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돌의 태어남 >
- 김광규 -
아무도 가 본 적 없는
깊은 산골짜기에도
돌이 있을까
아득한 옛날부터
홀로 있는 돌을 찾아
산으로 갔다
길도 없이 가파른 비탈
늙은 소나무 밑에
돌이 있었다
이끼가 두둑이 덮인
이 돌은 도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여기에
있었을까
2천 년일까 2만 년일까 2억 년일까
아니다
그렇지 않다
지금까지 아무도
본 적 없다면 이 돌은
지금부터
여기에
있다
내가 처음 본 순간
이 돌은 비로소
태어난 것이다
2023년 2월 17일/ 금요일
엄마 뱃속에서
열 달 동안 지낼 때도
우리는 '살아' 있었어요
하지만 우리에게
'삶'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요
만족스럽지 못한 인생이라고
너무 서글퍼 말아요
당신은 아직
제대로
'태어나지' 못한 것일 뿐
머지않아
당신의 시간이
도래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