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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율 Mar 23. 2017

뜻밖의 경험, 페루와 볼리비아의 독립기념일 행진

아픈 역사와 함께 온 동네가 떠들썩한 국경일 축제




"나는 죽을지 모르나, 내가 불타오르게 한 자유의 횃불은 결코 끌 수 없을 것이다."

-페드로 도밍고 무리요(1809년, 볼리비아 독립운동가)





 평생 겪어보지 못할 구경거리, 아니 뜻밖의 경험이었다. 그것도 페루의 수도 리마와 볼리비아의 수도 라파즈에서 2번이나! 화려한 형형색색의 의상을 입을 아이들부터 어른, 노인들까지 다 같이 춤을 추며 행진했다. 처음에는 무슨 축제 인지도 모르고 마냥 구경부터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두 나라의 독립기념일 행사였다. 

 페루의 독립기념일을 7월 28일, 볼리비아는 8월 6일이다. 두 나로 모두 국경일을 맞아 10일 전부터 도시 곳곳에서 축제를 연다. 마침 우리가 페루와 볼리비아에 도착했을 때 축제날과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그래서 운 좋게도 두 나라의 국가 대축제를 뜻하지 않게 경험할 수 있었다. 럭키!







 독립기념일에 춤을 추며 퍼레이드를 펼친다고? 얼떨떨했다. 어찌 보면 우리나라와 정반대였다. 3.1절이나 8.15 광복절을 휴일로만 생각하던 내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페루의 독립기념일 행사는 스케일이 정말 컸다. 각 학교마다 독립기념일을 위한 에피소드를 만들어 분장을 했고 길거리 공연을 펼쳤다. 어른들도 이날만큼은 거대한 모자와 익살스러운 화장으로 무장했다. 얼마나 연습을 했는지 걸음걸이부터 악기 장단까지 완벽했다. 페루 리마의 중심지인 산마르틴 광장에서 시작해 아르마스 광장까지 공연이 끝없이 펼쳐졌다. 방송국에서 나와 생방송을 진행했고 페루 대통령까지 볼 수 있었다. 


 페루와 볼리비아가 스페인의 식민지로 벗어나 독립했다는 이야기는 익히 알고 있었다. 이런 아픈 역사에 온 동네가 떠들썩하게 축제를 연다. 의상도 음악도 화려하고 웅장했다. 특히 어린 학생들도 독립을 기념하며 뜻깊은 역사임을 인식한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부러웠다. 어떻게 보면 이렇게 독립기념일 행사를 학생과 교사가 나서서 진행한다는 것이 진짜 좋은 교육의 장(場)이 아닌가 싶었다. 이전 세대가 겪었던 아픈 역사와 전통을 주제로 퍼레이드를 한다는 게 참 인상적이었다. 3월 1일, 8월 15일이면 태극기도 걸지 않은 체 밖으로 나가 놀았던 내 모습, 제대로 된 역사 이야기에 관심이 없던 내 모습에 심히 반성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이들의 적극적인 국경일 행사 참여 모습에 계속해서 감탄이 이어졌다.  




▲페루 리마에서 만난 독립기념일 공연 중인 아이들




▲독립을 주제로한 퍼레이드가 하루 종일 진행된다. 




호세 데 산 마르틴은 라틴아메리카의 독립운동 지도자다.
칠레 독립을 실현시키고, 페루의 독립을 선언했다.
 '페루의 보호자'라는 칭호를 받았고,
라틴아메리카 해방의 영웅으로 숭앙되고 있다. 



 산 마르틴 광장, 산 마르틴 공원, 산 마르틴 동상...  페루의 독립기념일 행사 이후, 호세 데 산 마르틴이라는 인물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이렇게 페루에서 우연히 독립기념일 행사를 보고 볼리비아로 넘어왔는데, 이게 웬걸! 볼리비아 라파즈에서 또 독립기념일 행사를 한다는 것. 볼리비아는 대학생들과 공공기관 사람들이 축제를 이어나갔다. 페루와 비슷하게 형형색색의 의상을 입고 춤을 추며 퍼레이드를 펼쳤다. 볼리비아도 역시 수많은 봉기를 거쳐 독립국가로 탄생했다. 스페인은 볼리비아를 정복한 후, 포토시 광산에서 은을 캐내 막대한 부를 모았다. 지도자였던 페드로 도밍고 무리요는 스페인에 의해 가혹하게 교수형을 당하기도 했다. 10여 년 동안 시몬 볼리바르를 비롯한 인물이 독립에 힘썼고, 결국 볼리바르의 이름을 따 볼리비아라는 국명이 지어졌다. 


 사실 페루 리마의 독립기념일 행사는 참 밝았다. 외국인들에게 무료로 관람하게 했고 외국인들이 많이 구경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권했다. 경찰이 친절하게 교통안전을 정리했다. 하지만 볼리비아는 달랐다. 볼리비아는 공연을 보려면 자릿세를 내야 했다. 잠깐 동생이 공연장 의자에 앉았다가 현지인들로부터 욕을 바가지로 먹었다. 공연을 보려고 퍼레이드 하는 곳으로 조금만 접근해도 돈을 내라고 소리부터 질렀다. 불친절 때문에 살짝 불쾌했지만 같은 독립기념일 행사여도 두 나라의 분위기가 다름을 느꼈다.  





▲볼리비아 대학생들의 화려한 길거리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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