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규관 -
어제는 내가 졌다
그러나 언제쯤 굴욕을 버릴 것인가
지고 난 다음 허름해진 어깨 위로
바람이 불고, 더 깊은 곳
언어가 닿지 않는 심연을 보았다
오늘도 나는 졌다
패배에 속옷까지 젖었다
적은 내게 모두를 댓가로 요구했지만
나는 아직 그걸 못하고 있다
사실은 이게 더 큰 굴욕이다
이기는 게 희망이나 선이라고
누가 뿌리 깊게 유혹하였나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다시 싸움을 맞는 일
이게 승리나 패배보다 먼저 아닌가
거기서 끝까지 싸워야
눈빛이 텅 빈 침묵이 되어야
어떤 싸움도 치를 수 있는 것
끝내 패배한 자여,
패배가 웃음이다
그치지 않고 부는 바람이다
2023년 2월 13일/ 월요일
저는 어제도 졌습니다
남편에게 지고
아이에게 지고
타인에게도 지고
저는 3년째 지고 있습니다
계획에 지고
목표에 지고
성과도 지고
아무렴 어떻습니까
지고 지고 또 지고
매일같이 지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고
다시 웃을 수 있다면
매일 지더라도
여전히 하고싶은 일이 있다면
그 사람이
결국 승자지요
패배한 자여,
웃으세요
끊임없이 지더라도
끊임없이 다시 시작하는
당신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