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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율 Mar 26. 2017

한국인 추천맛집 NO! 현지 로컬푸드 OK!

남미 각 나라에서 만난 독특한 로컬푸드





"한국인들이 꼭 가는 해산물 맛집이에요. 칠레 여행 중이라면 안 가본 한국인이 없을걸요"

"그래요? 우리도 가서 먹어볼게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더니, 결과는 대실패였다.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 게스트하우스에서 한국인 여행객을 만났다. 그는 대뜸 칠레에 소문난 해산물 맛집에 가봤냐고 물었다. 고개를 저었다. 그는 한국인들이 꼭 가는 맛집이 있다며 강력 추천했다. 얼마나 맛있길래 흥분하면서 말하는 걸까. 궁금했다. 


 사실 나는 여행 중에 맛집을 찾아가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한국에서도 종종 SNS를 보고 맛집을 찾아갔다가 실망한 곳이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와 동생은 여행 중 70% 이상은 게스트하우스에서 직접 만든 요리로 끼니를 때웠다. 각 도시의 '맛집'보다는 '마트'나 '시장'을 선호했다. 그 나라, 그 도시에만 파는 신선한 재료로 요리해 먹는 게 훨씬 맛있고 재밌었다. 처음 접하는 독특한 맛의 재료들 때문에 애먹은 적도 있긴 했지만, 신기한 경험이라며 웃어넘긴 적도 많다. 하지만 그 먼땅 칠레에서 한국인들이 다들 가는 맛집이라니 갑자기 솔깃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팔랑팔랑 귀와 함께 산티아고에서 2시간 떨어진 발파라이소 항구도시로 향했다. 





▲발파라이소는 200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발파라이소의 뜻은 '천국과 같은 계곡'이라는 뜻이다.





 주소 하나 딸랑 들고 길을 물어물어 1시간을 헤맸다. 현지인들도 잘 모르는데 한국인들이 꼭 들르는 맛집이라니. 푸른빛이 감도는 건물! 드디어 찾았다. 레스토랑 이름은 Porto Viejo Restaurant. 도착하자마자 허겁지겁 메뉴를 주문했다. 해산물이 가득 올라감 찜과 분위기를 돋우는 와인도 시켰다. 우리는 이렇게 거금 5만 원을 썼다. 


 결론은 '아오!' 

 다시는 한국인 추천 음식점에 가지 않는 걸로 다짐했다. 사실 동생이랑 3개월 동안 남미 여행을 하면서 한국 음식점 조차 한 번도 가지 않았다. 여행 중에 김치찌개를 찾는 것보다, 그 현지 음식을 즐기는 것이 진정한 여행의 묘미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먹고 싶은 것, 발이 향하는 곳, 도전하고 싶은 식당으로 들어가 식사를 해결했다. 이게 우리의 여행 규칙 1순위였다. 한 순간 맛집 추천을 받고 이곳까지 달려온 우리가 한심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무엇보다 이런 상황이 싫었다. 누군가 추천해줬는데 정말 맛이 없을 경우... 맛은 정말 최악이었다. 겉보기와 다르게 해산물 찜에는 홍합만 가득했고, 안에는 감자가 가득 쌓여있었다. 속 빈 강정 같았다. 결국 다 남기고 와인만 먹다 나왔다. 



▲문제의 칠레 '해산물 찜'과 페루의 '세비체' 맛집




 페루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페루의 유명 음식 '세비체(잔 조각으로 썬 날 생선과 함께 신 레몬즙, 양파 등을 넣고 만든 요리)'를 먹기 위해 블로그 포스팅을 보고 비싼 레스토랑을 찾은 적이 있다. 결론은 비싼 돈만 내고 반도 못 먹고 그냥 나왔다. 차라리 로컬푸드로 파는 세비체가 훨씬 더 맛있었다


 이렇게 맛집 포스팅이나 지인 추천으로  맛집을 찾아갔다가 맘에 들지 않아 실망한 적이 많다. 그러곤 항상 결국 추천한 사람 탓을 하게 된다. 어쨌든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찾아간 것도 나의 선택의 일부였을텐데, 결국 남 탓을 하게 되고 투덜거리게 되는 우리의 모습이 별로였다. 그래서 남은 남미 여행 중 추천 맛집은 가지 않기로 다짐했다. 


 그 이후로 발길이 닿는 데로, 끌리는 데로 식당에 들어섰다. 성공적인 식당이 많았다. 특히 칠레 아타카마에서는 3일 내내 삼시 세 끼를 해결한 식당도 있었다. 식당 주인은 동양인이 자신의 요리를 먹는 것이 처음이라고 했다. 그 식당 메뉴판에 쓰인 칠레 전통음식을 차례로 시켜먹기도 했다. 식당 주인이 칠레 전통음식과 먹는 방법 등을 친절하게 알려줬다. 맛집 대신 우리 맘대로 식사를 하자던 우리는, 결국 귀엽디 귀여운 라마 고기까지 먹고 말았다. 페루에서는 기니피그도 먹었다. 에콰도르에서는 시장 상인들 틈에 끼어 상인들이 먹는다는 한 끼 식사도 해봤다. 




▲에콰도르와 페루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기니피그 구이, 그리고 통돼지 바비큐


▲먹을까 말까 끝까지 고민했던 라마고기. 라마 정말 귀여웠는데 결국 먹었다.


▲칠레 아타카마에서 3일 동안 삼시세끼 해결한 로컬 식당. 칠레의 전통음식과 소스에 대한 재발견


▲에콰도르 오타발로 동물시장에서 상인들과 함께 거리에 앉아서 먹은 한 끼


▲로컬 음식점에 이렇게 그림이나 사진이 있으면 정말 편하다. 사진 보고 골라먹기!





 만약 누군가의 맛집 추천도, 직접 식당을 찾아 나서는 것도 의심스럽다면 직접 해 먹는 방법을 추천한다. 아르헨티나 여행 중에 소고기를 어느 레스토랑으로 가서 먹을지 고민했다. 워낙 소고기가 싸고 맛있다길래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길거리 아무 식당에서도 '아사도(장작불로 천천히 구워낸 소고기 스테이크 요리)'요리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다가 우린 직접 소고기 요리를 해 먹는 건 어떨까 싶어 하루에 1~2번씩 마트로 향했다. 소고기를 워낙 저렴하게 먹을 수 있어 가난한 여행자들에게 축복의 나라라고 까지 불리는 아르헨티나. 신선한 좋은 재료만 구할 수 있다면 게스트하우스에서 직접 뚝딱뚝딱 요리해 먹는 게 훨씬 더 편하다. 그렇게 아르헨티나에 머무는 동안 내내 소고기만 먹었다. 

 

 곧 떠나는 아프리카 여행 중에도 맛집보다는 직접 로컬푸드를 찾아가거나 게스트하우스에서 요리를 해먹을 생각이다. 타인의 맛집 추천과 선택도 좋지만, 그들의 맛 평가를 100% 믿을 수없고, 실망하면 그들을 무조건적으로 탓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아프리카의 한 끼 식사 신선한 재료들이 기대된다.

                 



▲아르헨티나에 머무는 동안 매일같이 먹은 소고기 스테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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