶은 성공일 거에요.




2023년

어깨에 힘 빼고

물속에 있는 것처럼 편안하게

흘러가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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