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부터 셤마(시엄마)와 합가를 시작했습니다. 저는 양쪽 부모님이 안계시고 시아버님은 우리가 결혼하기 6년 전에 돌아가셔서 남편과 저 통틀어 우리에게 '부모님'은 셤마가 유일해요.
저는 혼자 살고계신 셤마가 마음에 걸렸어요. 그리고 할 일 많은 워킹맘이라 육아를 도와줄 손길이 간절히 필요했죠.
함께 살자고 조른 것은 저였어요. 엄마는 외롭고 저는 체력적으로 힘에 부치니, 서로 서로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혼자 계실땐 식사도 챙겨드시지 않던 셤마는 우리와 함께 살기 시작한 이후로 살이 쪄서 걱정이라고 하십니다. ㅎㅎ 저는 할 일이 줄어들어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거나 한글공부에 신경써줄 여유가 생겼구요. 그리고 이렇게 새벽에 일어나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기회도 얻게 되었죠.
합가를 하고 더 편해진 것은 저에요. 셤마는 아침마다 아이들 등원을 챙겨야 하고 반찬도 만들어야 하는 등 ,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누워만 지내도 상관없는 일상을 사시다가 할 일이 많이 늘어나셨죠.
대신 셤마에게는 매일 웃을 수 있는 즐거운 일상이 생겼어요. 아이들 덕분에요. 6살 4살 우리 아이들이 어찌나 개구쟁이에 애교쟁이인지 셤마도 저희도 아이들 보면서 많이 웃고 많이 행복합니다.
저희와 함께 살기 시작한 이후로 셤마는 체력적으로 힘드실거에요. 그래도 무채색이던 일상이 무지개빛으로 물들고 있죠.
처음 합가를 하겠다고 했을 때 친구가 이런 질문을 했었어요.
"아이들 크고 나면 어떡할거야? 그때 분가할거야?"
생각지도 못한 질문이라 당황했어요. 저는 외롭고 힘든 가족이 함께 뭉쳐 살아갈 생각만 했지, 힘든요소가 가라앉고 나면 다시 뿔뿔이 흩어진다는 생각은 해본적이 없었거든요.
육아가 힘들다고 합가를 강행했다가, 아이들이 다 컸다고 분가를 하는것은... 정말이지 무서운 생각인 거 같아요. 우리 아이들이 커서 더이상 어른의 손길이 필요 없어지는 시기가 되면, 그때는 엄마에게 '어른의 손길'이 필요한 시기가 될 거에요.
연세 많은 어르신이 혼자 살고 계시면 나라에서도 사람을 붙여줍니다. 그런데 함께 살던 가족이 연세 많은 어르신을 홀로 떼어놓는다는 것은... 그런것이야 말로 현대판 고려장 아닐까요?
남편도 우스갯소리로 이런말을 한 적이 있어요.
"같이 살다가 성격 안 맞아서 찢어지는거 아냐?"
그때 저는 정색하며 말했어요.
"어떻게든 같이 맞춰가며 살 생각을 해야지 찢어지긴 뭘 찢어져요? 아이들 사춘기때 우리와 성격이 안 맞으면 독립 시킬거에요?"
자녀와 부부 사이에는 그런 생각 1도 접목시키지 않으면서, 나이 드신 엄마를 대상으로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이 농담으로 웃어 넘길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지금도 엄마에게 말합니다.
"엄마는 우리랑 평생 같이 살아야 해요. 귀농 핑계로 도망갈 생각 하지 마세요."
그러면 엄마는 피식 웃습니다. 좋아하는건지 귀찮아하는건지 혹은 둘 다 인지, 모르겠어요.
저는 가끔 엄마의 임종을 떠올립니다. 제 친정엄마 말고 지금 같이 살고있는 셤마요. 물론 셤마는 저의 바람대로 앞으로도 20년 이상 건강하게 재미지게 사실거지만 언젠가는 돌아가시게 되겠죠.
셤마가 돌아가실 때, 그 곁에는 우리들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 순간 뿐 아니라 돌아가시기 전까지 내내 우리와 함께였으면 좋겠어요.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10년 동안 외롭게 지내셨던 어머님. 돌아가시는 순간에는 '자식들과 며느리덕분에 내 인생 참 따뜻하고 행복했다' 라고 느낄 수 있었으면 참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