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어른

by 파란동화


집에서 아이들과 배를 먹고 있었어요.


각자의 그릇에 배를 담아 각자의 포크로 먹고 있었는데, 딸아이가


"엄마, 내꺼 먹어봐. 엄마꺼보다 내꺼가 더 맛있어." 하네요.



그래서 딸이 내미는 배를 앙 베어물고는


"어머! 정말이잖아? 솔이 배가 훨씬 더 맛있잖아?!!"


했더니, 딸이 그러네요.



엄마는 내 말도 들어주고.
참 착한 어른이다.




갈수록 노련해지는 딸아이의 어휘력에 하루에도 몇번씩 빵빵 터지고 있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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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이 좋은사람인가 나쁜사람인가를 판단하는 기준 중에는 '내 말을 잘 들어주는가 안 들어주는가' 도 포함될 거에요. 딸아이의 사소한 부탁을 들어주는 순간 엄마는 가장 좋은 어른, 가장 착한 어른이 되는거겠죠.



남편과 저는 아이를 훈육할 때


"엄마 아빠가 방금 말했잖아. 왜 이렇게 말을 안들어?" 라고 말 할때가 많아요.



이런 말은 특히 아이가 밥을 안 씹을때


"씹으라고 했잖아."


혹은 동생이 낮잠을 자고 있을때


"동생 자고 있으니까 조용히 하라고 했잖아."


라는 협박성 말로 이어져요.



그런데요,


귀에 딱지가 앉도록 얘기해도 '내 말을 안 들어주는' 사람은 아이 뿐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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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좀 끊으라고 해도, 아이들 앞에서 스마트폰 좀 그만 하라고 해도, 게임 좀 줄이고 책 좀 읽으라고 해도, 남편은 제 말을 참으로 안 들어주죠.



몸 상하지 않게 적당히 일하라고 해도, 끼니 제때 챙겨 먹으라고 해도, 쓸데없는 걱정 좀 하지 말라고 해도, 저는 남편 말을 죽어라고 안 듣고요.



그러니 이제 고작 여섯 살인 아이에게


"말 좀 들어라." 라고 하는건 위선인지도 몰라요.


우리들부터가 상대방 말을 안 듣잖아요. 그 말들이 다 우리를 위한 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에요.



최근에 남편과 얘기하며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우리 이제 아이 좀 그만 야단쳐요. 당신도 내 말 안듣고 나도 당신 말 안 들을 때 있잖아요. 우리도 이렇게 상대방 말 안듣고 고집있는 사람들인데, 이제 고작 여섯살 짜리가 어떻게 우리 말을 다 듣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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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움에 있어 훈육은 반드시 필요해요.




하지만 훈육의 시간이 아닐때도, 집안일을 하느라,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려서, 아이의 말을 제대로 못 들어줄 때가 많아요.



어쩌면 상대방의 말을 들어준다는 것은,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해준다는 것은, 그가 내민 과일을 앙 베어무는 것 만큼이나 쉬운 일일지도 몰라요.



가족 중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걸어오면 하던 일을 멈추고 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여 주세요. 단 10초면 돼요. 그 10초가 우리는 왜 그렇게 어려웠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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