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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율 Mar 27. 2017

칠레의 미스터리 섬
'라파누이(Rapa Nui)'

이스터섬 모아이 여행기 1편

 



"칠레에서는 '이스터섬(Easter Island)'이라는 말을 잘 쓰지 않아요. 칠레 현지인들은 '파수쿠아(Isla de Pascua)', 원주민은 '라파누이(Rapa Nui)'라고 말해요."  






 남미 여행을 떠나기 6개월 전, 우리는 에콰도르 갈라파고스 섬과 칠레 이스터섬 중 한 곳을 택해야 했다. 예산 때문에 두 곳을 모두 가기엔 벅찼다. 고민 끝에 거대 석상 모아이를 볼 수 있는 이스터섬을 선택했다. 갈라파고스에서 신기한 동식물들도 보고 싶었지만, 아직도 미스터리로 남아있는 모아이가 더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스터섬은 네덜란드 탐험가인 J.로게벤이 1722년 부활절(Easter day)에 상륙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1722년 이전에는 최고 4000여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고 추정되고 있지만, 1862년 노예사냥과 천연두 유행 등으로 섬의 인구는 최저 111명까지 감소됐다고 한다. 사람 얼굴 모양의 거대 석상인 모아이로 유명한 곳! 모아이는 라노라라쿠 화산의 연한 바위로 만든 거석상인데, 현재까지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유명한 유물이다. 교과서나 TV로만 봐왔던 모아이를 직접 보러 간다니! 호들갑을 떨면서 이스터섬 여행 4~5개월 전부터 비행기표와 캠핑장을 예매했다. 실제로 이스터섬은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가기 힘들다고. 



           

▲모아이 제조공장 '라노 라라쿠(Rono Raraku)'
▲거대 모아이 15석상 '아우 통가리키 (Ahu Tongariki)'
▲아름다운 일몰로 유명한 '아우 타아이(Tahai)'







 이스터섬은 국립공원으로 입장료가 무려 3만 페소다. 헉! 거의 우리나라 돈으로 5~6만 원이다. 이 입장권은 이스터섬 내 주요 관광지를 무료로 볼 수 있는 패스권 같은 것이므로 절대 잃어버리면 안 된다. 만약 입장권을 안사면 관광지마다 따로 돈을 내야 한다. 


 이스터섬에는 마을이 딱 1곳이다. 바로 항가로아 마을(앙가로아)이다. 인구 2000여 명의 규모로 굉장히 작다. 이중 600여 명은 원주민이다. 항가로아 마을을 제외하면 이스터섬에는 사람이 산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황량한 들판만 가득하다. 숙소나 식당, 마트 등 모두 항가로아 마을에만 있다.


 우리도 항가로아 마을의 한 캠핑장에서 일주일간 머물렀다. 캠핑장이 바닷가 바로 앞에 있어서 파도소리가 굉장히 웅장했다. 마치 우리 텐트를 덮칠 것만 같은 공포감에 사로잡혀 잠을 자야 했지만, 밤마다 은하수를 볼 수 있어서 캠핑장이 무척이나 맘에 들었다. 이스터섬의 8월은 우기라서 날씨가 거의 5분마다 바뀌었다. 먹구름이 꼈다가, 맑았다가. 비가 내렸다가 무지개가 떴다가. 무지개도 쌍무지개로 수십 번이나 봤다. 캠핑장 주인한테 들떠서 무지개 봤냐고 소리쳤지만 "무지개 맨날 보는 거예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무지개가 무슨 대수냐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자주 무지개와 은하수를 본건 처음이었기 때문에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태평양 한가운데 이스터섬! 파도가 몰아치는 곳 바로 앞에 자리 잡은 캠핑장에서 야영을 하며 지냈다. 


▲변덕스러운 날씨. 무지개가 반복해서 뜬다. 한쪽 하늘은 태풍, 한쪽 하늘은 맑은게 선명히 보일정도다. 




 이스터섬에 온 첫 번째 목적이 '모아이'였으니, 이번 글에서는 모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쭈욱 하려고 한다. 무조건 큰 얼굴의 바위가 모아이의 전부는 아니었다. 각자 이름이 있고, 아픈 역사도 가지고 있다.

 이스터섬에는 900여 개의 모아이가 존재한다. 섬의 북쪽보다는 남쪽 해변가를 따라 우두커니 하나씩 서있다. 부족 간의 전쟁으로 넘어져 있거나 얼굴이 없는 채 서 있는 모아이가 대부분이다. 황갈색 튜터, 다공질 탄산석회의 침전물, 화산성의 응회암으로 만들어진 모아이는 하나를 만드는 데 30여 명의 인원이 꼬박 1년은 걸렸을 거라 추정되고 있다. 


 이스터섬에서 모아이를 보러 가는 방법은 대략 2가지, 자전거 혹은 렌터카다. 처음에는 자전거를 빌려 항가로아 마을에서 가까운 '아우 타아이(Tahai)'와 '이스터섬 박물관'에 들렀다. 다른 곳은 모두 렌터카로 이동해야 하는 거리다. 




▲잦은 날씨변화로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 이렇게 비를 피할때가 많다. 



▲이스터섬에 유일하게 눈을 가진 모아이. 크기가 엄청나다.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는 '아우 타아이(Tahai)'. 5개 모두 온전치 않아서 안타까웠다.





 이스터섬에 있는 수백 개의 모아이마다 이름이 있다는 게 신기하다. 서쪽을 바라보며 서 있는 모아이 석상 5개 바로 '아우 타아이'다. 이 곳은 석양을 볼 수 있는 일몰 촬영지로 유명하다. TV나 엽서, 교과서에서 봤던 이 풍경! 하지만 모아이 얼굴이 처참하게 떨어져 나가 있다. 모아이가 사람인 양 감정이 이입돼 슬프기까지 했다. 왜 이런 모습인 거니.. 다들 부족전쟁 때 넘어졌던 모아이들이다. 복구되지 못한 채 보호받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옆에서 유일하게 눈을 가진 모아이를 만났다. 원주민들은 모아이 석상에 눈동자를 넣음으로써 신성함을 가지게 된다고 믿었다. 하지만 부족 간 전쟁이 벌어지면서 서로 눈알을 빼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모아이마다 눈이 없는 것이다. 유일하게 눈이 있는 하나 남은 모아이였다.  
                                                  


                                                     


 이어 일명 모아이 제조공장이라고도 불리는 '라노 라라쿠(Rono Raraku)'에 갔다. 암석으로 이루어진 화산으로 이 곳에서 수많은 석상들이 제작되어 옮겨졌다고 한다. 만들어지다가 만 석상들도 있고 운반되다가 버려진 상태로 누워있는 모아이도 있다. 가장 큰 모아이 석상인 '엘 히간테(El gigante, 거인)'가 이곳에 있다. 크리가 무려 21.6m 무게가 180톤에 이른다.


 모아이 제조공장은 사실 정말 슬픈 곳이다. 이곳에서 수백 명의 사람이 모아이를 만들고 운반했다. 그리고 아이를 만들다 버린 곳이기도 하다. 옮겨지지 못한 모아이들이 땅속 깊숙이 묻혀있다. 뭉뚝한 코와 커다란 귀, 꽉 다문 입까지. 무언가 꼭 다물고 참고 있는 모습이다. 


 모아이는 죽은 왕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설이 지금까지 가장 유력하다고 한다. 하지만 이 신성한 모아이를 부족 간 전쟁에 이용했고, 결국 수많은 모아이가 파괴됐다. 모아이를 만들기 위해 이스터섬 내 나무를  베버려 땅은 다 황폐화됐고, 전쟁으로 인해 희생단한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 그렇게 이스터섬은 붕괴 직전까지 갔었다. (이스터섬 모아이 여행기 2편에서 계속)이스터섬 

모아이 여행기 1편      이스터섬 모아이 여행기 1편     


▲가장 큰 모아이 석상인 '엘 히간테(El gigante, 거인)'


▲수 많은 모아이가 쓰러져 있거나, 엎어져 있다. 보존이 잘 되길..


▲알고 보면 슬픈 곳, 모아이 제조공장 '라노 라라쿠(Rono Rarak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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