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선유 -
지구의 마지막 날
나는 너와 함께 있으리
우리 함께 지난날을 추억하며
우스웠던 옛이야기를 꺼내어 보자
너를 만난 이후로
나의 생은 온통
너와 함께 웃기 위함이었기에
세상이 무너져도
네 곁에는 내가 있을 것이고
넉넉한 세상에서
우리 둘만 먼지처럼 사라진다면
나는 더욱 짧아진 세치 혀로
너를 간지럽게 하리라
그러니 아이야,
나의 마지막 날에는
너도 실컷 웃어다오
어리석은 시절의 이야기를 늘어놓고
배꼽을 끌어안으며 실컷 웃다가
겨운 눈물 한 방울이면
그것으로 족하리
덤으로 주어진 인생
농담 같은 이 세상에서 우리는
너무도 진지하게 살아왔으니
웃자
실컷 웃자
2023년 2월 15일/ 수요일
어쩌면 내 아이는
나보다 일찍
세상을 떠날 수도 있어요
무엇이든 스스로 하도록
홀로 세상을 개척하도록
그렇게 가르칠 테지만
그 순간만큼은
아이와 함께이고 싶어요
두려움이나 공포 없이
내 품에서 깔깔 웃다가
꿈꾸듯 잠들길 바라요
어쩌면 나는
생각보다 일찍
세상을 떠날 수도 있어요
엄마가 없어도 내 아이는
과도한 충격이나 분노 없이
불안이나 서러움도 없이
엄마와의 날들을 회상하며
즐거운 추억과
재밌는 기억 속에서
깔깔 웃었으면 좋겠어요
나는 내 아이에게
그 무엇보다
항상 웃을 수 있는 마음을
심어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