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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율 Mar 27. 2017

1만 6천km를 날아가 만난 거대한 모아이 석상

이스터섬 모아이 여행기 2편



"TV 다큐멘터리에서 많이 본 15구의 모아이 석상은 사실 복원된 거예요. 

대부분 훼손된 모아이를 일본 고고학자들이 다시 일렬로 세웠어요."






 이제 기다리고 있던 '아우 통가리키 (Ahu Tongariki)'로 가본다. 모아이 석상이 놓인 곳을 아우(Ahu)라고 부른다. 이스터섬 해안을 따라 모두 30여 개의 아우가 있다. 모아이 석상 15개가 나란히 서 있는 통가리키는 이스터섬에서 가장 큰 아우다. 폭이 무려 100m에 달한다. 일출장소로도 유명한 아우 통가리키는 다큐멘터리나 엽서, 인터넷 등에서 익히 봐왔다. 그런데 직접 보니 그 웅장함에 말이 안 나올 정도다. 이렇게 넓고 거대할 줄은 상상도 못 하였다. 


 1960년에 발생한 지진으로 통가리키 해변에 8m 이상의 쓰나미가 덮쳤다고 한다. 이때 대부분의 모아이가 훼손됐다. 이후 1990년 일본의 고고학자들이 흩어져있던 모아이를 세워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했다. 칠레 정부는 고마움의 표시로 일본에 모아이를 몇 개 기증했다. 


 이곳에서 일출을 보려면 숙소에서 새벽 5시쯤 출발해야 한다. 날씨에 따라서 일출을 볼 수 있을지 없을지, 운도 달라진다. 우린 2번 연속 갔지만 실패했다. 일출을 보고 싶었던 소망은 묻어야 했지만, 낮에는 날씨가 쨍쨍해서 모아이 15구와 함께 선명한, 마치 엽서에 나오는 사진 장면을 담을 수 있었다. 다행인 건 마추픽추처럼 복잡하지 않다는 것이다. 남미 여행객들도 태평양 한가운데 동떨어져있는 이스터섬까지 들어오긴 쉽지 않을 것이다. 물가도 비싸고 칠레 산티아고에서 5~6시간 비행기를 타고 들어와야 한다. 덕분에 나와 동생 2명만이 아우 통가리키 지역을 하루 종일 구경할 수 있었다. 





▲'아우 통가리키 (Ahu Tongariki)'
▲모아이 뒤쪽에 서본 동생, 얼마나 거대한지 실감 나시죠?






 다음은 '아나케나(Anakena)'해변! 이스터섬 유일의 비치다. 이스터섬은 사실 수영을 즐길 수 있는 해변이 별로 없다. 태평양 한가운데다 보니 파도가 거세고 바람이 많이 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나케나 해변만큼은 다르다. 에메랄드 빛이 감도는 아나케나 해변에는 많은 여행객들이 선텐을 즐긴다. 거의 다 벗고 있는(?) 원주민들도 만날 수 있다. 

 의외로 이곳에서 조심해야 할 인물은 '개'다. 선텐 좀 해보려고 비치타월을 깔면 웬 동네 개들이 와서 누워버린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개를 쫒아도 절대 가지 않는다. 끝까지 먹을 것을 구걸한다. 그러다가 원주민들이 나타나서 쫓아내면 쪼르르 도망간다. 거의 다 벗고 있는(?) 원주민들은 절대 개한테 먹을 걸 주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아나케나 해변에서는 '아우 나우나우(Ahu nau nau)'를 만날 수 있다. 모자를 쓴 모아이 석상 5구. 모아이 모자인 '푸카오(Pukao)'를 4개의 석상이나 쓰고 있다. 푸카오를 쓰고 있는 모자는 찾기 쉽지 않은데, 그래서 더 인기다. 



▲'아나케나(Anakena)' 해변



▲'아우 나우나우(Ahu nau nau)'






  모아이를 만드는 작업장이 '라노 라라쿠'라면 모아이 모자 푸카오를 만드는 곳은 '푸나 파우(Puna Pau)'라는 곳이다. 모아이 석상 머리를 장식한 왕관을 만들기 위해 사용된 붉은 돌을 채석하던 곳이다. 언덕 위로 올라가면 푸카오들이 널려 있는 걸 볼 수 있다. 이곳의 화산석을 이용해 빨간 모자를 만들었다. 이 거대한 모아이 석상에 어떻게 모자를 씌웠을까. 첫째는 모자를 처음부터 씌워서 일으켜 세우는 방법, 둘째는 모아이를 세운 후, 모자를 씌우는 방법이라고 한다. 

                                                                                                                                                                                          

▲모아이 석상보다 더 신성시 여겨졌다는 모아이 모자. 부족들 간 전쟁에서 이 모자를 마구 떨구고 쓰러뜨렸다고 한다.



                                                                                                                             


 지금까지 본 모아이 석상들은 하나같이 바닷가를 등지고 있다. 그런데 유일하게 바다를 바로 보고 있는 모아이 석상이 있다고 해서 찾아갔다. 바로 '아우아키비( Ahu a Kivi)'다. 또한 해변가가 아닌 이스터섬 중앙, 목초 지대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어서 더 독특했다. 7구의 모아이가 서 있는데 이들은 전설 속의 선조인 '호투 마투아' 왕이 처음 이 섬에 도착했을 때 거느렸던 7인의 신하를 의미한다고 한다. 



▲'아우아키비( Ahu a Kivi)'





 마지막으로 원주민의 삶의 흔적을 볼 수 있는 '오롱고(Orongo')로 향했다. 오롱고는 '라노카우(Rano Kau)' 화산 분화구 정상에 있다. 사실 이곳은 옛날 조인(鳥人) 의식이 열리던 역사의 현장이다. 다양한 암각화와 돌집들을 만날 수 있다. 완벽한 격리 속에 살던 이스터섬의 주민들은 세상을 가로지르는 새들을 신으로 여겼을지도 모른다. 이 섬의 수호신 '마케 마케'는 새의 머리를 가진 인간으로도 알려져 있다. 해가 뜨는 동쪽으로 카누를 타고 오다가 이 섬에 도착했다고 전해지는 건국 시조 '호투 마투아'씨족의 수호신이다. 


 이스터섬의 부족들은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매년 7월에 경기를 벌였다. 부존 간 전사를 뽑아 섬의 서안 끝의 절벽에서 뛰어내려 바다의 섬까지 가서 새 알을 끄집어내어 돌아오는 경기를 했다. 진 부족은 이긴 부족에게 1년간 복종해야만 했다. 

 바다 위에 떠 있는 섬은 모투누이, 모투이티, 모투카오카오다. 가장 큰 섬인 모투누이에 가서 '검은 제비갈매기'의 알을 찾아와야 한다. 주민들은 다 같이 이곳에서 의식을 치르고 부족 간 시합을 시작한다. 알을 가져온 사람은 조인으로 추대받고 신성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오롱고 벼랑 끝의 바위에는 새의 머리를 한 1천500개의 조인 모형이 새겨져 있다.



▲부족 간 권력쟁취를 위해 가장 큰 섬인 모투누이에 가서 '검은 제비갈매기'의 알을 찾아와야 했다.
▲'라노카우(Rano Kau)' 화산 분화구






 그토록 가고 싶었던 이스터섬 여행. 정말 많이 돌아다니고, 사진도 찍고, 책자를 보며 괜히 역사공부도 했다. 너무 빡빡한 일정 탓이었을까. 이스터섬 마지막 날 뭘 할지 고민이었다. 

 첫째, 1만6000km 떨어진 곳에서 우리나라 음식인 삼겹살을 해 먹어 보자! 이스터섬 내 시장에는 대부분 소고기 밖에 없었다. 간신히 돼지고기를 구했고 상추 비슷한 쌈을 사 와서 삼겹살을 해 먹었다. 삼겹살을 구운 게 아니라 거의 만들었다. 외국인들이 무슨 요리냐며 물어볼 때마다 한국음식이라고 소개했다. 어떻게 이곳에서 한국음식을 먹을 수 있냐고 놀랄 뿐.

 둘째, 태평양 한가운데 왔다는 느낌을 받고 싶었다. 무조건 바다로 나가 몇 시간 동안 앉아있거나 누워있었다. 종종 낚시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조용한 의자와 식탁에 앉아 와인 한병도 했다. 

 셋째, 이스터섬에서 한국으로 엽서 보내기다. 모아이가 가득한 엽서를 골랐다. 정말 갈까? 이스터섬에는 우체국이 하나 있다. 두근두근. 한국에 왔더니 정말 잘 도착해 있었다!


▲이스터섬에서 만든 잊을수 없는 맛, 삼겹살
▲인기 기념품 모아이 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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