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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율 Mar 30. 2017

남미에서 꼭 먹어봐야 할 한끼 식사 1편

1편 에콰도르와 페루 음식




"이게 그러니까 기니피그라고요?"

"세뇨리따~ 그냥 통째로 들고 뜯어먹으라니까. 얼마나 쫀득한데~"





 우리나라 하면 떠오르는 음식이 '김치'와 '불고기'인 것처럼 각 나라의 대중적인 음식이 궁금했다. 지구 반대편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무슨 음식을 먹고살까. 나와 동생은 여행을 하며 단 한 번도 한인 음식점이나 한인마트에 가지 않았다. 대신 그 나라의 대표음식 먹기를 시도했다. 그렇다고 풍족한 식도락 여행은 아니다.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들이 명동 길거리에서 잡채나 떡갈비, 김치볶음밥 등 간단한 한식을 사 먹는 것처럼 우리도 로컬푸드나 데일리 음식에 도전했다. 








 에콰도르에 도착하자마자 알무에르소(Almuerzo)를 접했다. 알무에르소는 '점심식사' '점식세트메뉴'라는 뜻으로 수프와 메인 요리, 주스가 함께 나온다. 마치 우리나라 한 끼 식사인 백반 같다. 처음으로 먹은 알무에르소는 오타발로 가축시장에서였다. 쌀밥과 함께 닭고기, 돼지고기, 소고기를 선택할 수 있고 야채와 감자 등이 곁들여진다.  시장에서 먹은 이 알무에르소는 단돈 1달러! 낯선 나라에서 첫끼가 1달러라니, 환호와 함께 한 숟가락 크게 떴다. 


 다른 나라 음식도 우리나라 음식처럼 맛있게 먹고 적응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던 우리 자매는, 그만 숟가락을 내려놓고 말았다. 우리가 평소 먹던 쌀과 달랐다. 남미는 고산지대가 많아 쌀이 꼬들꼬들해서 마치 종이를 씹어 먹는 것 같았다. 반찬은 어찌나 짜던지 천일염을 섞어 먹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나는 맛있게 먹어주길 바라는 상인의 눈빛에 몇 숟가락 더 떴지만, 동생은 미안하다며 정말 못 먹겠다고 했다. 30시간 만에 먹은 에콰도르식 백반이었는데 실망하기보다는, 우리가 낯선 음식을 소화하지 못한다는 거에 놀랐다. 아무거나 잘 먹는다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남미여행의 첫끼, 에콰도르 오타발로 가축시장에서 먹은 알무에르소. 선택한 음식을 접시 한곳에 담아준다.


▲고기류와 사이드메뉴를 선택해서 먹으면 된다.





 알무에르소에게 전세역전의 사건이 발생했다. 에콰도르 키토를 떠나 바뇨스로 갔을 때다. 바뇨스에서 하루 종일 레프팅을 하고 난 후였다. 아침부터 쉬지 않고 계곡물에서 노를 저었다. 비까지 와서 흙탕물이 된 계곡은 물의 세기가 심해졌다. 죽을힘을 다해 래프팅을 마친 우리는 엄청 허기가 졌다. 하루 종일 굶고 오후 4시쯤 됐을까. 여행사에서 알무에르소를 내왔다. 두 번째 알무에르소 도전! 무슨 귀신 들린 것처럼 맨손으로 허겁지겁 다 해치웠다. 밥톨 하나 안 남긴 우리 자매는 서로를 보고 깔깔거렸다. 


 "알무에르소 절대 못 먹겠다며?" 처음에 에콰도르에 도착하자마자 남미 음식에 적응 못한 건 사실이다. 아주 고된 래프팅이 끝나고 나서야, 짜고 가느다란 쌀밥이 얼마나 맛있는 건 줄 깨달았다. 그때부터 에콰도르에서는 쭈욱 알무에르소를 끼고 지냈다. 


 에콰도르에서 기억에 남는 또 다른 음식은 '빠빠'다. 밥과 감자튀김, 계란 프라이가 한 끼 식사다. 감자튀김을 햄버거가 아닌 쌀밥과 함께 먹다니! 빠빠도 1~2달러 밖에 안 하는 간단한 식사다. 주로 학생들이 사 먹는다.


 충격적인 음식은 '생크림'이었다. 겉으로 보기엔 분명 아이스크림이다. 아이스크림 콘까지 분명하다. 그런데 막상 먹어보면 아이스크림이 아니라 엄청 느끼한 생크림이다. 에콰도르 도시마다 길거리 간식으로 이걸 팔고 있는데 아이스크림으로 착각하고 먹으면 된통 혼난다. 동생과 대만, 일본 친구 셋 모두 같은 자리에서 이걸 한입 먹고 곧바로 뱉어버린 사건도 있었다. 




▲공포의 아이스크림 닮은 생크림 


▲감자튀김과 쌀밥의 조화 '빠빠'


▲마두로.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바나나 구이! 호불호가 갈리는 맛





 페루는 꼭 먹어봐야 할 음식이 정해져 있다. 우선 잉카 콜라와 로모살타도(Lomo saltado)다. 기다리고 기다렸던 노란색 콜라! 막상 먹어보니 박카스와 콜라를 섞어 놓은 맛이다. 중독성이 강해서 식당에 갈 때마다 꼭 한 개씩은 시켜 먹었다. 로모살타도는 페루인들의 한 끼 식사로 가장 대중적인 음식이다. 소고기와 양파, 각종 야채를 볶아서 밥과 함께 먹는 국민 식시다. 우리나라의 볶음밥과 맛이 비슷해서 어느 식당엘 가도 한 접시 뚝딱 할 수 있다.


 또 페루 하면 빼놓을 수 없는 페루 전통주 피스코(Pisco)와 회무침 세비체(Ceviche). 피스코는 포도주를 증류해서 만든 술로 35~50도의 높은 도수를 가진다. 그냥 마시기도 하지만 보통 과일과 함께 칵테일로 만들어 마신다. 그게 바로 피스코샤워(pisco sour)다. 세비체는 조각으로 썬 날 생선과 함께 레몬, 양파 등을 넣고 버무려 먹는 음식이다. 쉽게 생각하면 회무침에 가깝다. 

  

 페루 리마에서 세비체와 피스코를 진탕 먹어보자며 처음으로 술집에 들어갔다.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것 같다. 여행 중 세비체만큼은 꼭 챙겨 먹었다는 사람도 많았지만, 우리 입맛엔 안 맞았다. 날생선에 문제가 있었던 걸까. 동생은 세비체를 먹고 5일 동안 설사를 하는 고통을... 피스코샤워는 1+1행사를 하는곳이 많았다. 과일 선택에 따라 맛이 다르기 때문에 여러잔 맛을 봐도 좋을 것 같다.



(2편에서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브라질 3개국의 한끼 식사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해산물과 신 레몬즙의 조화 세비체


▲피스코와 과일을 섞어 만든 칵테일 피스코샤워


▲페루에만 판다는 잉카콜라


▲입맛에 딱 맞았던 로모 살타도 


▲고산지대 남미에서는 코카잎차를 따로 판다


▲기니피그 구이 '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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