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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율 Mar 30. 2017

칠레 아타카마 사막의
나만 아는 별자리 명당

메마른 사막에 쏟아지는 별과 은하수



"오늘이 은하수랑 보름달을 함께 볼 수 있는 유일한 날이야. 나만 따라와" 






 칠레 아타카마 사막. 기대도 안 했는데 막상 도착하고 나니 정말 마음에 드는 도시다. 황량한 사막밖에 없어서 의외로 별로라는 지인들의 말이 무색해졌다. 아타카마 동네는 전부 '브라운'색이다. 흙으로 만든 집과 슈퍼, 레스토랑들. 그리고 조금만 밖으로 나가면 갈색 빛 모래의 사막 풍경. 어떻게 보면 정말 아무것도 없는 동네다. 일 년 내내 비가 오지 않고 메마른 땅으로도 유명하다. 마치 달 표면과 같이 울퉁불퉁한 대지가 끝없이 펼쳐진다. 


  죽은 것 같은 이 브라운색 동네가 밤이 되면 달라진다.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하면 하늘이 온통 진한 핑크빛으로 물든다. 길을 가다가 아무 데나 앉아 넋을 놓고 하늘만 쳐다보게 된다. 제발 이 아름다운 노을이 사라지지 않길 바라면서 말이다. 마치 내 모습이 어렸을 때 하늘에 있는 보름달을 보고 소원을 비는 모습 같았다.  

 '핑크빛 붉은 노을이 없어지지 않게 해주세요.' 그 정도로 예뻤다. 밤이 되면 어두컴컴해지는 도시는 음산한 게 아니라 더욱더 빛이 났다.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하늘에서 별이 쏟아졌고 은하수까지 보였다. 이 때문에 아타카마에 더 머물고 싶어 졌다. 나와 동생은 일정을 바꿔 아타카마에서 5일이나 더 머물렀다. 



▲갈색 도시에 내려앉은 핑크빛 노을
▲유명한 일몰 장소에 매일 관광객이 가득하다. 너도나도 붉은 노을을 담아본다.






 아타카마 사막에서 의외의 인연을 만났다. 다름 아닌 우리 나이 또래의 가이드 2명. 사실 아타카마에는 사막투어인 달의 계곡 투어밖에 없는 줄 알았다. 그런데 사막 속 거대한 석상을 볼 수 있는 투어를 비롯해 플라멩코 호수 투어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일부 외국인들은 아타카마에 장기간 머무르면서 투어를 전부 즐긴다고 한다. 우리는 3개를 선택했다. 달의 계곡 투어(valle de la luna)와 간헌철 투어 (geysers del tatio),  별 투어 (tour astronomico). 투어를 예약하기 위해 여행사 서너 군데를 들렀다. 꼼꼼히 일정과 가격을 체크했다. 그런데 한 군데에서 우리한테 솔깃한 말을 꺼냈다.

 

"솔직히 아타카마에서는 돈을 내고 별 투어를 안 해도 엄청난 별을 볼 수 있는 곳이 있어"

에잉? 무슨 여행사 직원이 장사는 안 하고 오히려 투어를 말리나. 그러더니 자신이 아는 핫스팟이 있다며 공짜로 함께 가자고 했다. 오늘 밤이 은하수와 함께 보름달을 볼 수 있는 최고의 날이라면서 말이다. 


 처음엔 웃고 넘겼다. 사실 사기꾼이거나 도둑이 아닐까 의심했다. 그런데 아타카마 사막에서 오래 살았다던 그 친구들이 말하는 장소가 궁금하긴 했다. 동생과 하루 종일 고민했다. '오늘 밤 이 친구들을 따라나서야 할 것인가' vs '처음 보는 낯선 사람은 절대 따라가지 말아야 한다' 고민이 요동쳤다. 대학을 졸업하고 여행사에서 잠깐 일을 한다던 25살의 두 청년은 굳이 자신들과 함께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어차피 별을 보러 가는 길이 위험하지 않으니 걱정 말라고 했다. 이땐 겁이 없었던 걸까. 무조건적으로 남들은 가보지 못하는, 현지인들만 안다는 별구경 장소가 너무나도 궁금했다. 그냥 한번 믿고 따라가 보자.



 

▲쏟아지는 별, 사진으로 다 담아내지 못해 아쉬웠지만 아직 도 마음속엔 남아있다. 

 





 4명이서 아타카마 사막 동네 외곽으로 나갔다. 점점 가로등 하나 없는 깜깜한 길에 진입했다. 핸드폰 불빛에 의존해 걸어야 할 정도다. 30분쯤 걸었을까. 정말 마을에서 엄청 떨어진 곳이었다. 돌자갈이 가득한 흙더미를 오르고 올라 작은 언덕 위에 올랐다. 


 별이 수없이 쏟아진다. 이게 남반구의 위력인가? 어떻게 머리 위 하늘이 아닌 바로 눈앞에도 별이 있을 수 있지? 정말 땅부터 하늘까지 나를 둘러싼 360도 모두가 별로 가득 찼다. 그때 친구 한 명이 아이패드를 꺼내 들고 별자리를 찾는다. 웬걸, 이 친구 볼리비아에서 천문학과를 나왔덴다. 사실 자기는 별자리 전문 가이드인데 오늘만큼은 일이 아닌 개인적으로 별이 보고 싶어 이 장소에 왔고, 한국인인 우리가 신기해서 같이 와보고 싶었다고 한다. 아타카마가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지 알려주기 위해서 말이다. 



▲한참동안 누워서 하늘을 쳐다봤다. 
▲비밀의 장소에 함께 한 가이드 친구들. 우리 얼굴이 밝은 이유는 카메라 후래쉬가 아니라 달빛 때문.







 공짜 별 투어 치고 가치가 엄청났다. 고마웠다. 이 비밀의 장소에 누워 별도 보고, 별자리도 배우고 2시간 이상 머물렀다. 말은 잘 통하지 않았지만 하하 호호, 깔깔 거리는 소리가 별빛 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이 친구들은 한국에 대해서 전혀 몰랐다. 중국과 일본, 한국이 아예 같은 민족이냐는 질문도 했다. 이들은 한국에도 가보고 싶지만, 이렇게 아타카마 사막에서 가이드일을 하며 사는 삶에 만족한다고 했다. 특히 매일같이 보는 자연경관과 아름다운 풍경이면 된다고. 이 말을 듣는데 코끝이 찡했다. 그들의 마음가짐이 부러웠다. 


 그때였다. 해가 뜨는 줄 알았다. 갑자기 새까맣던 주변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보름달이 뜬 것이다. 정말 믿을 수 없는 광경이다. 마치 어둠 속의 도시에 빛이 내려진 것처럼 말이다. 운이 좋았다. 별과 보름달을 같이 보기란 쉽지 않다고 한다. 얼떨결에 보름달을 보고 소원을 빌었다. 그런데 이 친구들이 왜 소원을 비냐고 웃었다. 소원을 비는 건 우리나라만의 문화인가 보다. 그때 나는 아타카마 사막의 이 장소, 비밀의 별자리 명당에 다시 와보길 바라는 소원을 빌었다. 





▲아직도 페이스북으로 연락하고 지내는 친구들
▲달의 계곡 투어. 길을 걷다 보면 쩌억쩌억 갈라지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린다.


▲간헐천 투어. 온천에서 신난 할머니 할아버지들처럼 계속 여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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